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아프간 대사도 탈출, 한·아프간 관계는…"美와 움직일 것"

19년만에 사실상 외교 단절…"섣불리 움직일 상황 아냐"

美 탈레반 정부 인정에 신중…중·러 승인 가능성 높아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수복하면서 정권을 재장악했다. 이로 인해 카불 주재 공관들이 철수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도 대사관을 잠정 폐쇄하고 전(全) 직원을 제3국으로 대피시켰다.

아프간에 새로운 정부가 수립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추후 한-아프간 관계설정에 관심이 쏠린다.

외교부는 현재 관계 재설정에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6일 기자들에 "기존 아프간 정부가 무너진 상황에서 새 정부가 어떻게 들어설지는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며 "우리 공관이 잠정 폐쇄 상태기 때문에 아프간 새 정권과는 당장 직접 컨택하기 어려울 것 같고 내부적으로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17일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최태호 주아프간 대사를 포함한 공관원 3명이 우리 교민 1명과 함께 아프간을 빠져나가 19년 만에 사실상 외교 단절 상태가 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우리 공관원 3명과 우리 공관원 보호 하에 있던 우리 국민 1명이 탑승한 중동 제3국행 항공기가 한국시각으로 이날 오전 9시쯤 이륙했다.

이는 우리 국민의 안전에 대한 고려 뿐 아니라 미국 등 우방국들의 움직임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아프간과의 외교관계를 끊고 현지를 떠나고 있거나 이미 떠났다.

우리나라는 아프간과 1973년 12월 수교했다가 아프간에 공산정권이 수립된 1978년 9월 단교했다. 이후 미국의 아프간 공격이 마무리된 2002년 1월 외교관계를 재개했고, 같은 해 9월 주아프간 대사관을 재개설했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중동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동맹국 미국의 역할이 컸던 만큼 이번에도 미국의 입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2001년 아프간 전쟁 이후 미국의 요청에 아프간 비전투 부대를 파병했고 이후엔 정부 차원에서 '아프간 지방 재건팀'을 꾸려 임무를 수행해왔다. 최근까지는 코이카를 통해 공적개발원조 형식으로 아프간 내 병원·직업훈련원 등을 운영해왔다.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직접 관계를 맺기보다는 정세를 지켜보며 미국과 함께 움직일 거라고 내다봤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독자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미국과 같이 대응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최근 미국이 외교정책에서 동맹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북핵 문제 관련 공조를 하는 것처럼 미국은 우방국들과 함께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정세를 지켜보는 단계로 섣불리 움직이는 상황은 아니다. 새 정부 수립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탈레반 정권이 복귀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관계 재설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움직임을 보고 함께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중동에서 미국 역할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는 입장"이라며 "어쨌든 탈레반이 지금 입장 표명으로는 지난 20년 전처럼 폭압적으로 정부를 운영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는데 이는 두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는 가장 먼저 움직여 탈레반 정부와 교섭을 시작하고 있다. 향후 중국과 러시아는 탈레반 정부를 승인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반면 미국은 신중한 상황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권리를 존중하고 알카에다와 같은 극단주의 운동을 피할 경우에만 탈레반 정부를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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