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중심적 존재'…'드래곤 볼' 작가 사망에 전세계 추모 물결

 

日 만화 문화 세계로 전파하고 '소년 문화' 장르 확립한 장본인

 

BBC "팬들, 손오공이 영웅으로 성장해 나가는 여정에 자신의 모습 투영"

 

"별로 안 떠서 좋았어요. 세평에 오르는 건 싫으니까. 수수하게 착실히 만화만 그리고 싶어요. 10주 (연재가) 이어지면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적 만화 시리즈 '드래곤 볼'을 그린 도리야마 아키라(鳥山明)가 1982년 NHK와 진행한 인터뷰의 일부다. 연재 중이던 '닥터 슬럼프'가 대히트를 치며 2주년을 맞은 시점이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고작 스물일곱.

이후에는 역사상 가장 많이 만화 시리즈 중 하나인 '드래곤 볼(1984)'을 연재했다.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드래곤 퀘스트)으로도 제작되며 '주간 소년점프'가 발행 600만 부를 돌파하는 원동력이 됐다.

AFP통신은 해당 작품이 "수년 동안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산업을 정의하고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소년 장르'의 표준으로 간주된다"고 보도했다.

출판사 슈에이샤에 따르면 드래곤볼은 일본과 전 세계에서 2억6000만 부 이상이 판매됐다. 애니메이션은 세계 80개 이상의 나라와 지역에서 방영됐다.

활동 기간 내내 도전과 모험의 세계를 펼치며 일본의 망가(MANGA·만화) 문화를 널리 알린 도리야마는 지난 1일, 급성 경막하혈종으로 세상을 떠났다.

8일 일본 도쿄 시내의 한 책방에 전시된 만화 '드래곤 볼' 시리즈. 세계적 인기를 모으며 일본 만화 문화의 중심에 서 있던 드래곤 볼의 작가, 도리야마 아키라는 지난 1일 6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2024.03.08/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8일 일본 도쿄 시내의 한 책방에 전시된 만화 '드래곤 볼' 시리즈. 세계적 인기를 모으며 일본 만화 문화의 중심에 서 있던 드래곤 볼의 작가, 도리야마 아키라는 지난 1일 6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점프의 정체성을 '소년 만화'로 바꾼 장본인

만화 비평가 나쓰메 후사노스케는 "드래곤 볼은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상품으로 연계돼, 일본 만화의 특징인 미디어 믹스로 큰 수익을 올리는 전형적 작품이다. 세계적으로 일본 만화가 일정한 지지를 받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논평했다.

도리야마가 창조한 캐릭터에 대해서는 "그리는 방법이 독특하다"며 "드래곤 볼 끝 무렵에는 (그림체의) 각이 예리해졌지만 초반에는 둥글고 매우 다정했다. 결과적으로 왕도가 됐지만 기존에 '점프'가 가진 거친 남자의 세계와는 다른 특이한 존재였다"고 했다.

이어 "독자에게 그와 같은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마음을 끌어내 후진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공적을 기렸다.

◇일본에서 지구 반대편까지…전 세계가 애도

갑작스러운 이별에 일본 안팎에서는 추모의 목소리가 쇄도했다. 소셜미디어 모니터링 업체 Visibrain에 따르면 단 6시간 만에 도리야마의 죽음을 애도하는 메시지가 250만 건이나 작성됐다. 초당 267건꼴이다.

애니메이션 판에서 주인공 손오공을 연기한 성우, 노자와 마사코는 믿고 싶지 않다면서도 "만날 때마다 선생님이 말씀해 주신 '오공을 부탁드려요'라는 말을 떠올리면 '내 목숨이 다할 때까지 오공의 곁을 지키자'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선생님 하늘에서 우리를 지켜봐 주세요"라고 성명을 남겼다.

인기 만화 '원피스'의 작가이자 업계 후배인 오다 에이치로는 "만화 따위 읽으면 바보 된다던 시대에서 배턴을 넘겨받아 어른이든 아이든 즐길 수 있는 만화를 읽고 즐기는 시대를 만든 한 사람"이라고 선배를 기렸다. 그는 "만화가 이럴 수도 있구나, 세계에 진출할 수 있구나 하고 꿈을 보여줬다. 힘차게 돌진하는 히어로를 보고 있는 듯했다"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인기 만화 '나루토'의 작가 기시모토 마사시는 "가진 것 없던 시골 소년이었던 나에게는 (드래곤 볼이) 구원이었다"며 "전 세계 사람들이 아직 선생님의 작품을 기대하고 있다. 만약 정말 드래곤 볼로 소원 하나를 빌 수 있다면…"하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도 공식 추모 메시지를 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도리야마가 "일본의 소프트 파워를 보여주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사망 소식이 전해진 8일, 도쿄 도내 대형 장난감 브랜드 앞에 세워진 손오공 동상 앞에는 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영국에서 형제와 함께 방문한 20대 남성은 "전 세계의 드래곤 볼 팬이 슬퍼하고 있다"고 NHK에 말했다.

 

추모 물결은 바다 건너까지 퍼져나갔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대만·태국·미국·영국·프랑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브라질에서도 추모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중국 외무성의 마오닝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도리야마 씨의 작품은 중국에서도 매우 인기가 많다"며 "중·일 양국의 문화교류와 우호 사업에 적극 공헌하는 유식자가 일본에서 더욱 늘어나리라 기대하고 믿는다"고 답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8일 하루동안 도리야마 사망 검색 건수가 4억5000만에 달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일본을 대표하는 만화가 중 한 명이었다"고 평가하며 "몇 세대에 걸친 만화가에게 영향을 줬다"고 전했다.

영국 BBC는 "손오공이 훈련을 거듭하며 영웅으로 성장해 나가는 여정을 따라 많은 팬은 끊임없이 성장하는 자기 모습을 비춰볼 수 있었다"며 도리야마가 그린 캐릭터는 많은 팬들에게 있어 청춘의 한 조각이 됐다고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도리야마로부터 받은 사인이 들어간 메시지 사진을 게재했다. 재일 프랑스 대사관도 도리야마는 "만화의 최고봉에 도달한 인물"이라고 극찬하며 "프랑스에 '만화' 예술을 전파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고 강조했다.

도리야마는 2013년 프랑스 국제앙그램, 2019년 앙글램 국제만화제 40주년 특별상, 2019년 프랑스 예술문화 '슈발리에' 훈장 등을 받았다.

브라질의 제랄도 알키민 부통령은 SNS에 "동료와의 우정과 성실함의 가치를 많은 세대에 전했다"며 감사 인사를 남겼다.

세상을 떠난 후에도 도리야마의 모험은 계속된다. 그는 신작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통해 올가을 세계 각지로 또 한 번 팬들에게 찾아갈 예정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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