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가전 재고·스마트폰 수요 부진에 반도체도 '빨간불'

가전·IT기기 수요 부진…제조사·유통사 모두 재고 늘어

반도체 수요 둔화 이어질듯…3Q D램·낸드 가격 하락 예상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등 여러 악재로 가전·IT기기 출하량이 줄어들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위축되고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재고회전일수는 평균 94일로 예년보다 약 2주 늘었다. 재고회전일수란 가전 재고가 매출로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짧을수록 제조사는 비용 부담이 적다. 삼성전자의 3월 말 기준 재고자산은 47조5907억원으로 전년 동기(30조6200억원)보다 55.4% 늘었다.

가전·IT 제품의 수요가 둔화되는 경향은 해외도 마찬가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최대 가전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의 1분기 재고회전일수는 74일로 작년 평균보다 14일 증가했다. 베스트바이는 올해 삼성전자·LG전자의 주요 매출처 중 하나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지 않아 유통업체에도 재고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제조사의 가전 재고 부담이 커졌다.

재고 압박을 겪는 제조사들이 부품 조달을 연기하면서 반도체 수요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 가격이 전 분기보다 평균 3~8% 하락할 것으로 본다. 이는 2분기 가격 하락폭(0~5%)보다 크다.

여기에 D램 새 규격 'DDR5'를 지원하는 인텔의 차세대 서버 중앙처리장치(CPU)인 '사파이어래피즈'의 출시가 지연되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기존 DDR4보다 성능이 2배 개선된 DDR5를 탑재한 사파이어래피즈는 D램 수요를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혔지만, 인텔은 지난해 3분기 출시 계획을 올해 1분기로 늦췄으며 최근에는 연말에 양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낸드플래시 평균 가격이 전 분기보다 0~5% 내릴 것으로 전망한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2분기에 3~8% 오른 것으로 추산되지만 3분기에는 하락으로 돌아설 것으로 관측됐다. '집콕' 생활로 노트북 등 IT기기 수요가 늘어나는 '코로나 특수'가 끝나면서 제품 수요가 감소해 낸드플래시 공급 과잉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D램(삼성전자 제공) 2021.10.12/뉴스1


특히 가장 큰 성장을 기대했던 스마트폰에서 수요 부진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3500만대 줄어든 13억5700만대로 추정된다. 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라 모바일 등 IT 완제품의 부진과 여러 어려운 상황으로 메모리 가격의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하락과 수요 부진은 전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유진투자증권은 60조7000억원으로 예상했던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을 58조3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한금융투자도 SK하이닉스의 연간 실적을 18조1541억원에서 15조5182억원으로 낮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과 관련해 가격 급락이 예상되는 PC·모바일·소비자가전용 제품에서 아직 수요가 높은 서버용 제품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며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이마저도 서버용 CPU를 대규모로 발주하는 미국 지역 데이터센터들이 최근 대폭 인상된 금리로 인해 투자를 미룰 경우 D램 수요 부진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27~29일 열리는 반도체 부문 글로벌 전략협의회에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인플레이션 등 악재가 빨리 종료돼야겠지만 외부 변수의 개선을 기다릴 수만은 없다"며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등 내부 체질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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