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美 인플레 감축법, 한국이 가장 비판적…WTO 위반 가능성"
- 22-10-05
美, 8월 IRA 법안 시행…북미 제조車에 최대 7500달러 세금공제 논란
WSJ "IRA 법안, 美-동맹국들 사이 관계 해칠 수도…WTO 비차별 원칙 어긋나"
미국이 최근 통과시킨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한국 등 아시아와 유럽연합(EU) 동맹·파트너국들에게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대응을 위해 외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IRA의 차별 조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미국의 IRA 법안은 아시아와 유럽의 주요 동맹국들로부터 분노를 일으켰다면서 이번 조치는 미국과 동맹국들간 긴장을 부추겼다고 전했다.
WSJ는 "동맹국들 가운데 가장 반발하는 국가는 한국"이라며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는 테슬라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만일 IRA 법안이 개정되지 않는 한 한국 기업이 제조한 모든 전기차는 미국에서 점차 퇴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체는 이어 "지난 9월 5일 서울에서 열린 미국 의원들과의 회의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IRA 법안이 양국간 자유무역협정을 위반했다고 항의, 한미가 첨단 기술 공급망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간의 협력을 해칠 수 있다는 불만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 자국 내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IRA 법안에 서명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 생산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IRA는 북미산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1064만원)의 세금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만큼 한국, 일본과 유럽 기업들에 상당한 타격이 있어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북미 공장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휘발유 차량과는 달리, 대부분의 전기차는 북미 외 지역에서 최종 조립되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절반의 보조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라면, 당장 2024년까지 배터리의 핵심 자재 가운데 40%를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를 통해 공급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비율은 2026년까지 80%로 확대된다. 나머지 절반의 보조금은 북미에서 생산되는 배터리의 주요 부품이 50% 이상일 경우 지급되는데, 이 비율의 경우 2028년까지 100%로 확대된다.
한국과 일본, EU 등은 이번 법안이 WTO의 무역협정의 비차별 원칙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WSJ은 "외국 관리들은 미국이 무역 파트너들과 논의도 없이 IRA 법안을 도입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 기업들이 중국 측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이 같은 시도를 내렸으나, 정작 이번 법안은 미국과 동맹국들 간의 관계를 해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10.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
실제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 워싱턴무역관(관장 강상엽)은 지난 3일 "전기차와 배터리 미국 내 생산을 전제로 구매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조치에 미 정치권과 국민은 환호했으나, 관련 업계는 난색을 표했다"며 "전기차의 북미 지역 내 조립, 배터리 및 핵심 광물 원산지 조건이 대다수 자동차 기업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역관은 또 "미국은 국제적으로 한국, EU, 일본 등 주요 우방 교역국으로부터 WTO 및 무역협정의 비차별 원칙에 어긋난다는 반발에 직면해 있다"며 "향후 재무부 및 기타 유관 부처의 공개의견 접수 절차에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우리 측 논리를 전달하고 우호적인 여론을 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 역시 최근 "우호 국가들이 모여 공급망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으나 IRA 법안은 그 전략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에게 직접 우려를 제기했다.
이밖에도 발디스 돔브로프스키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IRA 법안은 국제 무역 규칙에 위배되며 미국에 투자한 유럽 자동차 제조기업들에 손해를 끼친다"며 타이 대표에 항의했다고 WSJ는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IRA 법안의 시행을 앞두고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으며 동맹국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당사국들과 논의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캐서린 타이 대표는 "우리가 동맹국들과 협력할 수 있는 여지와 기회는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은 IRA 법안이 WTO 규정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제인 나카노 연구원은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 코발트, 흑연 가공 및 제련 비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의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량은 약 75%을 차지하며 양극재의 경우 70% 수준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나카노 연구원은 그러면서 "미국이 국내 제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산업 정책을 강화함에 따라 동맹국들과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는 전동화 시대에 따른 전기차 정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기차 정비 특화 워크숍인 ‘EV 테크 랩(Tech Lab)’을 개최했다고 8일 밝혔다. 워크숍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해외 전기차 서비스 부문 핵심 정비 인력 25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지난달 28일부터 6일까지 진행됐다. 사진은 참가자들이 정비 실사례를 실습하는 모습. (현대차 제공) 2022.7.8/뉴스1 |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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