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본향찾는 나그네(하)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본향찾는 나그네(하)


여러해 전 따뜻한 5월 어느 날 우리 가족은 캐나다 빅토리아에 있는 부챠드 가든을 다녀왔습니다. 이미 그곳을 구경한 사람들로부터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곳은 정말 아름다운 꽃대궐이었습니다.

꽃은 창조주의 솜씨였고 환경 조성과 화초의 배열은 인간의 손길이 가미된 신(神)과 인(人)의 합작품이었습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온갖 형형색색의 화초들이 꼬불꼬불 닦아놓은 산뜻한 오솔길을 따라 수없이 피어 황홀한 열기로 우리를 반기며 맞아주었습니다.

공원을 한바퀴 빙 둘러본 우리들은 공원 동편 언덕에 있는 벤치에 않자 방금 돌아본 꽃공원 전경을 내려다보면서 그 현란한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옆에 앉아 있던 아내가 혼잣말처럼 “아! 이제 알았다!”라고 중얼거리면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무엇을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마치 무슨 좋은 사실을 발견한 것같은 표정이었습니다. 아내에게 무엇을 알게 되었느냐고 묻자 그 비밀스런(?) 발견을 털어놓았습니다.

누구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아내도 평소에 늘 천국의 모습이 궁금하였습니다. 성경에 천국의 장면을 설명한 부분이 여러 곳 있지만 이해가 잘 되지 않았는데, 부챠드 가든의 그 눈부신 꽃대궐의 아름다움을 보는 순간 ‘아! 천국이 바로 이런 곳이리라’는 생각과 함께 마음 속에 천국의 모습이 실상화되었던 것입니다.

언젠가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실 때 우리가 갈 천국을 마음 속에 떠올리고 싶지만 그 천국의 장면이 내 마음 속에 뚜렷이 부각되질 않았는데 이제는 이 꽃동산을 생각하면서 천국을 연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천국을 우리 육신의 제한된 감각만으로 이해할 수는 없고 정신적, 영적 신비로움으로 가득차 있지만 어렴푸시나마 천국을 비슷하게 닮은 곳이 이 땅에 있다면 그곳이 부챠드 가든일 것이라고 느꼈던 것입니다.

우리가 영원한 본향이라고 부르는 하늘나라를 희구하는 본성을 타고난 것은 마치 멀리 여행을 떠나있을 때 고향집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귀소본능과 일맥상통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수학여행으로부터 관광여행, 고적답사여행 등 즐겁고 유익한 여행시간을 보냅니다마는 그렇게 낯선 고장을 다니면서 그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은 그 여행이 끝난 후 돌아갈 집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아름다운 절경을 보고 즐긴다고 해도, 아무리 명승 고적을 돌아보며 많은 지식을 얻는다고 해도 그 여행을 마친 후 돌아갈 내 집, 내 숙소, 내 식탁이 없다면 그 여행 속에 무슨 낙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우리의 인생길이 비록 힘들고 어렵다고 해도 그 고달픈 행로를 통과한 후에 편히 쉴 안식의 처소만 예비되어 있다면 그 어떠한 역경이라도 극복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파스칼은 인생에 대하여 이런 비유를 들려주었습니다.

추운 겨울 저녁때 동네 어린이들이 양지 바른 집 모퉁이에 옹기종기 모여 놀고 있습니다. 얼마 후 해가 기울면서 나무 그늘이 드리워지자 그곳은 추워서 놀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나무 그늘이 없는 또다른 장소로 옮겨보지만 태양은 저 멀리 서산 너머로 사라지고 맙니다. 아이들은 하나하나 각기 자기 집을 찾아갑니다. 그때 돌아갈 곳이 없는 아이가 있습니다. 고아입니다. 인생 길에 황혼이 찾아올 때 우리는 그동안 어디에서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찾아갈 집이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예수님은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내가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다.(요 14:2~3)”라고 친히 약속하셨습니다. 이보다 더 감격스럽고 소망스러운 말씀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 인생의 목적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라면 하나님의 목적은 우리 하나님의 자녀들 한사람 한사람을 구원하여 영원한 본향 집에 입주시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이땅에서 100년 200년 무병 장수한다고 해도 그 후에 돌아갈 영원한 내 집이 보장되어 있지 않다면 그 건강, 그 장수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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