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김철훈 목사 소고(小考-1)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김철훈 목사 소고(小考-1)


우리나라가 36년간 일제의 강점 하에 있는 동안 정치적으로는 일본의 통치에 굴종을 강요 당하였고, 종교적으로는 일본의 신사(神社)에 참배하도록 강요 당하였습니다. 

신사란 일본에서 황실의 조상이나 국가에 공로가 큰 사람을 신으로 모신 사당을 말하고 그 신사 앞에 절하기를 거부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남의 나라를 강점해놓고 그 나라 국민에게 자기 나라 조상신 앞에 참배할 것을 강요하고, 엄연히 유일신을 믿고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우상 앞에 절을 하도록 강요하고 그 지시를 어길 때에는 무자비하게 처형하던 그들의 만행이 지금은 우리를 몸서리치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 신사 참배를 거부한 것 때문에 당한 박해와 순교의 역사를 책이나 영화나 신문 방송을 통해서 그리고 구전을 통해서 다양하게 수 없이 접해 왔고 그러한 사실을 읽고 보고 들을 때마다 일본의 만행에 분노를 금할 수 없고 그들의 모진 고문을 견디다 못해 굴복했거나 끝까지 순교의 길을 걸은 선조들 앞에 머리가 숙여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당시 박해를 받은 수 많은 인사들 중에 필자는 특히 김철훈 목사님의 신사 참배에 얽힌 단편적인 이야기를 언제나 잊을 수가 없었고, 부족하나마 그 분의 생애중 극히 일부분이긴 하지만 필자가 아는 범위 안에서 소개하고 싶어 이 글을 씁니다.

김철훈 목사님은 1905년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나셨고 부친 김종덕 목사님은 광복후 건국공로 훈장을 받으신 분입니다 김 목사님은 평양 숭실중학교와 숭실전문학교를 거쳐 평양신학교를 졸업하신 후 삼성리 교회와 주기철 목사님이 계시던 산정현교회에서 차례로 시무하셨습니다.

일본의 탄압이 점차 그 도를 더해가고 있던 어느 날 평소에 신사참배를 거부하시던 김 목사님과 교회 장로 몇분이 경찰에 연행되었습니다.

기독교인들을 신사에 참배시키기 위해 저들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었습니다. 감언이설로 회유를 하기도 했고, 논리적 이론으로 설득을 하기도 했고, 위협을 하면서 협박을 하였으나 가장 극악한 방법은 역시 고문이었습니다. 

육체에 가하는 그 무자비한 고문 앞에 대부분이 굴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김 목사님과 장로님들도 그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분들이 연행되어 간지 며칠 만에 장로님들은 풀려 나왔습니다. 풀려나왔다는 것은 그들이 볼때 소위 ‘개전의 정’이 보였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교인들은 장로님들이 석방된 경위야 어떠하든지 그 분들이 출옥된 것만으로도 기뻐하며 맞이했고 김 목사님도 속히 교회로 돌아오시기만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러 날이 지나도 목사님은 돌아오지를 않았습니다. 교인들이 목사님의 석방을 간절히 바라며 기도하고 있는 동안 목사님은 그 모진 고문을 다 당하시면서도 그들이 그토록 집요하게 강요하는 신사참배 참여에 응하지를 않으셨던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그 전날 밤에도 잠을 재우지 않고 밤새도록 온갖 취조와 고문과 매질을 가하여 완전히 기진맥진해지고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목사님이 거의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을 때였습니다. 그때 목사님에게 낯익은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아버지!”

목사님은 그 소리를 들으면서 꿈을 꾸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조금 후에 다시 “아버지! 아버지!” 이렇게 연거푸 두 아이의 부르짖는 소리가 더 명확하게 들려왔습니다. 목사님은 쓰러져 누운 채로 가누기 힘든 머리를 돌려 그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하였습니다. 

그리고 감고 있던 눈을 힘겨웁게 치켜 떴습니다. 목사님의 시선이 감방 철문 창살에 매어달려 울고 있는 목사님의 두 아이들에게 닿았습니다. 목사님은 곧 그 아이들을 알아 보았지만 자신이 살아 있는 육신의 눈으로 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까 육신은 이미 죽고 영혼이 두 아이를 만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버지! 아버지”(다음 칼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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