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수필-김윤선] 누리야, 축하해

김윤선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누리야, 축하해


셋, 둘, 하나, 발사!

엄청난 굉음과 화염을 뒤로하고 누리호가 하늘로 치솟았다. 6월 22일, 나로우주센터를 이륙한 누리는 두 팔 벌리고 있는 어미 품에 뛰어드는 아이처럼 쏜살같이, 정확하게 우주의 품에 안겼다. 단 16분 만에 말이다. 1단, 2단, 허물을 벗고 몸체를 줄이며 고도 700㎞에서 지구 저궤도에 안착했다. 

꿈을 발아한 지 36년, 한국은 자력으로 위성을 쏘아 올린 세계 7번째 국가가 됐고, 민간우주개발시대로 가는 디딤돌을 놓았다고 한다. 인도 다음으로 42년간 실용위성 발사에 성공한 나라가 없는 걸 보면 그 과정이 얼마나 정밀하고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얼마나 수고했으면, 연구진들은 성공 소식에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고 인근에 몰려 있던 2000여 명의 관람객은 환호성을 질렀다. 텔레비전 화면으로도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내게 처음으로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건넨 건 공상 만화였다. 그러나 우주 공상 만화는 내 상상의 한계를 벗어나서인지 턱없는 이야기일 뿐 흥미를 끌지 못했다. 나는 지금도 은하계 어느 별에 또 다른 어린 왕자가 살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즐긴다. 미국에서 달 탐사를 위한 우주선 발사를 중단했을 때 은근히 반가웠다. 더는 방아 찧는 토끼를 잃을 염려도, 달에 빌었던 소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컴퓨터 게임으로 쉬 만나는 요즘 아이들에게 우주는 어떤 세상일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우주는 지구 대기권 바깥의 검은 공간을 지칭하는 좁은 의미의 우주이고 넓은 의미의 우주란 모든 사물이 존재하는 형용할 수 없는 큰 규모의 공간을 가리킨다. 인간도 우주의 한 사물이다. 우주의 나이는 대략 138억 년, 인간의 수명이 찰나에 지나지 않는 이유다. 그런 우주가 지금도 여전히 팽창하고 있다니 왕성한 생산력에 놀랍다. 

우주는 여인이다. 생산력은 물론이고 별들을 다독이고 일정한 궤도를 유지하면서 그들을 통찰하고 품는 걸 보면 말이다. 그뿐이랴, 인간 세상에서 쏘아 올리는 인공위성조차 품으니 우주는 여간 통 큰 여인이 아니다. 너그러우면서도 엄격하고 자신의 영역을 넓혀 나가는 담대함을 지녔다. 게다가 이번 누리호 발사처럼 300여 곳의 기업들이 어우러져 함께 땀 흘린 노고를 헛되게 하지 않는 품이 여인 아니고야 어찌 그리할까. 

얼마 전에 ‘돌 틈에 낀 인간이 만든 쓰레기’라는 기사를 읽었다. 미국의 탐사선 피서비어런스호가 화성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떨어진 알루미늄 조각이 돌 틈에 쓰레기처럼 박힌 장면이었다. 벌써 우주 쓰레기가 문제다. 실제로 우주엔 사용기한이 끝나 쓰레기가 되어 버린 인공위성이 많다고 한다. 이번 누리호 발사 때도 혹시나 우주 쓰레기와 충돌할까 봐 여간 조바심을 내지 않은 모양이다. 우주란 김환기 화백의 그림 ‘우주’처럼 크고 작은 별들의 아름다운 집합체라고만 여겼던 내 무지를 비웃는 듯하다. 

그런데 인간이 우주정복을 꾀하는 건 지나치게 발달한 과학의 부추김 때문일까, 아니면 지구의 멸망에 대비한 또 다른 행성 찾기일까. 그보다 혹 우주를 소유하고 싶은 욕심은 아닐까. 그런데 우주는 그런 인간의 속내를 알면서도 인공위성을 제 영역으로 받아들인 건 어떤 이유일까. 우주의 엄연한 체계, 우주질서를 직접 보여주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마냥 내칠 수 없는 모성이었을까. 어쩜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동안 알게 모르게 스며든 우주를 사랑하는 인간의 마음을 본 때문은 아닐까. 그리하여 우주란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가 다 함께 사랑하고 존중해야 할 공간이라는 걸 몸소 깨닫게 하기 위해서일까. 

누리는 지금 제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과기부에서는 내년부터 후속 발사체를 개발하고 2027년까지 11호까지의 발사를 예정하고 있단다. 2031년에는 달 표면에 착륙선도 보낼 계획이라니 마음은 벌써 달에 닿은 듯하다. 오늘 누리의 발사 성공이 우리 모두에게 우주에 대한 더 많은 사랑과 꿈을 꾸게 했다고 믿는다. 누리의 활동을 기대한다. 누리야, 장하다, 그리고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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