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이성호] 고사목

이성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고사목枯死木


사모관대에 꽃 댕기 사시장청

밤이면 수리부엉이 소쩍새

낯이라 뻐꾸기 독수리 까마귀 그때에

고인이 된 동구 밖 심첨지는 알고 있었을 터이다

이제 묵은 기억조차 흐릿한 옆자리 

그것은 미구로 오래지 않은 동안

그루터기도 알지 못하는

 아마도 한 집 건너 며느리 고부간 갈등

선남선녀 물방아간 밀회 역시 꿰차듯

세상사 모두가 불 보듯 해도 묵연히 하늘만

사시장철 무수한날 

선도뇌격에 복귀뇌격이 겹친 낙뢰에

반쯤은 불타고 벙어리 된지 수십 년

그 동안 분주히 찾아오던 금조류라 이름하는 것들 

이제 다녀는 가도 머물러 주지 않는다

어쩌다 달빛이 찾아주는 밤에는

제물에 빛 바랜 앙상한 가시채 형상 만으로 

나목이라는 이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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