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장협착 수술로 세상을 떠난 가수 고(故) 신해철씨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를 사건 발생 6개월만에 발표했다.
경찰은 신씨에 대한 수술을 집도한 강세훈(44) 원장의 과실로 신씨가 사망했다고 판단해 강 원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강세훈 서울스카이병원장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강 원장은 지난해 10월17일 오후 4시45분쯤 송파구에 위치한 스카이병원 3층 수술실에서 신해철(사망당시 46세)씨를 상대로 복강경을 이용한 위장관유착박리술을 실시했다.
강 원장은 이 과정에서 애초 수술 대상이 아닌 위축소술을 신씨 동의 없이 병행했다.
이에 따라 강 원장은 신씨의 상부소장 70~80㎝ 하방에 1㎝의 천공과 심낭에 3㎜의 천공을 입혔고 신씨는 이로 인해 복막염 및 패혈증을 앓기 시작했다.
강 원장은 수술 후 신씨에게서 마약성 진통제가 듣지 않을 정도의 지속적 통증과 고열, 백혈구 증자 등 복막염을 의심할 소견이 발견됐음에도 위장관유착박리술에 따른 후유증 정도로만 판단하고 신씨에게 "통상적인 회복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과정에서 강 원장이 신씨의 통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적절한 진단 및 치료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17년 경력의 외과의인 강 원장은 신씨가 수술 직후부터 극심한 흉통을 호소하고 있음을 보고받았고 더불어 신씨의 흉부 엑스레이 촬영 결과 종격동 기종과 심낭기종이 발견됐음에도 위급한 상황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단순히 수술 후 회복과정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해 원인 규명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강 원장이 수술 이후 부작용에 대한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은 결과 신씨는 같은달 27일 저녁 8시19분쯤 서울아산병원에서 범발성 복막염, 심낭염, 저산소허혈성 뇌손상 등에 의해 사망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강 원장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됨에 따라 강 원장의 의료과실을 입증하기 위해 고소인인 신씨 부인 윤모(37·여)씨를 조사했다. 또 스카이병원 진료기록부를 압수수색하고 강 원장과 관련자를 소환했다.
경찰은 의료과실 여부와 관련해 쟁점이 된 소장천공과 복막염진단, 소심낭 및 횡경막 천공, 종격동 기종 및 심낭기종의 진단, 급성심근경색의 진단, 심폐소생술 및 응급조치 등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이와는 별도로 서울 시내 모 대학병원 외과 전공의에게 신씨와 관련된 사건임을 알리지 않은 채 의견을 들었다.
이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 중재원 등은 지난해 10월19일 신씨에 대한 흉부 엑스레이 사진만으로도 이미 신씨가 복막염을 앓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원장은 위급상황임을 판단하지 못했고 별다른 조치 없이 신씨가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하기도 했다.
특히 중재원은 같은날 실시한 CBC(혈액 내 백혈구 등 수치) 검사 소견에서 신씨의 백혈구 수치가 1만4900으로 비정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중재원은 당시 신씨의 상태는 복막염을 지나 이미 패혈증에 이른 단계로 어떤 조건에서도 퇴원은 불가능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와 중재원은 또 같은달 20일 신씨가 극심한 통증으로 다시 내원한 뒤 복통과 흉통, 고열, 메스꺼움 등 고통을 호소했음에도 강 원장이 신씨에게 "수술 후 일반적인 증상이다. 참아야 한다. 복막염은 아니니 안심하라" 등 말과 함께 마약성 진통제와 산소만을 투여한 것은 의사가 취한 적절한 조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같은 결과를 종합해 경찰은 강 원장이 수술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장 천공과 횡경막 및 흉낭 천공의 가능성을 미리 예견하고 그 합병증에 대한 관찰을 적절히 진행했어야 했음에도 강 원장이 신씨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한 채 원인규명, 각종 조치 등을 게을리했다는 최종 결과를 도출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강 원장의 적극적 치료행위 및 추적 관찰의 부재, 위급상에 대한 판단 오류 등이 신씨 사망과 상당한 인과관계를 갖는다고 보고 강 원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을 적용했다.
경찰은 이번주 내에 강 원장에 대한 사건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 결과에 대해 "전문기관과 대학병원 전문의들은 모두 10월19일 당시 신씨의 흉부 엑스레이나 백혈구 수치를 보면 강 원장이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는 소견을 내놨다"며 "신씨에게 위벽강화술을 한 것이라는 강 원장의 주장과는 달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신씨는 애초부터 위와 소장이 유착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결국 강 원장은 필요가 없는 위 수술을 하다가 신씨 심낭에 손상을 입힌 것으로 보인다"며 "수술 자체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이후에 강 원장이 적절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신씨는 숨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신씨가 수술 후 재차 병원을 찾았을 때 '수술 후 일반적인 증상이다'라며 강 원장이 신씨를 집에 보낸 것 역시 잘못된 조치"라고 거듭 강조했다.
끝으로 "수술 자체는 신씨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신씨가 고통을 호소했던 19일과 20일 강 원장은 두 차례 기회를 모두 놓쳤고 결국 신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이는 명백한 과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