[신년 수필-박순자] 단정한 하얀 미소
- 23-01-02
박순자 수필가(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회장)
단정한 하얀 미소
쾌청한 날씨다. 집에서 뭉개며 게으름 피우는 것보다 신선한 바람을 벗삼아 산책길로 향하는 마음은 항상 묘미가 있다. 뭔가 숙제를 잘 끝마치고 난 후의 기분이랄까? 적어도 나에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뿐이랴 의무감에서 오는 해방감에다, 쉼터로의 나의 발걸음도 가볍기 때문이다. 바로 맛있는 커피 향이 스며든 공간이 나를 반기고 있으니, 마냥 즐겁기만 하다.
지금 나는 앞쪽 긴 테이블에 둘러앉아 하얗게 미소를 짓고 있는, 모두가 겉모습이 구부정하고, 흰 눈이 덮인 머리를 단정히 손질한 그들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척 봐도 연로하신 분들의 모임이 역력하다. 유일하게 노신사가 끼어 있어 흥미롭다. 달달한 디저트에 커피를 마시며 담소하는 아름다운 장면이다. 나의 눈 카메라가 쉴새 없이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그들의 분위기에 끼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소노 아야코의 계로록엔, 같은 연배끼리 사귀는 것이 노후를 충실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노인에 있어서 정말로 상대가 되어줄 수 있는 상대는 노인뿐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혹시 그래서일까? 저들도 아름다웠던 추억들을 되살리며 즐거운 이야기로 꽃피우고 있는 동창들의 모임이 아닐까? 추측의 마음이 설렌다.
비록 기억력도 겉모습처럼 닮아가는 상황에 부닥쳐있다 하더라도, 부끄럽거나 당황할 필요가 없으리라. 왜냐면 어떤 실수에도 이해가 되는 예쁜 사연으로 나눔의 교제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겠지.
흔히 노인들의 반복적인 자기 이야기에 반신반의하며 지루할 때가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자신은 어떤가?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했던 이야기 또 했구나 하고 얼마나 얼굴이 붉혀지는가? 그러니 들은 이야기 잊고, 또 들어도 좋고, 즐기는 연배끼리의 사귐이 아닐까.
때론 내 나이에 색칠하고 싶어 젊은 분들과 어울리고 싶어진다. 그러나 세월의 연륜을 방패 삼아 오지랖으로, 또는 편협하고 연륜의 고착이랄까 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고, 고심하게 된다. 실은, 외모도 신경써야 한다. 주름 잡힌 얼굴에 신경을 써야하고, 화장술도 발휘해야 하고, 공들여야 하고… 도전받는 자극이 있어 좋으나, 긴장 연속일 수밖에.
노인 되면, 입은 지퍼로 잠그고, 주머니는 항상 열어라 하는 명언(?)이 있다. 내 삶에 적용해야 할 참된 지침서다. 그런데 머리는 돌아가지만, 실천이 어렵다. 왜일까? 내 삶의 가치관이 철저히 그렇게 몸에 베여있는가? 자문해본다.
지금 행복한 모습으로 교제하고 있는 저들의 대화 속 이끌림도, 많은 의미를 나에게 주고 있다. 한 해가 어김없이 가고 있는 마당에, 그들이 풍기고 있는 고귀한 알림이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2022년이 냉정하게 훌쩍 떠날 것이다. 그러나 새해엔, 나의 야무진 소박한 꿈을 위해 두 손 모은다. 내가 어떤 상황에 있든지, 날마다의 무덤덤함을 떠나보내고, 세월 흐름에 발맟추어 쇠하여지는 겉모습엔 연연하지 않으리라.
그리고 어김없이 머리엔 흰눈이 뿌옇게 덮여 있겠지만, 마음은 날마다 새롭게 하여 일상에서 맺어지는 관계성에 꽃을 피우고, 단정한 하얀 미소의 탑을 높이 쌓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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