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하얼빈 방문, 옛 소련 위상 되찾으려는 야망 담겨"
- 24-05-19
헤이룽장성 하얼빈, 한때 제정 러시아가 개발했던 도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 2일 차인 17일(현지시간) 헤이룽장성 하얼빈을 찾은 배경에는 옛 소련 시절의 영향력을 되찾으려는 지정학적 야망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얼빈이 19세기 후반 제정 러시아가 만주 식민지 건설을 목적으로 개발한 도시인 점을 언급하면서 이같이 전했다.
WSJ은 푸틴 대통령의 하얼빈 방문이 지난 3월 대선 승리 이후 옛 소련 시절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이념적인 고민과 현실적인 우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경에서 차로 6시간 거리인 하얼빈에서 러시아 정교회 성전을 방문하면서 자신의 신앙심을 과시했다. 러시아 정교회는 푸틴 대통령의 국내 지지기반이 되는 종교 세력이다.
사라 리카디스워츠 노스이스턴대 종교학과 조교수는 푸틴 대통령의 교회 방문에 대해 "국제적인 맥락에서 러시아의 힘을 키우는 것뿐 아니라 러시아 정교의 교리를 국가를 이끌어가기 위한 도덕적 나침반으로 자리 잡게 하겠다는 목표를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리카디스워츠 교수는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단순히 자국 영토라고 믿었던 지역을 되찾는 전쟁뿐 아니라 자신의 정신적인 지지기반을 모으는 전쟁으로도 간주한다는 것이 매우 분명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서방과의 실존적인 싸움으로 보는 푸틴 대통령은 정교회의 지지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명분으로도 삼고 있다.
크세니아 루첸코 유럽외교관계위원회 방문연구원은 "키릴 총대주교는 (푸틴에 대한) 사상적 지지의 주축 중 하나"라며 "푸틴의 의제는 키릴 총대주교의 의제와 완전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같은 날 하얼빈 공업대학에도 방문해 양국의 군사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대학은 중국과 러시아 간의 군사 협력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하얼빈 공업대학은 중국 군과의 협력 때문에 미국의 제재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2017년 WSJ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북한 과학자가 이 대학에서 교육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 보고에 따르면 하얼빈공대는 2018년 연구 예산의 절반가량을 국방 분야에 썼다. 졸업생의 30%는 국방 분야에 취업했다.
하얼빈공대는 또 바우만 모스크바 공과대학 등 러시아 내 여러 대학과 연계하고 있다.
한편 이날 푸틴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하얼빈 지역에서 사망한 소련 군인들의 기념비에 헌화하고 중국-러시아 엑스포와 지역 간 협력에 관한 포럼에도 참석했다.
알렉산드르 코폴레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강사는 WSJ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자국 극동 지방에 대한 중국의 계획을 오랫동안 우려해 왔으나, 푸틴의 하얼빈 방문은 그런 우려가 완화됐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러 관계는 '함께 미국에 대항하자'는 지정학적 차원뿐 아니라 보다 실질적인 협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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