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테러에 60여명 숨져…러, "공격 임박" 美 경고 '무시'

무장괴한, 공연장 난입해 무차별 총격…"사망자 증가할 수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공연장에서 총격 테러사건이 발생해 최소 62명이 숨지고 140여명이 부상했다. 미 정보당국은 테러 첩보를 사전에 입수해 러시아 측에 전달했지만, 러시아 측은 서방이 러시아 사회를 불안정에 빠트리려는 계획의 일환이라며 무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과 리아노보스티(RIA), 타스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러시아 당국은 현지시간 22일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에서 발생한 총격 테러사건으로 최소 60여명이 숨지고 145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당국은 희생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미하일 무라시코 보건부 장관은 어린이 5명을 포함해 115명이 입원했다고 발표했고, 타티야나 갈리코바 부총리는 부상자 60여명이 위독한 상태라고 밝혔다.

앞서 무장대원들은 이날 밤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 난입해 관객들에게 총격을 가했다. 무장 괴한들은 수류탄과 소이탄도 무차별적으로 투척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두차례 폭발이 발생했고 건물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고 목격자들은 증언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건물 지붕 일부는 붕괴했고 화재는 현지시간 0시55분 기준 대부분 진압됐다.

사건 발생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테러 사건에 대한 보고를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FSB 국장으로부터 전달받았다고 러시아 크렘링궁은 전했다. 푸틴은 그러면서 의료진들의 노고를 칭찬하는 한편 희생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했다.

◇ IS, 배후 자처…우크라는 "우리 소행 아냐"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텔레그램을 통해 모스크바 외곽에서 진행된 대규모 집회를 공격했다며 배후를 자처했다. 그러면서 IS 대원들은 현재 안전한 근거지로 되돌아왔다고 덧붙였다.

AFP 통신은 IS측 배후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는 것으로 미국 당국자들은 믿고 있다고 전했다.

한때 시리아와 이라크 일대를 장악했던 IS는 2019년 시리아 내 마지막 근거지였던 바구즈가 함락되면서 세력을 크게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자신들과는 무관한 일이란 입장을 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텔레그램 영상 메시지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우크라이나는 이번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우린 러시아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그 무엇과도 상관없이 모든 건 전장에서 벌어지도록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공연장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해 최소 60여명이 숨졌다. 2024.03.22.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공연장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해 최소 60여명이 숨졌다. 2024.03.22.  News1 정윤영 기자


◇ 美, 테러 가능성 러 정보당국에 사전 귀띔

미 정보당국은 테러 가능성을 사전에 입수해 러시아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애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달 초 미국 정부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계획된 테러 공격에 대한 정보를 러시아 당국과 공유했다"고 말했다.

왓슨은 미국 정부가 오랫동안 지켜온 '경고 의무' 정책을 바이든 행정부 역시 준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관은 8일 극단주의자들의 공격 계획이 임박했다는 보고가 있다면서 모스크바에서 대규모 집회를 피하라고 미국 시민들에게 경고했다.

대사관은 웹사이트에 올린 메시지에서 "대사관은 모스크바에서 콘서트 등 대규모 군중 모임을 목표로 하는 극단주의자들의 계획이 임박했다는 보고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미국 시민들은 앞으로 48시간 동안 대규모 모임을 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대사관 측은 이번 위협의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 대사관은 수시로 미국민들에게 러시아에서 떠날 것을 권고해왔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미국측 경고를 무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9일 연설에서 서방의 테러 공격 가능성에 대해 "미국의 경고는 노골적인 협박과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려는 의도"라고 일축했다.

 

◇ 유엔·美·독일·프랑스 등 일제히 '테러 규탄'

사건 발생 직후 러시아 당국 뿐만 아니라 유엔, 미국,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은 성명을 내고 테러를 비판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부상자들을 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전 세계 공동체는 이 끔찍한 범죄를 규탄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미 대변인은 "우리는 이번 끔찍한 총격 사건의 희생자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총리 조르지아 멜로니는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무고한 민간인 학살은 용납될 수 없다. 이 극악무도한 테러 행위에 대해 이탈리아 정부를 단호하고 전면적으로 비난한다"고 규탄했다.

독일 외무부는 "이 사건의 배경이 빨리 밝혀져야 한다. 피해자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했고, 프랑스 외무부는 "우리의 생각은 희생자들과 부상자들, 그리고 러시아 국민들과 함께 있다"고 전했다.

파르한 하크 유엔 사무총장 부대변인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모스크바 외곽 콘서트홀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을 가장 강력한 말로 규탄했다"고 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들은 성명을 내고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극악무도하고 비겁한 테러리스트 공격을 가장 강력한 말로 규탄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2004년 베슬란 학교 인질사건 이후 20년만에 러시아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당시 체첸의 테러단체는 베슬란의 한 학교에 침입해 1000여명의 민간인을 인질로 붙잡았고, 이 결과 364명이 숨지고 753명이 부상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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