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트러스 총리 취임 44일만에 사임…역대 최단기 총리 불명예

취임 119일만에 사망한 조지 캐닝 총리 이후 역대 최단기

부자 감세 등 경제 실정에 발목 잡혀, 보수당 내부에서도 사임 목소리 나와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 6주(44일) 만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 영국 역대 정부 최단기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트러스 총리는 이날 총리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러스 총리는 다음 주 후임 총리가 선출될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내각제인 영국은 여당 대표가 바뀌면 총리가 교체된다.

영국 역대 최단기 총리는 1827년 4월12일 취임한 조지 캐닝 총리다. 그는 건강 문제로 취임 119일만에 사망했다. 

트러스 총리는 "경제와 국제 정세가 매우 불안정한 시기에 취임했다"며 "우리나라는 저성장이 오랜 기간 발목을 잡았고 가정과 기업들은 청구서를 어떻게 지불할 것인가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자행한 불법 전쟁은 우리 대륙 전체의 안보를 위협했다"고 했다. 

총리는 이어 "나는 이런 상황을 바꿀 권한을 가지고 보수당에 의해 총리직에 선출됐다"며 "우리 당은 에너지 요금과 국민 보험료 인하를 결정했고 브렉시트 이후 저세금 고성장 경제를 위한 비전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보수당에 의해 선출된 권한을 이행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국왕께 보수당의 당수직을 사임하겠다는 뜻을 알렸다"고 했다.

트러스 총리는 "오늘 아침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의 의장인 그레이엄 브래디 경을 만나 다음 주 안에 지도부 선거를 마무리 짓는 것에 대해 동일한 의견을 나눴다"며 "이는 우리의 재정 계획을 이행하고 영국의 경제적 안정과 국가 안보를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러스 총리가 이처럼 역대 최단기 총리라는 불명예를 떠안으면서도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은 '대규모 감세안' 발표에 따른 지지율 급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부자 감세 등 경제 정책 관련 실정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영국 보수당 내부에서도 트러스 총리에 대한 사임 목소리가 나온 상황이었다.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12명이 넘는 보수당 의원은 트러스 총리의 사임을 요구한 바 있다.

트러스 총리는 취임 19일만인 지난달 23일 약 450억 파운드(약 73조원) 규모의 감세안 발표했다. 

하지만 트러스 총리의 감세안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및 국가부채 증가를 가져왔다. 영국의 파운드화 가치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트러스 총리는 취임 38만에 쿼지 콰탱 재무부 장관을 경질하고 제레미 헌트 재무부 장관을 등용했다. 

헌트 장관은 취임 직후 트러스 총리의 감세안을 대부분 철회했다. 지난 19일에는 정치적 동지였던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장관도 사임하면서 트러스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트러스 총리는 전날 하원에서 열린 질의에서 총리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결국 여론의 압박 속 사퇴라는 선택을 하게됐다. 트러스 총리는 취임 직후 제2의 대처 총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기도 했지만 결국 불명예 퇴진을 하게됐다. 

후임 총리로는 헌트 재무부 현 장관과 수낵 전 재무장관, 벤 월리스 국방장관,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가 거론되고 있다. 보수당 내부에서는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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