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가 권력의 쇠퇴"…엔화 32년만 약세에 日언론들 허탈한 반응

日, 미국과 엇갈린 통화 정책…수출·임금 상승 효과 없어

엔화 약세로 인력·자본 유출…제조업 등 근본적인 국력 강화 정책 필요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이 32년만에 150엔을 돌파했다. 이러한 엔저 현상으로 인력과 자본이 유출되면서 일본의 국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가 보도했다. 

닛케이는 미국 장기금리 상승이 엔화 약세의 배경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일본이 서로 엇갈린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금리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 엔화 약세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환율은 한 국가의 국력을 가늠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엔화 약세의 근본적인 원인은 일본의 경제적 역량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증거다. 

앞서 일본 정부는 엔·달러 환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제로 금리 정책과 같은 금융 확정 정책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일본 정부는 엔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 이익과 임금이 상승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낙관론은 빛을 보지 못했다. 무역수지에 해외투자 수익을 더한 일본의 경상수지는 지난 7~8월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적자는 곧 일본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본은행은 2013년부터 대규모 통화완화를 지속하고 있지만 잠재성장률은 2013년 0.9%에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0.4%로 하락했고 2021년 0.5%에 그쳤다.

엔화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실효환율은 1995년을 기점으로 하락했으며, 변동환율제가 시작된 1973년도 이전 수준까지 떨어졌다. 

엔화 약세가 초래하는 가장 큰 문제는 에너지와 식량 수입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일본의 식량 자급률은 40% 미만이며,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0%에 이른다. 

해외에서 노동력을 끌어올 수 없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국제협력기구(JICA)는 일본 정부의 성장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오는 2040년까지 현 상황에 대비해 인력 약 500만명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엔화 약세로 이같은 목표치를 충족하긴 어려워 보인다. 

일본인의 해외여행 장벽도 높아졌다. JTB종합연구소에 따르면 7월 기준 숙박비나 식비 등 항공권 이외의 여행 경비가 2019년에 비해 미국에서 약 40% 정도 상승했다. 대만이나 베트남, 한국 여행 경비도 20~30% 증가했다. 

개인은 외화예금과 해외주식 투자를 늘리고 있어 약 1000조엔 상당의 예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와타나베 히로시 국제통화연구소 이사장은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엔화 가치의 급락에 대해 "일본의 국력 전체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 요인"이라고 짚었다.  

그는 "일본은 원래 에너지와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로, 원재료를 구매해 가공·조립 해 그것을 수출하는 것으로 경제를 지탱해왔다"며 "그러나 자동차를 제외하면 IT 등 성장 분야에서는 미국과 중국에 뒤쳐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우크라이나 위기로 에너지나 식량 문제가 표면화하고 일본 국력과 장래성에 대한 경제의 기초적 조건의 약점을 시장이 간파하고 이것이 환율에 반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와타나베 이사장은 정부와 일본은행의 환율 개입에 대해선 신중해야한다면서 근본적으로 현재 일본에는 제조업 등 경제 분야를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엔화 약세로 장점을 누릴 수 있는 기업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며 독일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은 일본처럼 에너지 부문에서 약점을 안고 있지만 아직 자동차 등 제조업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독일이 유럽연합(EU) 시장을 활용하는 것처럼 일본도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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