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그랜트도 1억원 기부한 英 자선가…알고보니 미담 조작 '파파괴'
- 24-05-17
BBC, 다큐멘터리로 자선단체 데퍼 설립자 고발
물가 급등 시대에 빈민층 도운 가짜 미담으로 인기
유명 영국 배우 휴 그랜트가 약 7만5000파운드(약 1억3000만원)를 기부해 온 영국의 유명 자선단체의 설립자가 사실은 파도 파도 괴담이 드러나는 '파파괴' 인물이었다고 영국 BBC가 16일(현지시간)과 17일 폭로했다. 이 자선단체 설립자는 가짜 미담을 지어내고, 동의를 받지 않았는데도 수혜자의 사진을 쓰고, 자기 집과 자동차를 사는 데 회삿돈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 방송은 이틀에 걸쳐 '영국의 영웅 배관공 폭로'(Britain’s Hero Plumber Exposed)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는데 자선 단체 '데퍼'(Depher)의 설립자 제임스 앤더슨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2017년에 설립된 데퍼는 영국 규정에 따라 지역사회 이익 기업(CIC)으로 분류되며 일반 사업 수입 외에도 기부금 및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앤더슨은 최근 몇 년 동안 자신의 자선 단체를 도와달라며 미담들을 소셜 미디어에 게시해 엄청난 온라인 팔로워를 확보했다. 영국의 물가 상승으로 빈민층의 생활고가 극심하던 때라 이 게시물들은 심금을 울렸고 그 결과 이를 통해 최소 200만파운드의 기부금을 받았다. 이 자선 단체는 영국 전역의 노인과 취약 계층에 무료로 배관을 놓아주고 난방을 제공하고 식품도 제공했다.
휴 그랜트와 음악가 릴리 앨런은 이 단체의 가장 유명한 고액 기부자로, 특히 그랜트가 데퍼에 기부하면 모든 언론이 받아 적었고, 앤더슨은 그랜트를 '형제'라고 부르기도 했다.
앤더슨이 조작한 미담 중 하나는 자신이 80대 여성의 자살을 막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있는데 BBC에 따르면 이 노인은 사실 몇 년 전에 사망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앤더슨은 그 여성이 절망에 빠진 채 전화를 걸어 자신이 차를 달려 그의 집으로 갔는데, 자살 직전인 그가 원한 것은 "뜨거운 물이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또 다른 사례로, 앤더슨은 90대 남성을 위해 난방용 온수 보일러를 무료로 설치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했다.
영상에서 노인은 촬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자신이 게이라 차별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후 2년 동안 앤더슨은 이 노인의 이미지를 소셜 미디어에 20번 이상 사용했고 이를 통해 약 27만파운드를 모금했다.
그의 인기에 힘입어 앤더슨은 '영국에서 가장 친절한 배관공' 영웅으로 선정돼,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수여되는 2023년 영국 시민상도 받았다.
앤더슨은 BBC의 폭로에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사과한다. 하지만 어떡하나. 나는 마술 지팡이가 없다. 난 해리 포터가 아니다"고 항변했고 "휴 그랜트가 돈을 돌려받기를 원한다면 내가 그에게 갚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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