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레곤문인협회 김혜자 회장
- 22-08-22
김혜자 오레곤문인협회 회장
살아있는 문학을 꿈꾸며 달려온 삶!
연방 공무원으로 35년간 근무해
수필집 <그림엽서 속으로>등 출간
지난 6월 25일로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오레곤문인협회 김혜자 회장과 약속을 잡고 인터뷰를 시작한 것은 입추를 지나고 처서를 앞둔 8월 15일 광복절이었다. 마침 한인회가 주최한 77주년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하고 난 뒤 회관 부근에 있는 S레스트랑에서 마주 앉았다.
하늘은 푸르고 높으며 바람은 시원하여 가을이 한발짝 가까이 다가선 느낌이다. 가을에 어울리는 차림으로 기자 앞에 앉은 김 회장은 경희대 음대를 나온 음악가이며 세계 7대 불가사의를 하나하나 찾아다닐 뿐만아니라 헤밍웨이의 유적지를 일일이 답사하여 글감을 찾아나서는 여행가이며 아름다운 수필을 쓰는 작가이다. 기자는 그가 10여년 전에 오레곤문인협회 첫 가입하던 때의 기억을 먼저 떠올렸다.
당시 문인협회장을 맡고 있던 기자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전화 밖 목소리는 50대의 음성이었다. 협회의 일원이 되어 글을 쓰고 싶다는 그를 며칠 뒤의 협회 정기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첫 모습은 50대 였는데 실제로는 60대 중반이었다. 지금도 희수를 맞이 했지만 70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날 이후 매월 열정적으로 모임에 잘 참석했으며 벌써 그의 작품은 수준 이상이었다. 워싱턴주 밴쿠버 인근 캐머스에 살고 있어서 거리가 그리 가깝지도 않은데 매월 열심히 참석해줘서 협회는 큰 힘을 얻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는 협회 총무와 부회장을 거쳐 2020년 2월, 제10대 오레곤문인협회 회장에 취임하였으며 2022년 1월에 2년 임기의 회장직을 연임했다.
그의 활동은 눈부셨다. 그리고 그의 작품은 일취월장하여 한국의 <조선문학>을 통해 정식으로 수필가로 등단했다.
그리고 쓴 작품들이 검증되어 5년 전에 첫수필집 <그림엽서 속으로>를 출간하였으며 역시 <조선문학>을 통해 등단한 어머니 엄영선 수필가와 모녀 수필집 <빈 하늘에 던지는 노래>를 올해 출간하기도 했다. 드문 일이요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협회로서는 대어를 낚은 셈이었다. 대화는 자연스레 얼마 전에 치른 협회 창립 20주년 기념식 및 오레곤문학 신인상 공모 시상식으로부터 풀어 나갔다.
-지난 창립 20주년 기념식을 기획한 회장으로서 어떻게 평가하세요?
"아시겠지만 회원들의 큰 협조가 뒷받침되어 기대 이상으로 잘 끝났어요. 원래 기념일은 25일이었으나 이틀 앞당겨 23일, 목요일에 행사를 가졌어요. 처음에는 초청인사들 참석자가 50명이나 될까? 하고 우려했었는데 얼마 뒤 그 의구심은 사라지고 참석하겠다는 분들이 많아져서 부르고 싶은 사람을 다 초청하지도 못했어요. 그런데도 80명이 넘었어요."
-장소가 협소하지는 않았나요?
"아니요, 한인회장님의 큰 협조로 한인회관에서 쾌적하게 잘 치르게 돼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참석인사들 중 특별히 기억하고 싶은 분들이 있으세요?
"네, 시애틀총영사관 안현상 부총영사님, 그렉 콜드웰 한국명예영사님, 김헌수 오레곤한인회장님, 이해진 밴쿠버한인회장님, 임용근 전 주 상원의원님, 초창기 발기인 여러분들이 참석해주신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특별 축하무대를 빛내주신 바리톤 김석두 장로님, 아리랑 축무를 통해 우리의 전통 춤을 보여주신 한국전통문화예술단 지승희 회장님 등이 특별히 기억 납니다."
