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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시간이 남기는 유산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시간이 남기는 유산 


우리는 지나간 과거의 역사를 뒤돌아보면서 “이것도 곧 지나갈 것이다”라는 그 말이 얼마나 실감이 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일제의 침략과 혹독한 탄압으로 고통 당하던 그 피눈물의 세월도 지나갔습니다. 그토록 처참했던 6ㆍ25 전쟁으로 수 백만의 인명이 희생된 그 통곡의 날들도 지나갔고, 천만명 이산 가족들의 애끓는 탄식의 날들도 지나갔고, 전국이 초토화되어 우방들의 구호만을 애타게 호소하던 굶주리고 헐벗던 그 악몽 같은 가난의 때도 지나갔습니다. 

그런가 하면 하늘을 찌를 듯이 환호하던 8ㆍ15 광복의 그 벅찬 감격도 다 지나갔고, 일제의 종살이에서 벗어나 우리의 독립국가 대한민국이 탄생되던 건국의 그날 그 감격도 지나갔습니다.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던 위기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기적같이 서울을 탈환하고 38선을 넘던 그날의 꿈같은 감격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이제 우리들 각자의 지난 날을 돌이켜 봅시다. 정든 사람들과의 이별의 아픔, 사랑하던 가족들과의 사별의 슬픔, 때로는 육신의 질병과 마음의 번민으로, 때로는 남모를 고뇌로 잠 못 이루던 그 날들이 다 바람처럼 지나갔습니다. 

또한 나만이 누리는 축복인 양 가슴 벅찼던 그 감격의 순간들, 잠이 오지 않을 만큼 행복했던 그 보석처럼 소중한 젊음의 날들이 모두다 안개처럼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과거에 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그 기쁨, 그 슬픔, 그 즐거움, 그 고통은 오고 또 오고,가고 또 갈 것입니다. 이처럼 모든 희로애락이 계속 순환하다가 언젠가는 그 순환이 멈추는 때가 옵니다. 인생 백년이 마감되는 때입니다. 

그렇다면 그 인생 100년 동안에 명멸했던 온갖 희로애락은 왜 있었던 것이며 그것들이 지닌 의미는 무엇이며 그 후에 남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우리가 화단을 가꾸어 보면 압니다. 화단에 씨를 뿌리고 물을 줄 때 처음 며칠 동안은 맨 흙에 물만 소비하는 것 같지만 계속 물을 주면 거기에서 예쁜 꽃들이 피어납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반복되는 희로애락은 무의미하거나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그 어떤 귀중한 가치를 잉태시키고 산출시키려는 하나님의 뜻에 의해 나타나는 사건들이라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그 귀중한 가치란 곧 우리의 믿음에서 자라나는 신앙인격입니다. 

언젠가 우리가 하나님 앞에 서게 될 때 지니고 갈 것은 무엇이며 보여드릴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벌어놓은 재물이겠습니까? 지위나 명예이겠습니까? 학문이나 예술이나 기술이겠습니까? 이유를 알 수 없이 왔다가 가버린 수 많은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얻은 교훈과 체험을 통해서 성숙된 신앙인격, 그것만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기대하시는 유일한 가치입니다. 

그 믿음의 성숙을 위하여 우리에게 햇볕도, 비 바람도, 단비도, 눈보라도 겪게 하시면서 연단시키시고 성장시키셨습니다. 때문에 우리에게서 희와 락이 떠나갔다고 슬퍼할 것도 아니고, 노와 애가 닥쳐왔다고 낙심할 것이 아니라 오직 그것들이 통과하는 동안 성숙해진 우리의 신앙인격만을 기뻐하며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의 인생길에서 맞는 온갖 희로애락의 의미가 채워지게 될 것입니다. 

필자는 서정주 시인이 그의 시에서 보여준 한 송이 국화꽃을, 그동안 지켜온 소중한 믿음에 대입시켜 읊어보곤 합니다. 한 송이 국화꽃처럼 아름답고 소중한 그 믿음도 그 믿음이라는 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울었고,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꽃이 피던 전날 밤에는 무서리까지 내리는 진통이 있었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고뇌의 밤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 모든 시련의 진통에서 피어나는 국화꽃은 시간이 우리에게 남겨주는 진귀한 유산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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