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성지순례 행사 '하지'에 참여했다가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미나에서 일어난 압사사고로 인해 다친 부상자들이 길거리에 앉아있다. 이날 사고로 717명이 숨지고 863명이 다쳤다.© 로이터=뉴스1>
863명 부상 등 1,600여명 사상자…한국인 피해자 아직 없어
사우디 보건장관 "규칙지키지 않은 순례자 때문" 책임 떠넘기기
이슬람 최대 연례행사인 '하지'를 맞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성지 순례에 나선 순례객들이 24일(현지시간) 메카 인근 미나에서 도로에 한꺼번에 몰리며 1600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우디 민방위는 이날 메카 동부 외곽 5㎞지점에 위치한 미나에서 순례자들이 부딪혀 넘어지는 사고가 일어나 최소 717명이 압사하고 86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날 사고는 현재까지 파악된 1500여명의 피해자 수 만으로도 최근 25년 동안 하지 때 발생한 인명사고 중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되게 됐다.
희생자 중에는 이란인 43명 등 외국인들도 포함돼 있다. 외교부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까지 한국인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부상자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으며 상당수가 중상자여서 사망자수도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날 사고는 오전 9시께 미나에서 자마라트로 가는 주요 도로 중 하나인 204번 도로와 223번 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일어났다.
자마라트는 악마를 상징하는 이른바 '마귀 돌기둥'에 돌을 던지는 의식을 하는 곳으로 매년 하지 때마다 많은 순례자들이 몰리면서 사고 위험이 높은 곳이다.
전날 메카를 방문했다가 미나에서 하룻밤을 묵은 성지 순례자들 중 2개의 대규모 그룹이 동시에 숙소에서 가까운 해당 교차로로 진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서로에게 부딪히고 걸리면서 순식간에 1000명이 넘는 인원이 넘어져 깔렸다.
사이드 오하디 하지 조직위원장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자마라트로 가는 길 2곳이 폐쇄됐다"며 이 때문에 사고 현장으로 인파가 몰려들었다고 설명했다.
민방위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사고 현장에 구조대원 4000여명과 220여대의 구급차를 급파했다"며 "현재 희생자와 부상자를 이송하고 순례자들을 다른 길로 돌아가도록 하는 안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부상을 입은 순교자들이 평화 속에서 휴식해 빨리 회복되기를 알라신께 간구한다"고 덧붙였다.
현장에는 야광 조끼를 입은 구조대원과 적신월사(적십자와 유사한 이슬람 구호단체) 대원들이 들 것으로 부상자를 나르거나 심폐소생술을 진행하며 구조작업을 펼쳤다.
하지는 전 세계 15억 무슬림들이 죽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하는 5가지 의무 중 하나이다.
메카의 카바 신전에 있는 성스러운 돌에 입을 맞추고 주위를 7바퀴 도는 것으로 시작되는 하지는 이후 미나에서 하루를 머무는 것으로 이어진다.
다음날 아라파트 평원에서 일몰을 맞은 후에는 무즈달리파에서 주은 돌을 가지고 미나로 와서 마귀 돌기둥에 던지면서 마무리된다.
하지의 마지막 날에는 양을 희생시키는 제사 '이드 알아드하'가 함께 이뤄지면서 절정을 맞이한다.
올해에는 약 200만명의 순례자가 사우디를 방문할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 기간 사우디에서는 과거에도 다수의 인파로 인한 압사사고가 자주 일어났다.
1990년에는 메카와 미나, 아라파트 평원을 잇는 보도 터널에서 압사사고가 일어나 1426명이 숨졌다.
미나에서는 돌던지기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자마라트로 향하던 인파들이 엉키면서 1994년에는 270명이, 2006년에는 364명이 각각 숨졌다.
때문에 하지를 앞두고 이슬람권에서는 매년 사우디에 안전을 당부했지만 여전히 관리가 소홀하다.
특히 지난 11일 메카 대사원에서 확장 공사 도중 크레인이 붕괴되면서 110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난 지 불과 13일 만에 일어난 대형 참사라는 점에서 이란 등 중동국가의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칼레드 알팔리 사우디 보건장관은 이번 사고가 "규칙을 지키지 않은 순례자들 때문에 일어났다"며 책임을 순례자들에게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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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순례객 캠프가 가득 들어선 사우디 미나의 모습. © 로이터=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