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보다 백화점이 싸요"…해외 출국 늘어도 고환율에 면세점은 '진땀'

원·달러 환율 1300원대 넘나들자 면세 쇼핑 혜택↓

면세 혜택 큰 주류·담배는 여전히 '인기'

 

"사려는 제품이 면세점보다 백화점에서 더 싼 경우가 있어요. 실적 쌓을 겸 백화점에서 구매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최근 시내면세점에서 만난 고객 A씨가 남긴 말이다. 강달러 기조에 원화로 환산한 면세점 판매가격이 백화점과 유사한 수준을 보여 구매 메리트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12일 외환시장 거래동향에 따르면 전날 달러·원 환율은 1303.9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선 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3년 만이다.

최근 해외 출국자들이 늘고 있지만 면세점 업계가 반사이익을 크게 누리지 못하는 배경이다. 달러 기준으로 물건을 판매하다 보니 원화로 환산한 제품 가격의 메리트가 희석됐다.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동일 제품 가격이 오히려 싼 경우가 발생해 시내 면세점을 찾는 손님 발걸음이 줄었다.

A씨는 "Z사의 선글라스를 구매하러 갔더니 면세점 재고가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면세 직원이 매장엔 재고가 있다며 가격을 비교해줬는데 백화점 가격과 6000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질 않아 결국 백화점에서 구매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만난 B씨도 "면세 구매 한도가 풀려 명품을 살까 고민했는데 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구매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면세 혜택 한도 역시 600달러 수준이라 구매할 수 있는 제품선택지가 다양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 입국장 내 샤넬 매장이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배지윤 기자


만성적인 재고 부족 현상도 시내 면세점 부진의 원인이 되고 있다. B씨는 "시내면세점에 방문했더니 면세품 재고가 많지 않았고 일부 매대는 텅텅 비어 있었다"며 "무인 매장은 재고 문의가 쉽지 않은데 온라인으로 구매하려 해도 적립금 혜택이 예전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면세 혜택이 큰 담배와 주류는 예외 품목이다. 일부 명품 등은 강달러 기조로 구매유인이 줄었지만 담배 및 주류는 면세점은 얘기가 다르다. 워낙 많은 세금이 붙다보니 면세혜택이 강달러 기조를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

달러 강세에도 전체적인 면세점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는 것도 주류와 담배 덕이다. 한국면세점협회 조사 결과 5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453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5.1% 증가했다.

하늘길이 재개되면서 내국인 매출은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3월 이후 2년3개월만에 1000억원을 넘어섰다.

달러 강세로 일반 제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자 면세점 업계는 담배와 주류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최근 유명 주류를 취급하는 LVMH는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아르망디 디 브리냑'를 399달러에 내놨다. 내국인 구매 한도 400달러 이하로 맞춰 내수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서다. 1+1 혜택 등 다양한 주류 할인 혜택을 선보이고 있다.

평소 출국 때마다 주류를 구매한다는 C씨는 "최근 위스키·와인의 가파른 가격 인상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며 "현재 면세점에서 주류를 구매하는 것이 혜택이 가장 크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급등으로 현재 내국인 출국자들이 면세가 큰 면세 혜택을 보기 어렵다"며 "다만 담배·주류는 면세점 할인 폭이 커 여전히 인기 품목으로 면세점 매출 회복에 기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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