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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구원에 이르는 여정(2)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구원에 이르는 여정(2)


그리고 기독교에서는 우리 스스로의 의지로 짓는 자범죄만이 아니라 인류의 선조인 아담과 하와의 범죄이후 계속 유전되어 내려오는 원죄까지도 모든 인간에게 주어져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 원죄의 문제를 일본의 종교작가 미우라 아야꼬가 쓴 ‘빙점’이라는 작품에서 잘 이해시키고 있습니다.

소설 빙점의 주인공은 20세 가까운 요오꼬라는 아가씨입니다.

어려서 부모를 여윈 그녀는 외모로나 성품으로나 나무랄데 없는 지극히 모범적인 소녀로 양부모 밑에서 자랍니다. 성장 과정에서 그녀의 양어머니가 온갖 방법으로 요오꼬를 모함하고 학대하며 괴롭히지만, 양심에 한 점 부끄럼이 없는 그녀는 자신의 내면만 완벽하다면 외부에서 밀려오는 그 어떠한 박해도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면서 꿋꿋하고 고결하게 살아갑니다. 

그러나 어느 날 요오꼬는 그녀의 죽은 아버지가 살인범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 어떠한 방법이나 노력으로도 지워질 수 없는 살인범의 피가 혈관 속에 흐르고 있다는 사실 앞에 절망하여 끝내 죽음을 택하게 됩니다. 요오꼬가 자살하기 직전에 그녀의 양부모와 애인에게 남긴 유서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 지금까지 제가 아무리 괴로운 일이라도 능히 참을 수 있었던 것은, 나는 결코 나쁘지 않다. 나는 옳다. 나는 절대로 때가 묻지 않았다는 자신감에 의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살인범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지금에 와서 저는 의지하고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살인은 물론 법에 저촉될만한 죄는 짓지 않았지만 아버지가 살인자라는 것은 저에게도 그럴 가능성이 있음을 깨우쳐줍니다. 내 속에 단 한점 죄의 흔적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건방진 저는 이제 나 자신이 죄많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마음에 두고는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요오꼬라는 이름처럼 이 세상에 빛과 같이 밝게 살려고 저는 모든 정성과 노력을 가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로나 힘껏 살아온 이 요오꼬의 마음에도 ‘빙점’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의 마음은 얼어붙었습니다. 그 얼어붙은 빙점은 바로 ‘너는 죄인의 자식’이라는데 있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누구에도 용서를 구해본 적도 없었고, 용서를 구할 일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용서를 빌어야 하겠습니다…”

“…저의 피속에 흐르고 있는 죄를 분명히 용서해준다고 말해줄 수 있는 어떤 권위있는 존재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유서의 끝 부분에서 요오꼬는 “…저의 피속에 흐르고 있는 죄를 분명히 용서해준다고 말해 줄 어떤 권위있는 존재가 절실히 필요합니다”라고 갈구했는데, 필자는 이 부분이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은총을 믿고 있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이 세상의 그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우리의 죄를 분명히 용서한다고 말해 줄 ‘어떤 권위있는 존재’가 바로 우리의 속죄주 예수 그리스도라고 주저없이 말하겠지만, 빙점의 저자는 그러한 속죄주가 반드시 필요하고 또 찾아가도록 강하게 암시하고 권유하고 있을 뿐, 예수 그리스도니, 속죄니, 구원이니 하는 용어는 한마디도 쓰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그 부분은 작가가 다룰 영역 밖의 문제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은 이 세상에 ‘나는 죄가 없나’라고 고개를 높이 드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들도 어쩔 수 없는 죄인임을 깨닫게 하고 내 책임의 한계 넘어에 있는 원죄를 발견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 죄의 문제를 해결지을 수 있는 존재를 갈망하며 찾아가도록, 아니 그 존재를 찾지 않고는 도저히 생을 긍정할 수 없을 만큼 죄의 심각성을 일깨워 주고 대속의 은혜를 통하여 인간을 죄와 죽음으로 부터 구원하는 기독교에의 귀의를 강하게 암시하는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듭되는 말이지만 요오꼬는 자의적으로 다른 죄나 양심이 가책이 전혀없는 완벽한 인간으로 떳떳하고 자신만만하게 살아왔지만 그 자신 속에 자기도 모르게 자리잡고 있는 죄성, 자기 책임의 한계 밖에서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그 불가항력적인 죄성을 어떻게 해결할 길이 도저히 없다는데에 절망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다름 칼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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