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차회담 불투명…러軍, 키예프·하르키프 공격 23명 사망
- 22-03-02
타스 "우크라와 회담 예정"…젤렌스키 "폭격 중단·철군부터"
러軍, 키예프 TV 방송 타워·하르키프 시청 건물 무차별 공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엿새째인 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민간인 지역을 공격해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2차 회담이 2일 열릴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차 회담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도시들에 대한 폭격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실제 성사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측 소식통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2차 회담이 2일 열릴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앞서 양측은 지난달 28일 벨라루스 국경 인근 모처에서 1차 회담을 가졌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양측 간 우선 순위가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즉각적인 휴전과 러시아 병력 철수를,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의 중립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원한 것으로 추측된다.
러시아 대표단 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대통령실 보좌관은 2차 회담은 '수일 내에' 폴란드-벨라루스 국경 지역에서 열릴 것이라며 이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2차 회담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도시들에 대한 폭격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점은 성사 여부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수도 키예프 정부 청사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우선 협상 테이블에 앉기 위해서는 완전한 휴전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2차 회담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으나 "전쟁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긴장 완화를 위한 중재 역할을 자임한 터키 측은 2일 회담이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브라힘 칼린 터키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2일 회담을 가질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칼린 대변인은 "그들은 2일에 만나지 않을 것"이라며 "2차 회담은 며칠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터키 측이 양국 대표단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키예프·하르키프 공격으로 23명 사망…러군, 민간인 거주 지역 무차별 공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엿새째인 이날에도 러시아군은 민간인 지역에 대한 폭격과 포격을 이어갔다.
로이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날 러시아가 가장 참혹한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사건 장소 중 하나였던 키예프의 '바비 야르' 학살 사건 희생자들의 추모 시설 인근에 있는 TV 방송 타워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군이 바비 야르 추모 시설 인근의 TV 타워를 공격했다"며 "러시아의 범죄자들이 야만적인 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지 구조대는 이번 공격으로 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공격은 러시아 국방부가 키예프의 보안 시설에 대한 공습을 예고하며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촉구한 뒤 발생했다.
앞서 이고르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공습은 러시아에 대한 '정보 공격'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보안 시설 근처에 살고 있는 키예프 주민들은 그들의 집을 떠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이날 하르키프 동부 민간인 거주 지역에 대한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습으로 8명이 숨졌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또 이날 오전 8시쯤 러시아 미사일이 하르키프 시청 건물을 타격해 최소 10명이 숨지고 20명 이상이 부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공격에 대해 "전쟁 범죄"라고 명명하며 "러시아에 의해 자행된 국가 테러"라고 비난했다.
◇美 국방부 "러군, 키예프 북쪽서 교착상태에 빠져"
민간인 지역에 대한 폭격과 포격과는 별개로 키예프를 향해 진군하던 러시아군이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미국 국방부의 분석이 나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키예프를 향해 진군하던 러시아군이 지난 24시간 동안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군이 일부 부대의 식량·연료 부족 등 병참 문제에 직면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으며 부대 편성을 다시 하면서 작전을 재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부 러시아 부대의 사기가 저하된 징후를 포착했다"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저항과 사기 저하 문제에 크게 놀란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은 지금까지 400여발의 미사일을 우크라이나로 발사했는데도 공중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공격 과정에서 국제법상 금지된 진공폭탄(vacuum bomb)을 사용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러시아가 진공폭탄을 사용할 수 있는 발사체 시스템을 갖춘 것은 사실이지만 사용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 중국에 중재 요청…中 "모든 노력 기울일 것"
키예프를 향해 진군하던 러시아군이 교착상태에 빠진 사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우방국인 중국에 중재를 요청하는 등 외교적 해법을 모색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성명에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이날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통화를 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이용해 러시아의 침공을 중단시켜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왕 부장이 "중국은 외교를 통해 전쟁을 끝낼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준비가 돼 있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언론도 이날 왕 부장과 쿨레바 장관의 통화 소식을 전했다.
중국 중앙(CC)TV에 따르면 왕 부장은 쿨레바 장관에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갈등이 발생한 것을 중국 정부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민간인이 입은 피해에 극도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우선 과제는 갈등이 고조되거나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라며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왕 부장은 이날 쿨레바 장관에게 우크라이나가 현지 체류 중국인을 대피시키기 위해 열차를 설치해준 데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G7 재무장관들,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논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도 이어지고 있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이날 열린 화상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논의했다고 로이터·AFP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G7 순회의장국인 독일의 크리스티안 린트너 재무장관은 이날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제재 이행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며 추가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제안도 교환했다"고 밝혔다.
린트너 장관은 "앞으로 며칠 안에 이 제안에 대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며 "우리는 정치적, 재정적, 경제적으로 러시아를 고립시키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G7은 지난달 러시아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접근을 차단하는 제재를 발표했다. 북한과 이란에만 적용됐던 스위프트 제재는 거의 모든 국제 금융거래 봉쇄로 이어지기 때문에 '금융의 핵무기'로 비유될 만큼 강력한 제재로 꼽힌다.
린트너 장관은 이에 대해 "제재는 이미 자본시장과 통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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