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저수지 바닥 드러나자 수백년 교회 건물에 고인돌까지 발견

'기후위기' 가뭄으로 토양 황폐화 서막

 

유럽 최악의 가뭄으로 스페인 저수지와 토양이 완전히 메마르면서 기후위기 실태를 실감케 하고 있다. 

이달 스페인 환경부가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도시와 농장에 물을 공급하는 스페인 저수지들은 가뭄으로 전체 수용량의 36% 이하 수준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수중에 잠겨있던 유적들이 드러났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들은 서부 에스트레마두라 지역 발데카나스 저수지에선 원형을 이루고 서 있는 수십 개의 고대 유적 '과달페랄 고인돌(Dolmen of Guadalperal)'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스페인의 스톤헨지'라고도 불리는 이 거석들은 기원전 5000년 무렵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1926년 고고학자들이 처음 발견했으나, 1963년 저수지 건설로 지역이 침수돼 그 뒤로 볼 수 없었다. 

수백 년 된 교회 건물도 나타났다. 카탈로니아 북동부 지역 산로마 교회는 원래 건물의 종탑 부분만 수면 위로 노출된 상태였다. 이번 가뭄으로 저수지가 메마르면서 아랫부분까지 보이게 됐다. 

건물은 11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1960년대 근처 댐이 지어지면서 수몰됐다.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걸어서 건물에 접근할 수 있게 됐지만, 붕괴 위험이 있어 현재 주변에 울타리가 설치돼 있는 상태다. 

베일에 싸여있던 유적들이 방송과 소셜 미디어상에서 주목받으면서 해당 지역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암석 관광 관련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루벤 아르젠타스는 AFP 통신에 "사람들이 (과달페랄 고인돌을) 좋아한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산로마 교회를 방문한 누리아 페레론스는 "저수지 수위가 낮은지 몇 년 됐다"며 "소셜 미디어에서 (건물이 드러난 모습을) 보고 '어떻게 됐는지 한번 보자'는 마음으로 다녀왔다"고 말했다.

이 '기현상'들의 이면엔 심각한 '기후위기'가 자리를 잡고 있다. 유럽이 5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으면서, 스페인 또한 심각한 폭염과 강수량 부족으로 천연수 매장량이 급감했다.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해 27만 헥타르의 토지가 불타 황폐해졌다. 

지난 7월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저널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기후위기로 스페인 일부 지역이 1000년 만에 가장 건조한 상태고 겨울 강수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은 유럽연합 국가 중 압도적인 과일과 채소 생산량을 자랑해왔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금과 같은 물 부족 상태가 지속될 경우 스페인은 더 이상 '유럽의 정원'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스페인 농장들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하엔 지역 올리브 농장주 프란시스코 엘비라는 극심한 가뭄을 안타까워하며 "평소와 같다면 수확이 임박한 시기인데 지금은 (올리브 나무가) 텅 비어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남부는 비옥한 토양과 전역에 걸쳐있는 올리브 나무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스페인은 세계적인 올리브유 생산 국가가 됐지만 올해 수확량은 가뭄의 영향으로 이미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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