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건 탈출…'아프간 조력자' 378명 한국 땅 밟았다
- 21-08-26
군용기로 11시간여만 인천공항 도착…13명 파키스탄서 대기중
코로나19 검사 뒤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이동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대사관 등 정부·기관 관련 업무에 관여했던 현지인과 가족 등 378명이 26일 오후 우리나라 땅을 밟았다.
이들 아프간 현지인 조력자와 가족들은 이날 오전 4시53분쯤 우리 공군의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를 타고 경유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를 출발해 11시간 넘는 비행 끝에 오후 4시24분쯤 인천국제공항에 안착했다.
외교부 등에 따르면 이날 입국한 아프간인 대부분은 그동안 현지 우리 대사관과 코이카(KOICA) 사무소, 그리고 2011~14년 우리 정부가 운영한 아프간 지방재건팀(RPT) 및 현지 한국병원·직업훈련원에서 함께 일했거나 관련 업무를 도왔던 직원과 그 가족들이다.
직업별로는 의료와 정보기술(IT)·통역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전문 인력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간을 재장악하면서 신변위협을 느껴 현지 우리 대사관 측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에 우리 정부는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이들을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지난 23일 KC-330을 비롯한 공군 수송기 3대를 아프간 인접국인 파키스탄으로 급파했다.
1990년대 아프간을 통치했던 탈레반은 2001년 미국발 '테러와의 전쟁' 및 2002년 과도정부 수립을 계기로 몰락했었지만, 최근 미군의 아프간 철군에 따라 아프간을 다시 장악하면서 "그동안 미국 등 서방국가에 협조했던 사람들을 색출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외신들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국내 이송이 결정된 아프가니스탄인들이 25일(현지시간) 카불 공항에서 공군 C-130J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공군 제공) 2021.8.26/뉴스1 |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당초 민간 여객기를 이용해 이들 아프간인 조력자들을 데려오는 방안을 검토했었지만, 현지 치안 상황이 악화돼 민항기는 카불 국제공항을 이용할 수 없게 되면서 군 수송기 투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라클'로 명명된 이번 아프간인 수송 작전엔 300여명이 탈 수 있는 KC-330 수송기 1대와 대당 120여명이 탈 수 있는 C-130J '슈퍼 허큘리스' 수송기 2대가 동원됐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아프간 카불 공항에 인원이 얼마나 집결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수송의 효율성과 안전문제 등을 고려해 수송기를 3대로 편성해 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우리 정부에 '한국행' 의사를 전해온 아프간 현지인 조력자와 가족은 모두 427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우리 군 수송기 탑승을 위해 카불 공항에 집결하는 과정에서 이들 가운데 36명이 마음을 바꿔 영국 등 제3국행 또는 아프간 잔류 의사를 밝혀 최종적으로 391명이 우리 정부로부터 국내 입국에 필요한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우리 정부는 이들 아프간인들이 대부분 가족 단위로 구성돼 있는 데다 10세 이하 어린이가 180여명으로 전체의 46%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 우선 73가구 378명을 KC-330 수송기에 태워 국내로 데려왔다. KC-330은 여객기(에어버스 A330)을 개조해 만든 기종이어서 전술 수송기인 C-130J와 달리 기내에 좌석이 설치돼 있다.
KC-330 탑승자를 제외한 나머지 3가구 13명의 아프간인은 파키스탄에서 휴식을 취하며 대기하다 추후 C-130J 수송기편을 이용해 입국할 예정이다.
공군 공정통제사 요원이 2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국내 이송이 결정된 아프간인 어린 자녀들을 수송기 탑승 전 보살피고 있다.. (공군 제공) 2021.8.26/뉴스1 |
이날 입국한 아프간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공항 밖 임시생활시설에서 대기하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충북 진천 소재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그러나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된 아프간인의 경우 증상에 따라 의료기관이나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재개발원에 입소하는 아프간인들은 이곳에서 6~8주가량 머물며 국내 장기 체류 등에 필요한 교육과 관련 행정절차 등을 진행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에 입국한 아프간인들에게 우선 최장 체류기간 90일인 단기방문(C-3)비자를 발급한 뒤 체류기간 연장에 필요한 법령(출입국관리법 시행령) 개정 등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이들 아프간인을 "난민이 아닌 특별공로자"라고 부르며 "우리와 함께 일한 동료들이 처한 심각한 상황에 대한 도의적 책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책임, 인권 선진국으로서의 국제적 위상 등을 감안해 국내 수용 방침을 결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도 전날 오후 아프간인 이송계획 등에 관한 보고를 받은 뒤 "우리를 도운 아프간인들에게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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