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오늘 이스탄불서 대면 협상…타결 전망 낮지만 '일부 진전'

크름 러 귀속·돈바스 독립 인정 문제 '걸림돌'…우크라 안전보장도 '하세월'

핵심 사안 부딪치지만…전쟁 장기화 우려 속 우크라이나 "인도적 문제 만이라도 해결" 호소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단하기 위한 러·우크라 평화협상이 29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2주 만에 대면으로 개최된다. 

전쟁이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협상 때마다 휴전 기대감이 높지만, 결정적 문제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합의 타결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다만 협상에서 러시아 역시 이전보다 '양보의 제스처'를 보인다는 점은 주목된다. 

EU 가입까지 양보한 러, 새 협상 초안에 '탈나치화' 빠졌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새 휴전협상 초안에서 러시아가 더 이상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초안에는 비무장과 우크라이나내 러시아어 사용 법적 보호 관련 내용도 담기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단념한다면 국제 안전보장과 유럽연합(EU) 가입도 받아들인다는 내용도 담겼다고 FT는 전했다.

앞서 양측 협상을 중재하는 국가 중 하나인 터키의 이브라힘 칼린 대통령실 대변인은 현지 일간 후리예트 인터뷰에서 양측이 협상 중인 사안을 "우크라이나의 중립, 군축 및 안전 보장, '탈나치화', 우크라이나내 러시아어 사용 애로 폐지, 돈바스 분리 지위 및 2014년 러에 병합된 크름(크림반도) 지위 인정"으로 정리한 바 있다. 

이 중 일부 사안이 논의 테이블에서 빠지면, 결국 우크라이나의 중립과 이를 위한 안전 보장 및 영토 문제라는 핵심 사안만이 남게 된다.

◇국제 안전보장 '하세월' 전망 

우크라이나는 2019년 개정 헌법에 나토 가입을 명시했지만, 이번 전쟁 발발 후 휴전 조건으로 나토 가입 단념을 시사했다. 핵무기 개발이나 외국 군대의 주둔과 군사기지 유치도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그 전제 조건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중국, 이탈리아, 폴란드, 이스라엘, 터키를 포함한 주변 국가들의 안전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침공 즉시 집단방어 의무'가 발동되는 '나토 헌장 5조'에 준하는 보장을 요구한다고 우크라이나 협상단 측 다비드 아라카미아 집권당 대표는 FT에 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국제 안전보장이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들 국가 중 어느 나라도 합의에 동의한 적이 없으며, 공식화하기 위해선 각국 의회 비준도 필요한 사항이라고 FT는 짚었다. 다만 아라카미아 대표는 "아직까지 거부한 나라들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제3국의 안전보장을 전제로 한 중립국화와 비핵보유국 지위를 약속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해당 내용이 우크라이나 절차상 국민투표 의결 대상이란 점을 강조했는데, 이 과정은 최소 1년이 걸릴 수 있다. 또 우크라이나는 국민투표를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휴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토 문제도 '걸림돌' 

이번 협상을 앞두고 지난 28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부 돈바스 지역과 관련해 타협(compromise)하길 원한다"고 말한 점은 새로운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는 2014년 러시아가 남부 크름(크림반도)을 병합한 뒤 8년간 분쟁 지역으로 떠올랐는데, 내전을 촉발한 친러 분리주의 세력을 러시아가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전쟁 명분을 '돈바스의 집단학살(제노사이드) 문제 해결'로 걸고, 침공 직전 이 지역을 독립국으로 승인했다. 이번 협상 국면에서도 재차 우크라이나에 크름의 러시아 귀속과 돈바스 독립 지위를 공식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다만 영토할양 문제를 두고 우크라이나는 양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튿날 대국민 연설에서는 "영토 문제는 양보하지 않겠다"고 번복했고, 아라카미아 대표 역시 "우크라이나 독립선언서에 있는 국경 이외에는 어떤 종류의 국경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위와 같은 발언을 했을 수 있다. 돈바스는 러시아 내에서 이번 전쟁의 명분이었던 만큼, 협상 국면에서 결국은 '가장 어려운 지점'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FT는 "현재 검토 중인 코뮈니케 초안은 가장 큰 쟁점을 향후 있을 푸틴과 젤렌스키의 회담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고 전했다.

◇정상회담 담판 찾으려는 우크라…인도적 문제 해결 호소도  

일단 우크라이나 측이 더 많이 양보하는 듯한 이번 협상에 임하는 우크라이나의 목표는 휴전과 인도적 문제 해결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날 이스탄불에서 "최대 목표는 안정적인 휴전 합의이고,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인도적 문제라도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이번 협상에 임하는 목표를 밝혔다. 

실무 차원에서 휴전이 성사되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외무장관이 별도로 만나 안전보장과 우크라이나내 러시아어 사용자 보호 등의 문제들도 합의 짓게 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다만 전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 대변인은 푸틴-젤렌스키 정상회담이 준비되는 움직임은 없다고 일축했다. 실무 협상이 아직은 두 정상 간 만남을 계획할 수준까지 진전되진 않았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협상은 개전 나흘 만인 지난달 28일부터 열리고 있다. 

1차와 2차, 3차까지는 논의가 전쟁 중 민간인 대피와 식량·의약품 호송을 위한 인도주의 통로 제공을 위한 임시 합의 정도에 머물렀다면, 지난 14일부터 2주간 화상으로 진행한 4차 협상은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와 영토할양 문제 등 보다 근본적인 차원으로 논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비록 핵심 쟁점이 평행선을 달리긴 하지만, 이번 이스탄불 회담은 이 같은 2주간의 '근본적인 문제 협상'을 거친 뒤 양측이 첫 대면하는 자리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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