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기차 보조금 혜택 제외에 민관 총력전…정부, 대응 카드는
- 22-09-03
정부, 미 측에 우려 전달…현대차는 조지아 공장 착공 앞당기기로
통상외교 역량 시험대, 양자협의체 구성·유예기간 적용 등 과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민관이 전방위적인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인플레 감축법은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에서 최종 생산·조립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에 따라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보조금 혜택을 받는 차종 21개 중 국산 업체 차량은 단 1개도 포함되지 않았다. 현대·기아차는 수소전기차를 포함해 19종의 차량을 수출하고 있는데 모두 탈락한 것이다. 포드·링컨·지프·크라이슬러 등 미국 완성차 업체 차종이 13개, 독일 5개, 일본 2개, 스웨덴 1개 등이 포함됐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설립해 2024년 10월 완공 및 전기차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인플레 감축법으로 약 2년간은 미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IRA 민관 총력 대응…정치권도 일조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미국 측 관계자들에게 국내 업계의 우려를 전달하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를 만나 IRA 우려를 전달하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이달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에 이어 장관도 미국을 직접 찾아 논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민간에서도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착공시점을 연내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5년 완공이 목표였으나, IRA 시행에 2024년 10월로 완공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조지아주 공장은 1183만㎡ 부지를 가져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일정 기간 가격 할인 등의 프로모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은 당분간 포기하더라도 미국 전기차 2위라는 시장점유율은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경제단체 등에서도 미국 각 채널에 IRA 관련 우려를 전달하는 등 국내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지난 1일 IRA에 대한 정부 대응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尹정부 통상외교 역량 시험대…양자협의체 구성·2년 유예기간 적용 과제
인플레 감축법 대응을 두고 윤석열 정부의 통상외교 역량은 시험대에 올라 있다. IRA 시행으로 연간 10만대의 전기차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경우 무역수지 적자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올해 1~8월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247억2700만달러로 1996년(206억달러)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무역적자가 심화되는 상황에 대미 수출 효자 품목이던 전기차, 배터리가 타격이 예정되며 정부의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오는 5~6일 IPEF 장관회의 참석 차 미국을 찾아 양자협의체 구성을 타진한다. 안 본부장은 미국 측에 첨단기술, 공급망 분야 상호 투자가 확대되고, 원전 등 미래 협력 분야가 많은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캐서린 타이 USTR(미국 무역 대표부) 대표와 미 의회 관계자들과 만나 IRA 관련 우려도 전달한다.
정부는 미국과 협상 과정에서 유예기간 도입 등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WTO협정 등 통상 규범을 위배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IRA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비전, 한미 동맹을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로도 강화하고 있는 양국 간 관계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검토하고 있다. 존 위팅데일 영국 무역특사를 만나 IRA 대응에 대해 논의하는 등 비슷한 입장을 가진 타국과도 공동 대응에 나선다. 독일, 일본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과 경제동맹을 강조했던 만큼 국익을 위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시행이 결정된 만큼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유예 적용 등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 내 여러 상황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우리 기업이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한미 양자 간 협의 등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본부장 귀국 이후 미국 측과 협의된 내용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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