-이번에 전시회도 같이 가졌지요?
"네, 그동안 발행됐던 <오레곤문학> 지와 지난 날의 기록 사진, 회원들 개인저서, 그리고 회원들 작품을 판넬로 만들어 한인회관 잔디밭에 50여점을 전시 했고 좋은 반응도 있었습니다."
-창립 20주년을 맞아 특별한 기획을 하셨는데 설명을 좀 해주세요.
"협회창립 20주년만에 처음으로 가진 특별기획은 오레곤문학 신인상 공모였어요. 두달간의 기간을 두고 신문광고를 통해 작품 공모를 했는데 많은 분들이 응모해 주셨어요. 그 가운데 대상 한 명을 시부문에서 뽑고 시부문 가작 2명과 수필부문에서 가작 2명을 뽑아 협회에 젊은 피가 많이 수혈된 셈입니다."
-올해도 한 4개월 남았는데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네, 있어요. 최근 수년 내에는 격년으로 작품집 <오레곤문학>을 발간해 왔고 작년에 14호를 출간했는데 올해는 특별한 해이다보니까 창립기념 특집호를 발간하기로 하고 회원들 작품을 모아 한 달만에 편집을 완료한 뒤 출판사로 자료를 다 넘겼습니다. 신인상을 받은 다섯 신인들의 작품과 행사당일의 사진 등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볼륨있게 통권 15호가 10월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협회를 위해 아낌없이 시간을 쏟으신 회장님의 문학에 대한 열정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글을 쓰시는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기도 해요. 미국연방정부 공사계약관으로 35년간 일하다가 퇴직한 뒤로 여행을 자주하다 보니까 꼭 글로 남겨야할 자료들이 적지 않아서 본격적으로 대시한 결과 한국의 <조선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지요."
-미국은 언제 오셨나요? 그리고 하신 일은?
"1974년에 결혼하고 그 다음 해에 미국으로 건너왔고 그 후 연방정부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하면서 그것이 미국에서의 평생 직업이 되었습니다."
-출발이 좋으셨네요? 35년간 무슨 일을 하셨나요?
"정말 열심히 시험준비를 했고요, 시험에 합격한 뒤 연방정부 국방부 계약관으로 봉직했어요. 알라스카, 하와이, 한 때는 한국 미 8군에 들어가서 공사계약관으로 9년을 근무한 적도 있어요. 그 뒤 미국으로 다시 돌아와 포틀랜드 공병대와 워싱턴주 BPA(Bonneville Power Administration)에서 근무하다가 2013년 정년 퇴직했습니다."
-담당분야가 계약관이라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건설공사에 주로 댐 공사를 전담했어요. 계약관은 업자들을 선정해서 공사 수주를 맡기는 직종이지요. 계약관이란 걸 일반인들은 쉽게 이해못하는 것같아요. 오바마 대통령의 재투자자금조달이라는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된 뒤 350만이라는 실업자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금융위기를 벗어나게 하는 재정 긴급사태 프로그램이 신설됐는데 대형 프로젝트 였어요. 이 정책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정부는 퇴직한 계약관을 다시 불러 일을 시켰어요. 그래서 다시 복귀하여 2년간 더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공사가 있어요?
"네, 1804년 루이스와 클라크 탐험대가 발견하여 세상에 알려진, 미국에서 일곱번째로 긴 강인 이 지역 콜럼비아 강 허리에 건설한 보나빌 수력발전소 댐이 기억에 남아요. 이 강의 길이는 1,243마일이나 되고 캐나다와 공유하는 강입니다. 1938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 32대 대통령 때 5년 공사 끝에 완공된 이 댐은 연방정부 공병대가 만든 다양한 구조로 건설된 최대규모의 저수 프로젝트 입니다. 지금 살고 있는 우리집에서 30분이내의 거리에 있으며 북쪽은 워싱턴 주, 남쪽은 오레곤 주에 걸쳐 있는데 미국의 역사적인 지역으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답니다."
-화제를 좀 돌리겠습니다. 하와이에 계시는 연세 높으신 어머님의 근황은 좀 어떠십니까?
