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건강정보] 뇌 속 시한폭탄 '뇌동맥류'…두통 심하면 바로 병원으로
- 22-11-18
약해진 혈관벽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탓 '머릿속 시한폭탄'이라고 불리는 뇌동맥류는 파열 시 10명 중 3명이 사망할 정도로 위험하다. 올해 5월 유명을 달리한 영화배우 강수연 역시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출혈이 원인이 됐다. 뇌혈관 파열은 골든타임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만큼 예방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반승필 교수와 알아보도록 한다.
◇ 혈관 부풀다 '펑'…여성이 1.5배 위험한 뇌동맥류란?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 일부가 약해지면서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작은 풍선처럼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얇아진 혈관벽이 터져 출혈이 생기면 심각한 뇌 손상 및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특히 추위와 큰 일교차에 노출되면 혈관이 갑자기 수축했다가 팽창하기 쉽고, 혈압이 급격히 상승해 뇌혈관이 터지는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뇌동맥류는 주로 40대에서 60대 사이에 흔히 발생하며 여성이 남성보다 발병 위험도가 약 1.5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이는 혈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폐경기 이후 줄어들면서 뇌동맥류 발병 위험을 높이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뇌동맥류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많지 않다. 다만 동맥 가지나 근위부에 주로 발생하는 것을 근거로 해 혈관의 혈역학적 부담, 혈관 내 탄력증 손상 및 중막 결손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울러 두통에 대한 원인 감별이나 건강검진으로 시행한 뇌혈관 영상 검사를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 터지기 전 증상 없는 '시한폭탄'…가족력 무시 못 해
뇌동맥류는 파열되기 직전까지 특별한 전조증상이 없어서 머릿속 시한폭탄이라고 불린다. 뇌동맥류가 터져 뇌출혈을 일으키면 극심한 두통과 함께 뒷목이 뻣뻣해지면서 구토, 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고, 심하면 의식 소실을 동반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정도의 두통 등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뇌동맥류 파열 환자 중 약 30%가 사망에 이르고 생존자 중에서도 절반은 뇌에 손상이 가해져 영구적으로 언어 장애, 운동 장애 등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뇌혈관이 터지기 전에 진단하고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컴퓨터 단층 촬영(CTA)이나 뇌혈관 자기공명영상(MRA)과 같은 뇌혈관 영상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뇌동맥류의 위험요인으로 알려진 흡연, 고혈압, 동맥경화 등의 질병을 앓고 있거나 직계 가족 중 2명 이상 뇌동맥류를 진단받은 가족력이 있다면 이러한 뇌혈관 검사를 적극적으로 시행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뇌동맥류가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모든 뇌동맥류를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뇌혈관의 특성상 일정 부분 치료에 동반되는 위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이, 건강 상태, 동맥류의 위치, 모양과 크기를 고려해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단, 뇌동맥류는 모양 변화와 크기 성장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므로 파열 위험성이 낮아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1년에 한 번씩은 뇌혈관 CT나 뇌MRA 검사를 통해 뇌동맥류의 변화를 확인할 필요는 있다. 관찰 도중 뇌동맥류의 변화가 발생한다면 파열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게 된다.
◇ 개두술 vs 비개두술…중요한 것은 '예방'
치료법으로는 머리를 직접 절개해 치료하는 '클립결찰술'과 머리를 절개하지 않고 뇌동맥류 안으로 미세한 관을 넣고 이를 통해 코일을 넣어 치료하는 '코일색전술'이 있다.
클립결찰술은 관자놀이 부위의 두피 및 두개골을 절개해 뇌동맥류의 입구를 클립으로 직접 묶어 뇌동맥류로의 혈류 유입을 차단하는 치료 방법이다. 정상 뇌를 직접 파헤치면서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뇌 속의 안전한 공간을 벌려 뇌동맥류에 접근하기 때문에 수술 과정에서 뇌 손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고 수술 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 또한 매우 낮다. 최근에는 최소 두피 절개를 통해 클립결찰술을 시행해 수술 상처도 작고 회복기간도 많이 단축되고 있다.
머리를 직접 절개하지 않고 치료하는 코일색전술은 전신마취 후 사타구니 부위 대퇴동맥을 통해 뇌혈관까지 접근해 미세도관을 삽입한 후 뇌동맥류 내부에 코일을 채워 넣어 혈류를 차단하는 방법이다. 2000년대 초반 시행된 국제 연구(International Subarachnoid Aneurysm Trial, ISAT)에서 클립결찰술보다 코일색전술의 효용성이 우수하다는 결과가 발표되고, 뇌혈관 스텐트 등 뇌혈관 시술 기구들이 발전하면서 점차 코일색전술을 시행하는 빈도가 증가하게 됐다. 현재는 코일색전술이 뇌동맥류의 주된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두 가지 치료방법 모두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클립결찰술(수술)은 젊은 환자에서 뇌동맥류가 뇌 바깥쪽에 가까이 위치하거나 코일색전술로 치료 시 정상 혈관 폐색 가능성이 높은 경우 많이 시행된다. 코일색전술(시술)은 클립결찰술 보다 재발률은 높지만 수술이 불필요하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중요한 것은 뇌동맥류와 주변 정상 혈관들과의 관계, 동맥류의 모양, 나이 및 개별 건강상태 등에 따라 치료 방법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방법이 적합한지는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 후 결정해야 한다.
아직까지 뇌동맥류의 파열을 예방하거나 소멸하게 하는 약물은 없기 때문에 뇌동맥류의 발생 및 파열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서 혈압 조절, 금연, 절주 등 위험인자를 조절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치료 이후에도 재발하거나 새로운 부위에 뇌동맥류가 생기는 경우가 드물게 있을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영상 검사를 통해 꾸준히 관찰하고 약물 복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약물 복용을 유지해야 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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