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대학(UW) 북소리서 항우연 사직 뒤 첫 한국어 강연
“10~20년 뒤 최초의 우주인 역할에 매일 매일 고민중”
태극 문양 귀걸이...“내 문제와 관련해선 시간 갖자”
미국으로 생활 근거지를 옮겨 많은
논란을 빚었던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37) 박사가 미국서 한국어 강연을 재개한 뒤 자신과 둘러싼 여러 이야기에 대한 입을 열었다.
이씨는 지난 27일 워싱턴대학(UW) 한국학 도서관이 마련한 ‘북소리’(Booksori) 강사로 나와 ‘무중력으로부터의 깨달음’이란 제목의 강연을 통해 우주인 당시의 경험과
현재 자신과 둘러싼 상황에 대한 입장 등을 3시간 가까이 풀어냈다.
이씨가 지난해 8월12일 자신이 휴직 상태로 있었던 한국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을 퇴직하면서 한국에서는 ‘먹튀’ 논란이 일었고 이를 계기로 이씨는 한국 언론과 접촉은 물론 한국어 강연도 사실상 그만뒀다.
지난 2013년 8월
시애틀 인근에 있는 퓨알럽 안과의사인 한인 1.5세 정재훈(41)씨와 결혼해 생활하고 있는 이씨가 한국 언론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한국어 강연을 재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날 강연에는 정씨도 참석했다. 이씨는 그 사이 시애틀 보잉 항공박물관과 워싱턴주 피어스칼리지
등에서 가끔 영어로 강연을 했었다.
이씨는 이날 자신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다루지 않았지만 때로는 사실이 왜곡된 것에 대한 해명을 했고,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계획 등도 우회적으로 밝혔다.
최근 이씨가 오하이오대학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학(ISU) 교육프로그램인 SSP15(Space Studies Program 2015)에 패널로 참가한 것에 대해 한국 언론이 ‘260억
들인 ‘한국 첫 우주인’ 이소연, 미국서 노하우 전수’란 제목으로 보도한 것에 대해 해명했다.
그녀는 “이 프로그램은 미국이 아니라 전세계 30개국이 미래 우주 차세대를 양성하기 위해 마련하고 있으며 나는 최근에 매년 패널로 참가해왔다”고 말했다.
2008년 우주를 다녀왔지만 한국 우주산업이 아직도 발달되지
못한 점을 감안해 우주인으로서는 처음으로 9주짜리인 이 프로그램에 학생으로 참가했던 것을 주최측이 높이
사서 매년 패널로 초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이 오스트리아ㆍ중국ㆍ대만 등에서 열렸고 지난해에는 캐나다에서
이 프로그램이 열렸는데 그때도 참석했는데 올해 프로그램이 미국에서 열린 것뿐이었다.
이씨는 지난 2006년 3만6,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한국 최초 우주인으로 선발된 뒤 2008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10일간 머물면서 18개의 우주실험 임무를 완수하고 복귀한 뒤 항우연에 근무하면서 260차례에 걸쳐 강연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2012년 8월
항우연에 휴직계를 낸 뒤 유학길에 올라 UC 버클리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았고, 그 사이 남편을 만나 결혼에 까지 이르게 됐다.
이씨는 이날 북소리 강연에서 “(우주 다녀온 뒤) 시속 120km로 달리는 자동차처럼 돌아다녔는데 그게 맞는 방향인지
헷갈리면 일단 차를 세워 멈춰야 한다”며 “지금 어느 정도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란 타이틀을 달고 다니며 분주하게
살면서 강연에만 매달려야 했던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 끝에 미국행 유학 결정을 했다는 이야기이다.
유학에다 결혼, 미국 영주권 획득 등을 ‘260억원 먹튀’ 논란이나 비난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이씨는 “지금 많은 일들에 대해 변명하고 싸움하고 대응하고 반박한다면
일이 더 복잡해질 것”이라며 “언젠가는 이 모든 상황을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고 마음 편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날 ‘태극문양’의
귀걸이를 하고 강연에 나선 이 박사는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어느 정도 발전이 이뤄진 1970년대에
태어나 3만6,000명 가운데 2명에 뽑혔고, 최종적으로 우주인으로 뽑힌 나는 ‘너무나도
감사한 운’을 가졌다면서 “저는 그냥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보다
더 감사할 것이 많고 이에 따라 더 생각하고 고민하고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잘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당장 지금의 문제에 급급하기 보다는 10년이나
20년 뒤 ‘최초의 우주인’으로
역할은 어떻게 해야 하고 이를 위해 현재는 무엇을 해야 하는데 날마다 고민하고 있다”며 “최초의 우주인으로서의 내 스스로의 양심에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도록 살겠다”고
다짐했다.
이씨는 마지막으로 “조종사든 과학자든 우주에 다녀온 우주인으로
배우고 느낀 것을 나누는 것은 모든 우주인의 의무”라며 “우주에
다녀온 사람으로서, 지구에 함께 사는 일원으로 우주 경험을 듣겠다는 사람들이 있다면 가능한 한 가서
강연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