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목 회장의 6ㆍ25전쟁 참전기-2] 1951년 초 드디어 출동명령
- 21-07-20
윤영목(서북미 6ㆍ25참전 국가유공자회 회장)
일요일이었던 1950년 6월25일 새벽 4시 북한의 침공으로 시작됐던 6ㆍ25 한국전쟁이 발발한지도 7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당시 6ㆍ25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청년들도 이제는 80~90대가 되면서 대부분 참전 용사들이 하늘나라도 떠나고 생존해 있는 용사들이 크게 줄어든 상태입니다. 이들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더라면 조국인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물론이고 오늘날의 번영은 없었을 것입니다.
올해 만 90세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윤영목(병충학 박사) 서북미 6ㆍ25참전 국가유공자회 회장이 생생한 한국전 참전기를 보내와 시리즈 형태로 게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애독을 당부 드립니다. /편집자註
1951년 초 드디어 출동명령
(3)출동명령
1951년 초기 필자 부대는 신병훈련과 전투태세준비에 총력이 집중되었다. 소구경 조립이 가능한75mm 산포 18문을 공급받고 드디어 부대에 출동명령이 내려졌다. 부대는 동해안 도로를 따라 그 당시 미개지였던 설악산을 향해 이동했다.
도중에 수도 사단을 지원하고 있던 포병 제10대대의 포격지원 장면을 볼 수 있었고 그 부대에 배속된 필자와의 포병 간부후보 동기생 3명과 재회의 기쁨도 나눌 수 있었다.
부대는 양양근교에서 포진하고 사격태세를 갖추고 있었는데 돌연 필자에게 설악산에 포진하고 있는 보병부대와 합류해 포병지원 임무를 수행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지도상으로 보병부대 위치를 지적해주었을 뿐 정확한 부대위치도 알 수 없어 망설이고 있는데 부대이동 명령이 내려와 다행히 설악산 등반은 취소됐다.
이곳에서 부대는 서남쪽으로 향해 중부전선으로 이동하게 됐다. 최종 목적지는 양평이었고 이곳에서 육군 제2사단과 합류하게 됐다.
양평으로 이동 도중 홍천 부근 야산 아래에서 야영을 하게 되었는데 갑자기 전면 언덕에서 박격포탄이 날라 오기 시작했다. 전면 언덕에 잠복해있던 중공군의 기습이었다. 부대는 즉각 추정 목표를 향해 수발의75mm 포탄과 50구경 기관포로 응수하여 그들의 습격을 저지시킬 수 있었다. 다행히 아군의 피해는 없었다.
(4)필자 실종사건
해가 저물자 포대장으로부터 또 다시 어려운 명령이 내려왔다. 주간에 중공군이 준동하던 언덕을 넘어가면 한 마을에 아군 보병연대 지휘소가 있으니 즉시 그곳으로 출발하라는 것이었다. 연락병, 관측병, 통신병 등 3명을 대동하고 달빛도 없는 밤길을 떠났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 나타날지 모르는 공포감을 느끼면서 조심조심 약 40~50분 걸어갔으나 찾고 있던 보병부대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인적도 없는 초가집 몇 채가 나타났다.
혹시 저 집안에 주민이 아닌 중공군 병사들이 있지 않나 의심하면서 처음 나타난 집 가까이에서 동정을 살펴보니 인기척이 없어 조심조심 부엌에 들어가니 온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최근 누군가가 이 부엌을 사용했다는 증조였다. 용기를 내 권총을 빼들고 방안에 들어가보니 안방에 할머니가 이불을 뒤집어쓴 채 움직이지 않고 죽은 듯 누워있었다.
필자는 물론 그 할머니인들 얼마나 놀랬을 것이며 필자 역시 일종의 공포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때의 역겨운 장면에 죄책감을 느끼면서 즉시 그 집에서 나와버렸다.
할머니에게는 “우리는 국군이며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한마디 남기고 그곳을 떠났다.
거기서 바로 직행한 곳은 다름아닌 부근 산중턱이었다. 아무리 봐도 아군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중공군 지역에 잘못 들어와 있는 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산중에서 하룻밤을 세우기로 했으며 아침에 내려다보니 예상했던 대로 중공군 병사가 산아래에서 걸어가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부대와는 산이 막혀 무선 통화가 불가능해진 지 오래였다.
이제 가야할 길은 어젯밤 걸어온 방향으로 되돌아가는 것인데 대낮에 길을 따라 갈 수는 없고 산속으로 숨어서 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 당시는 아군이 춘계공세로 북진중이어서 무난히 부대에 복귀할 수 있었다. 부대에서는 통신연락이 두절되자 필자일행을 실종자로 보고하고 있었다. <3회에 계속>
윤영목 회장의 6ㆍ25참전기 1회를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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