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왜 500m 지하 동굴서 나와?'…美 탐험가들, 죽어가던 개 구조

탐험가 둘, 직접 동굴로 기어들어가 개 업고 구조해

 

개 한마리가 사라졌다. 그리곤 500m 지하 동굴에서 발견됐다. ‘애비’라는 이름의 개는 발견 당시 차가운 바위판 위에 웅크리고 있었다. 꼬리를 흔들거나 훌쩍일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은, 생명력이 다해가는 상황이었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게리 킨은 미주리주의 동굴 탐험 중 그의 헤드라이트가 비춘 곳에 개 한마리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게리는 즉각 긴급 구조대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우리는 애비가 너무 약해 걸을 수 없기에 우리의 힘으로 꺼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59세의 킨은 말했다. 킨은 즉시 사진을 찍어 긴급 구조대원에게 전했다. 

소방서장이 도착함과 동시에 인근에 있던 동굴 탐험 마니아 릭 헤일리(66)도 개 구출 소식에 대해 들었다. 릭 역시 킨과 함께 애비 구조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알렸다. 

개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동굴로 내려가 업고 오는 것 뿐이었다. 30년 경력의 동굴 탐험가인 릭은 “만약 우리가 그 개를 꺼내지 못했다면 거기서 죽었을 것”이라며 “개를 구출하는 과정은 수직 등반일 것이기에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해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킨이 릭과 함게 동굴로 들어가기 직전, 동굴 인근에 있던 주민들은 구조돼야 하는 개가 지난 6월9일 실종된 이웃의 혼혈 푸들 ‘애비’라는 것을 알아봤다. 주민들은 개가 직접 동굴에 들어갔을 수도 있고 홍수때 휩쓸렸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애타게 애비를 찾고 있다는 사실이 킨과 릭에게 동기부여가 됐다는 점이다. 

 

릭은 총 한 시간이 걸리는 대장정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애비에게 도착하기 위해 약 15분 동안 포복 자세로 걷고 기어야 했다”며 “그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만 1시간 이상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까다로웠던 점은 애비를 직접 손에서 손으로 천천히 옮겨야 했다는 점이다. 킨은 “이미 동굴 네 곳을 탐험한 상태였기에 피곤했다”며 “그렇지만 우리는 천천히 해냈다”고 말했다. 

당시를 회상하던 릭은 “애비가 자신이 구조되고 있는 것을 알았는지 좁은 공간을 오가야 할 때에도 조용하고 편안하게 있어줬다”며 “애비는 극도로 쇠약했고 음식 부족으로 수척해진 상태였다”고 전했다.

킨과 릭이 애비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자, 애비의 주인인 55세의 제프 보네트는 “애비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다”며 “애비가 어둠 속에 오랫동안 있었던 탓에 빛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시력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주인은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우리는 애비를 데리고 나와 준 두 사람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보네트는 말했다. 그들은 구조에 가담한 이들이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1갤런의 아이스크림을 제공하기도 했다.

릭과 킨 역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들은 “그 주 주말에 동굴 프로젝트에 가지 않았다면 우리는 결코 그 개, 애비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당일 밤, 마침내 베개에 머리를 댔을 때 얼굴에 미소가 번진 채 잠에 들 수 있었다”고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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