"그냥저냥 하세요. 올해 97세이신데 너싱홈에서 생활하세요. 자주 전화하고 두 달에 한 번 꼴로 방문합니다. 정신이 옛같지 않아서 사실은 좀 걱정이 많습니다."
-어머니께서도 수필가로 등단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렇지요. 90세에 <조선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하셨고 조선문학상도 수상하셨지요. 어머니 엄영선 수필가는 평북 운산출신이고 외할아버지는 독립운동가입니다. 미국 이민 후 줄곧 하와이에 사시면서 2010년 하와이 한인문인협회 신인상 공모로 입상했으며 수필집 <인생은 예술품>이란 저서도 출간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모녀 수필가이십니다. 같은 문학지를 통해 같은 장르로 등단하셨네요? 작년에 모녀 수필집도 내셨지요?
"네 그렇습니다. 작년 4월에 어머니 작품 30편, 저의 작품 33편을 묶어 <빈 하늘에 던지는 노래>를 출간하였습니다."
-그 보다 앞서 김 회장님도 수필집을 내셨는데…
"저는 5년 전에 첫 수필집 <그림엽서 속으로>를 출간했습니다."
-네, 저도 위 책 3권을 받아 모두 읽었습니다. 어머니는 그 연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작품활동을 하고 계시며 김 회장께서도 글감을 찾아 세계여행을 자주 하시는데 아마 1년에 3분의 1은 여행지에서 보내시는듯 합니다?
"자주 여행을 해요. 직접 보고 쓰는 글이 생생함도 있고 실감도 나요. 원래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또 언제 여행계획이 잡혀 있습니까?
"한 6개월 전, 3월 26일부터 4월 15일까지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크로아티아 등지를 여행하고 돌아와 기행수필을 써서 발표했지요. 오는 8월 23일부터 9월 3일까지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를 다녀올겁니다. 전에도 아일랜드를 다녀와서 '아일랜드 여행기 1 -푸른 눈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발표했는데 이번에 특별히 또 아일랜드를 가는 뜻은 1편에 다 쓰지 못한 것을 완성하기 위함입니다. 100여년 전 일이지만 아일랜드 독립선언문을 낭독하다가 영국군에 체포되어 사형을 당한 조지프라는 스무 여섯살 청년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다룬 수필을 완성하려는 뜻이 있어요. 약혼자 그레이스와 결혼식을 올리려는 바로 그날 체포돼 형장에서 사라진 그는 약혼자와 사형 전날 밤에 감옥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신부 그레이스는 평생 약혼자를 기리며 혼자 살았다잖아요. 얼마나 슬퍼요. 이게 다 글이 됩니다. ㅎㅎ"
-곧 한국에도 가시잖아요. 언제지요?
"9월 20일부터 10월 25일까지 입니다. 고국 방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9월 27일에 계간지 <문학과 비평>사를 방문하여 오레곤문인협회와 MOU를 체결해요. 우리 협회원들이 글을 써도 발표할 지면이 부족하던 터라 이번 MOU 체결을 통해서 발표의 장을 넓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자리에는 협회 회원인 임용근 전의원, 임영희 전 한인회장님도 동석합니다. 그리고 오레곤문인협회 창립 20주년 기념특집호인 <오레곤문학> 통권 15호도 인수해서 돌아올 것입니다."
-책이 도착하면 <오레곤문학> 제15호 출판기념회도 가져야 하겠지요?
"그럼요, 그것까지 마치면 뜻 깊은 한 해가 다 갈 것입니다. ㅎㅎ"
-장시간 대담에 응해줘서 감사했습니다. 얘기를 더하면 끝이 없을 것같아요.ㅎㅎ
"감사합니다. 9월에 서울에 같이 가시면 좋을텐데…"
이렇게 여운을 남기고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 벌써 1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아무쪼록 추억에 남는 좋은 여행을 잘 마치고 안전하게 돌아오시기를 빈다면서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아마 그의 머리 속에는 내년 여행계획도 이미 다 짜여진듯 싶다.
시애틀N=오정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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