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건강] '접종완료자vs자연면역자'…누가 더 면역력 강할까
- 21-11-07
美 CDC 연구서 코로나19 자연면역자가 감염 위험 5배 높아
이스라엘의 이전 연구와는 상반된 결론…논란 계속
백신 접종으로 얻은 면역력과 감염 후 자연 생성된 면역력 중 어떤 게 더 강력할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초기부터 계속된 논쟁 거리 중 하나였다. 이들도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하는지, 이들을 포함해 집단면역을 계산해야 하는지 등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 질문에 답을 내놨다. 승자는 백신이었다. CDC는 지난달 29일 밤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백신 면역이 더 강력하며 면역 지속 기간은 두 경우 모두 최소 6개월 정도였다고 발표했다.
◇ CDC, 환자 7300여명 분석…백신 쪽이 면역력 좋아
CDC는 지난 1~9월 미국 9개 주 187개 병원에서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상으로 입원한 성인환자 7300여명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들을 3~6개월 이내 감염되었다 나은 미접종 완치자와, 같은 기간 동안 화이자나 모더나를 접종한 이들을 구분했다. 그런데, 백신 접종자 6300여명에게서는 실제 양성반응이 5.1%였다. 반면 미접종 완치자 1020명 중에는 8.7%가 양성이었다.
여기에 나이와 지역, 코로나19 유행 정도 등의 다른 변수를 더해 분석한 결과 감염 후 회복자들이 접종 완료자보다 감염 확률이 5.49배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지난 8월에 나온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팀의 대규모 연구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당시 연구팀은 델타변이가 휩쓸었던 6~8월 중순 사이 약 78만명을 추적조사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없고 화이자 백신을 2회 접종한 67만여명, 감염됐다가 완치된 6만여명, 감염됐다가 완치 후 화이자 백신을 맞은 4만여명의 재감염 또는 돌파감염 확률과 감염 시 증상들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비감염 접종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은 미접종 완치자에 비해 13.06배나 컸다. 델타변이 유행을 감안해 유행 이전의 미접종 완치자로 비교군을 바꿔도 역시 자연면역이 강했다. 또 자연면역이 감염 위험도 작았지만 재감염시의 증상도 더 가벼웠고 치료 기간도 짧았다.
◇ 개인마다 천차만별인 면역력…과학적 측정 어려워
그런데 문제는 한 사람의 면역력을 과학적으로 정확히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면역력 기준이 중화항체인지 T세포나 B세포같은 다른 면역세포들까지 포함인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어떤 감염병을 강하게 앓으면 평생 면역이 될 정도로 강력한 면역력이 형성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병들도 많다.
게다가 코로나 감염은 중증 질환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증상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CDC에 따르면 감염 후 생성된 자연 면역은 개개인별로 항체 수준에 큰 차이를 보였다.
인간의 면역 체계는 복잡해서 항체 수준이 곧 면역력인 것은 아니다. 미약해 보이는 항체 반응이 나왔다 해도 기억 능력이 있는 면역세포가 나중에 비상 상황에서는 많은 항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아직까지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정확한 면역 수준 측정법은 없다. 중화 항체 수준이 높으면 일단 보호효과가 좋다고 보지만, 정확히 어느 수준까지 항체가 형성돼야 보호가 이뤄지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자연면역이 더 강하다는 주장은 미국에서 소위 '안티 백서'들의 백신 거부 근거로 강조되고 있다. 미국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감염됐다가 회복된 이들에게 백신 접종을 권하는 CDC나 미 식품의약국(FDA)과 달리 백신 대신 항체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켄터키 주 상원은 양성 항체반응이 나온 이들에게 백신패스를 주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 "사망 위험, 신체적·정신적 피해 생각하면 백신이 낫다"
하지만 백신면역을 더 중시하는 전문가들은 감염을 통해 자연면역이 얻어졌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어떤 증세와 위험을 겪고 무릅쓰며, 나중까지 어떤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는지 감안하면 백신을 맞아 면역을 형성하는 쪽이 낫다고 본다.
CDC는 미접종 완치자들의 접종 여부에 대해서는 "면역에 대해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을 모두 고려할 때, 감염돼 자연 면역이 생성됐다 해도 여전히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결론냈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명예 교수는 "인체의 면역 세포들이 기억 능력이 있다고 해도 이 능력도 나이가 들수록 줄어든다"면서 "백신을 통해 안정적인 보호 효과를 갖는 게 낫지 않을까 한다. 또 이미 감염됐던 사람들은 한번 더 백신을 맞는 편이 좋다고 본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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