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 찍는 美 '최장기 전쟁'…아프간에서 실패한 4가지 이유
- 21-08-17
WMD 보유 판단, 이라크에 집중…부패상 눈감아
인도 앙숙 파키스탄의 지원…미국민들의 전쟁 피로
미국의 최장기 전쟁이 마침표를 찍고 있다. 미국이 약 20년 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축출했던 이슬람 무장정파 탈레반이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을 장악하면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에서 미군의 완전 철군을 발표한 지 4개월만의 일이다.
로이터통신은 이에 따라 "9.11 테러 20주년 기념일은 탈레반 재집권으로 기록되게 됐다"고 전하며 미국의 전현직 관리들 및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정책이 왜 실패했는지를 16일 짚었다.
◇이라크에 집중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카불에서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하고 있던 탈레반을 몰아냈다. 알카에다는 당시 여객기를 납치해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와 워싱턴 근교 국방부 청사에 돌진하는 사상 초유의 테러를 벌였다.
전쟁은 2001년 10월 7일 개시됐고 한 달만에 달레반은 대패했고, 알카에다는 도망쳤다. 하지만 전직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이후, 부시 행정부가 탈레반의 완전한 축출에 집중하기보다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부가 대량살상무기(WMD)를 갖고 있다는 잘못된 판단을 근거로 이라크 침공에 자원과 인원, 시간을 할애했다고 전했다.
부시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중앙정보국(CIA) 애널리스트를 지낸 리사 커티스 신미국안보센터(CNAS) 선임 연구원은 "미국은 수년 동안 이라크 전쟁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며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에 대한 집착이 아프간 전략을 표류시켰다고 지적했다.
미 해군분석센터(CNA) 전문가인 조너선 쉬로든은 "우리는 이 나라(아프가니스탄)를 건설하고 개혁하는 것을 도우려고 했던 것일까 아니면 그냥 빠져나가려 했던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만연한 부패
미국은 아프간에 안정적인 정부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영향력은 있지만 부패와 인권 유린에 휩싸여 있는 아프간 사람들과 협력했다.
아프간 주재 유엔대표부 부대표를 지낸 피터 갤브레이스 전 미국 대사는 미국의 전략은 "현지 파트너"를 필요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미국과 유엔 그리고 다른 국가들은 부패 척결에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만연한 부패 상황을 사실상 받아들이게 됐다.
이 같은 점은 2009년과 2014년, 2019년에 대선에서 자행된 대규모 부정을 인지했음에도 미국과 다른 국가들 그리고 유엔이 선거 결과를 승인한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미국이 20년 동안 880억달러(약 103조원)를 할당한 아프간 군부도 부패로 가득 찼다. 예를 들어, 미국은 급여를 타내기 위해 가상의 인물을 명부에 기입해놓은 "유령 군인"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아프간 보안군이 서류상으로는 30만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병력 수는 이보다 훨씬 적다. 미 정부 감시단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헬만드 주에서만 40~50%의 보안군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파키스탄의 지원
미국의 행정부들이 파키스탄과 파키스탄 정보부(ISI)가 탈레반에 제공한 성역 및 기타 지원을 끝냈다면, 탈레반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 현직 관리들은 입을 모았다.
파키스탄군 전문가인 크리스틴 페어 조지타운대 교수는 "파키스탄이 없었다면, 탈레반은 그야말로 골칫거리 정도일 것"이라며 "그들은 능숙한 전투력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앙숙인 인도의 영향력을 무디게 하기 탈레반을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쟁 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취임하면서 "웃기는 끝없는 전쟁"을 끝내겠다고 다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산은 미국인들은 미국이 매년 수십억 달러를 쓸 만큼 아프가니스칸탄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는 2020년 2월 탈레반이 특정 조건을 충족시킬 경우, 미군을 완전히 철수시키겠다고 합의하는 계기가 됐다. 이 회담에 아프간 정부는 참여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합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실수이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재평가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 수뇌부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완전 철수를 진행했다. 이로 인해 혼란스러운 대피 작전이 펼쳐졌다. 그는 2009년 카불 방문 이후 미국이 이길 수 없는 전쟁에 갇혀 있다고 확신하게 돼 아프간에서 미국의 군사적 활동에 회의적이 됐다.
지난 4월 입소스 여론조사에서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침을 지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미 대사관을 탈출하는 미군 헬기와 떠나려는 아프가니스칸 국민들의 모습이 TV에 방영된 뒤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미국인들이 어떻게 볼지는 불분명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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