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묵은 비트코인이 풀린다? '마운트곡스' 영향은[박현영의 코인사이트]

2014년 해킹으로 파산한 마운트곡스, 10년만에 피해자에 비트코인 상환

상환받은 비트코인 '매도' 가능성…'단기 하락' 주의보


요즘 가상자산 투자자라면 가장 우려되는 이슈가 있죠. 10년 전 해킹으로 파산한 거래소, '마운트곡스'로 인한 우려가 시장에 퍼지고 있습니다. 당시 거래소가 파산하는 바람에 거래소에 보관해뒀던 비트코인을 돌려받지 못한 투자자들이 있는데, 이 투자자들이 10년 만에 비트코인을 되돌려받게 된 겁니다.


10년 전보다 비트코인 가격은 무려 100배가 넘게 올랐습니다. 당시 마운트곡스를 이용했던 투자자들은 피해가 컸겠지만, 결과적으로는 100배 오른 비트코인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돌려받으면 어떻게 될까요? 이미 100배 넘게 올랐으니, 대부분은 비트코인을 팔려고 할 겁니다.

 피해 투자자들이 돌려받을 비트코인은 무려 90억 달러(12조 원)어치입니다. 이 물량이 시장에 매도 물량으로 풀릴 수 있는 겁니다. 한 번에 많은 매도 물량이 나오면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하락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번 <코인사이트>에서는 마운트곡스 사태가 어떻게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 흐름을 살펴보며, 마운트곡스 상환 이후 시장 상황까지 예측해보겠습니다.

◇마운트곡스 '채권 상환'이 뭐길래…전세계 점유율 70% 거래소의 몰락

2014년 2월 25일 마운트곡스 홈페이지(www.mtgox.com)의 접속 첫 화면이 백지 상태로 나타난 모습. © News1
2014년 2월 25일 마운트곡스 홈페이지(www.mtgox.com)의 접속 첫 화면이 백지 상태로 나타난 모습. © News1

마운트곡스는 제드 맥케일럽 리플 공동창업자가 설립한 거래소로, 본래 온라인 카드 거래소였지만 2010년 비트코인 거래소로 탈바꿈합니다. 이후 2011년 일본 거주 프랑스인인 마크 카펠레스에게 대표 자리를 넘겨주면서 일본 거래소로 알려지게 됩니다.

 이때는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가 아니라 '비트코인 거래소'였습니다. 이 세상에 가상자산은 오직 비트코인밖에 없었거든요. 현재 2위 가상자산인 이더리움도 2015년이 돼서야 세상에 나왔습니다.

가상자산이라고는 비트코인뿐이던 시기이니 거래소도 별로 없었겠죠. 2014년 마운트곡스는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무려 70%를 차지하게 됩니다. 한 국가도 아니고,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했던 겁니다. 한 마디로 그 시절에 비트코인을 사려면 무조건 마운트곡스에 가입해야 했던 겁니다.

이런 글로벌 독점 사업자였던 마운트곡스가 2014년 2월 24일 돌연 사이트를 닫습니다. 해킹 때문이었습니다. 해커는 마운트곡스에 보관돼 있던 고객들의 비트코인 74만 4000여 개와, 회사의 비트코인 10만여 개를 탈취해 갔습니다. 빼앗긴 고객의 비트코인 74만 개는 당시 가격으로 약 6000억 원인데, 현 시세로는 무려 66조 원입니다. 

다행히 비트코인 20만개는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2014년 3월 마운트곡스는 2011년 6월 이전에 사용했던 오래된 디지털 지갑에서 20만 개를 찾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때 회수한 이 비트코인이 훗날 마운트곡스 회생 절차의 재원이 됩니다.

해킹 이후 마운트곡스는 일본 법원에 기업 파산을 신청하고 관련 절차를 밟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7년 말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붐'이 일게 됩니다. 이에 피해자들은 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했습니다. 마운트곡스에 '물린' 비트코인을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으로 받기 위함입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많이 올랐으니까요.

결국 마운트곡스는 피해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회생 절차를 밟기로 하고, 고객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보상해주겠다는 회생 계획안을 수립하게 됩니다. 당연히 모두가 비트코인으로 보상 받길 원했겠죠. 이렇게 마운트곡스는 올해 10월까지 진행되는 상환 절차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비트코인 및 비트코인캐시로 자산을 돌려줄 예정입니다. 비트코인캐시는 비트코인에서 하드포크(블록체인이 두 개로 갈라지는 것)를 통해 파생된 가상자산입니다.

마운트곡스가 돌려줄 비트코인은 14만 2000개입니다. 현 시가 기준 90억 달러(12조 원)가 넘는 돈입니다. 상당한 규모인 만큼, 해당 물량이 시장에 매도 물량으로 풀릴지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상환 시작되면 하락?…코인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것은

그렇다면 올해 들어 크게 오른 비트코인은 마운트곡스발(發) 물량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90억 달러어치 비트코인의 대부분이 시장에 풀린다면,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까요?

우선 마운트곡스는 홈페이지에 상환 절차 개시일을 오는 10월 31일로 공지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절차는 이보다 일찍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블룸버그도 지난 23일(현지시간) 마운트곡스의 비트코인이 곧 피해자들에게 반환될 것 같다고 보도했습니다. 

반환 절차가 시작되면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충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반환 시기를 빠르게 포착하는 것도 투자 시 중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X(구 트위터) 등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많은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비트코인을 반환받았다는 후기가 올라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추이를 지켜봐야 합니다. 

K33리서치는 24일(현지시간) 비트코인 가격이 마운트곡스의 비트코인 채권 상환이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습다. 앤더스 헬세스(Anders Helseth), 베틀 런드(Vetle Lund) K33리서치 애널리스트들은 "이르면 5월부터 채권 반환이 이뤄질 것"이라며 "향후 몇 주간 비트코인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하락하더라도, 장기 상승 전망을 유지하려면 수요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는 대표적인 요인은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죠. 최근 비트코인 현물 ETF의 자금 유입세가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ETF로 꾸준히 자금이 유입돼야 합니다. 

금융정보 플랫폼 파사이드 인베스터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거래를 시작한 지난 1월 11일부터 현재(4월 25일 기준)까지 총 120억 달러 규모 자금이 순유입됐습니다. 마운트곡스 상환 물량 규모인 90억 달러보다 큽니다. 앞으로도 이 같은 규모로 자금이 흘러들어오면 장기 상승 전망은 유지할 수 있습니다. 

상환 물량인 90억 달러어치 비트코인 중 얼마나 많은 물량이 시장에 풀리는지도 관건입니다. 10년 넘게 기다려온 투자자들인 만큼, 돌려받을 비트코인을 쉽게 팔지 않을 가능성도 있죠. 이 추이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도입할 당시 고문을 맡았던 샘슨 모우(Samson Mow) Jan3 대표는 "10년의 기간을 버텨온 채권자들이 서둘러 매도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가 매도를 한다고 하더라도 시장은 이를 쉽게 흡수할 수 있다"며 "마운트곡스 채권 상환으로 인한 암호화폐 가격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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