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케냐 쇼핑몰에 난입해 무차별 살상과 인질 대치극을 벌이는 테러리스트들을 통솔하는 지휘자가 20대의 백인 여성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케냐 군 당국은 23일 영국국적의 사만다 루스웨이트(29)가 이번 쇼핑몰 테러를 이끈 주요 인물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루스웨이트는 지난 2005년 7월 7일 런던 지하철 자살폭탄테러의 주범 저메인 린지의 미망인으로 이른바 '화이트 위도우(White Widow)'로 불리는 과부이다.
사건을 자행했다고 밝힌 알샤바브도 전날 밤 트위터에 "셰라피야(루스웨이트의 이슬람 이름)는 용감한 여성"이라며 "그가 (쇼핑몰을 공격한 무리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서 또다른 트윗에서 "무준구(백인을 뜻하는 스와힐리어) 여성 1명이 이번 작전을 전체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모두 그로부터 지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생존 목격자들도 히잡을 착용한 백인 여성이 사건 현장에서 괴한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알샤바브에 따르면 루스웨이트 외에 리반 애덤(23)과 아흐메드 나시르 시르둔(24) 등 두 명의 영국인도 이번 테러에 가담했다.
군인 출신 아버지를 둔 루스웨이트는 영국 버킹엄셔 에일즈베리에 거주하다 이슬람으로 개종한 뒤 8년 전 런던 지하철 테러를 이끈 저메인 린지를 만나 결혼했다.
남편이 26명이 숨진 7/7 테러에 가담한 4명의 자폭테러범 가운데 한 명으로 드러난 뒤 "순진했던 남편이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인터뷰한 것을 마지막으로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갔다.
당시 영국 경찰은 테러에 린지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혐의점을 찾지 못한 채 그 해 말 가족에 대한 수사를 종결지었다.
그러나 루스웨이트 또한 테러에 깊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추후 드러났다. 2011년 12월 케냐 대테러경찰은 루스웨이트가 살던 몸바사의 한 아파트에서 7/7 테러 당시 린지가 사용한 것과 같은 성분의 화학물질을 발견했다. 루스웨이트의 명의로 임차한 또 다른 고급 빌라에서도 탄약과 기폭장치, 자동 소총, 현금 등이 발견됐다.
루스웨이트는 나탈리 페이 웹이라는 가짜 남아프리카공화국 여권으로 신분을 위장한 채 케냐에 거주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케냐 경찰은 즉각 루스웨이트의 사진을 일반에 공개하고 "폭발물을 사용해 무고한 민간인들에게 해를 입히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며 수배령을 내렸다.
영국 경찰에 따르면 루스웨이트는 이후 파키스탄에서 태어나 영국에 살던 케냐인 하비브 살레 가니의 도움을 받아 도피행각을 벌여왔다.
루스웨이트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영국인 저메인 그랜트는 폭탄제조에 필요한 화학물질을 소지한 채 체포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루스웨이트는 소말리아에서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자폭테러단체 양성에 연루되기도 했다.
지난해 케냐 교회와 유로 2012 경기를 보던 '카피르(이슬람 교도들이 이교도를 가리키는 용어)'들을 겨냥해 수 차례 발생한 폭탄 공격의 배후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한 동아프리카에서 알카에다에 자금을 지원하고 테러범 양성에 필요한 무슬림 청소년 인신매매 등에 가담한 의혹도 받고 있다.
그는 린지와의 사이에서 낳은 2명을 포함해 3~4명의 자식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케냐 대테러경찰 고위 관계자는 "몸바사에서 알카에다에 자금 지원을 해온 것으로 보아 이번 공격에도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 현장의 목격자들은 테러범들의 주 타깃이 백인이었다며 "이슬람 창시자 모하메드의 어머니 이름이나 코란의 한 구절을 대라고 주문한 뒤 대답하지 못하면 즉각 처형했다"고 밝혔다.
알샤바브는 트위터에서 테러범들이 소말리아 뿐 아니라 핀란드, 케냐, 캐나다, 미국 등 다국적 조직원으로 구성됐다고 주장했다.
케냐 당국은 현재 이스라엘, 미국, 영국 요원들의 협조를 받아 테러범 무력 진압 작전을 벌이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