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사피엔스인 현생 인류의 몸에 3만년 전에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섞여 있다는 연구보고서를 워싱턴대학(UW)이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의 기원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기존 학설을 뒤집는 내용으로 인류기원과 계보를
다시 써야 하는 연구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UW 벤자민 베르놋 박사와 조슈아 아케이 박사 팀은 29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을 비교 분석한 결과, 1~3%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버드 의대 스리람 산카라라만 교수 팀도 이날 ‘네이처’에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머리카락과 피부를 생성하는
유전자, 크론병이나 낭창(결핵성 피부염)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공통적으로 발견됐다는 연구결과를 게재했다.
‘인류’가
탄생한 것은 구석기시대인 230만~240만년 전으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는
화석인류가 등장한 것이 시초다.
이어 ‘손을 쓰는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하빌리스가 등장하고 이어 ‘서
있는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에렉투스와 네안데르탈인이 출현한 뒤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나타난다.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사피엔스와 크로마뇽인으로 대표되는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의 시대가 그것이다.
기존 학설은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나타나 대륙으로 이동하면서 다른 종과 경쟁을 했고 유일하게 살아남았다고 주장한다. 이 ‘아프리카
기원설’은 UC-버클리의 레베카 칸 교수 연구팀이 1987년
인간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분석해 내놨다.
칸 교수는 호모사피엔스가 이주하면서 동시대에 살던 네안데르탈인을
몰아내 결국 멸종시켰을 것으로 추측했고, 이 같은 가설은 한동안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몰아낸 것이 아니라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함께 살았으며, 짝짓기를 통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현생인류에까지 전달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나란히 실린 이들 연구보고서는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가 됐다. UW 베르놋 박사팀과 하버드 의대 산카라라만 교수팀은 네안데르탈인의
특정 유전자가 짝짓기를 통해 호모사피엔스로 유전됐을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