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공조·미사일 주권에 모더나 백신 생산…바이든과 첫 회담 '수확'
- 21-05-23
싱가포르 합의 넘어 판문점선언도 존중 합의…바이든, 성 김 대북특별대표 '깜짝' 임명
42년만에 미사일지침 종료·삼성-모더나 백신 위탁생산…美, 55만 우리 장병에 백신 '선물'
문재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견인부터 미사일 지침 종료 등 안보 주권 확보, 백신·반도체 협력, 기후변화 대응까지 폭넓은 협력을 이끌었다.
이번 한미회담을 계기로 동행한 삼성과 SK, LG, 현대자동차는 약 44조원의 대미투자를 결정하며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부터 3박5일 동안 총 15개의 공식 일정을 소화한 후 22일 오후 귀국길에 올랐다.
◇'판문점선언' 토대 위 대북정책 공감대…바이든, 성김 대북특별대표 임명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한미 양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목표로 설정하고, 목표달성을 위한 수단은 외교·대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양 정상은 "우리는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정책 검토 결과에서 2018년 6월 북미 싱가포르 합의의 토대 위에서 외교를 통해 단계적인 접근으로 대북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싱가포르 합의'의 토대에서 한 발 나아가 '4·27 판문점 선언'까지 북미 정상 합의뿐 아니라 남북 간 합의도 모두 존중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에 한국이 많이 기여하지 않았나"라며 "남북관계에 대한 존중과 인정의 뜻"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018년 판문점선언,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북미간 합의를 토대로 한다고 함으로써 협상의 연속성을 확보했다"라며 "남북대화 협력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도 확보했다. 따라서 코로나19 방역, 기후변화, 인도주의 등 분야에서 남북협력 추진해갈 여지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성 김 주 인도네시아 대사를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했다고 깜짝 발표했다. 과거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역할을 하고 북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성 김 대사를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하면서 대북정책 검토를 마치고 이행 과정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 만남 가능성에 대해 "북과 마주앉기 전에 우리 팀들이 북한팀과 먼저 만나야 할 것이고, 무엇 때문에 만나야 하는지 알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과거처럼 한 번에 북핵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포괄적 딜'을 추진하기보다는 실무적인 착실한 준비 위에서 나중에는 정상회담까지도 할 수 있는, 준비에 따른 비핵화 협상을 추진해나가겠다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소인수회담을 갖고 있다.(청와대 제공) 2021.5.22/뉴스1 |
◇42년 만에 돌아온 미사일 주권…문 대통령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 지침 종료 사실 전한다"
양 정상은 "한국은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개정 미사일지침 종료를 발표하고, 양 정상은 이러한 결정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1979년부터 우리 군의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 중량 등을 제한했던 규정이 42년만에 사라졌다.
문 대통령은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 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라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 한미 방위비 협정 타결과 더불어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2001년과 12년, 17년, 20년 등 모두 4차례에 걸쳐 지침을 개정했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가 개발하는 탄도미사일은 최대 사거리만 800㎞로 제한돼 있을 뿐 탄두 중량엔 제한이 없게 됐다. 특히 2020년 지침 개정 땐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해제돼 실질적으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미미사일지침 완전 해제에 따라 우리나라도 사거리 1000㎞ 이상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독자적으로 개발·배치할 수 있게 됐다. '대북 대응용' 무기를 넘어 중국·일본 등 동북아 전역이 사정거리에 들어오는 미사일 능력을 갖출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2001년에 가입한 MTCR(미사일기술통제체제), 또 2002년 가입한 HCOC 탄도미사일 기술 확산 방지를 위한 헤이그행동규약 등을 우리가 충실하게 이행해 온 데 대한 국제 비확산 분야에서의 우리 노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반영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탄 차량이 21일 오후(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 도착하자 의장대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서쪽 현관까지 도열해 예우를 갖추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2021.5.22/뉴스1 |
◇삼바-모더나·SK-노바백스 백신 협약…바이든, 55만 우리 장병에 '조건없는' 백신 지원
양 정상은 "우리는 과학·기술 협력, 생산 및 관련 재료의 글로벌 확대 등 중점 부문을 포함한 국제 백신 협력을 통해 전염병 공동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포괄적인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22일(현지시간) 한미 백신기업 파트너십 행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가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고, 보건복지부-SK바이오사이언스-노바백스 간 백신 개발 및 생산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바이오의약품 생산역량을 갖고 있는 한국은 뛰어난 제조기술과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스푸트니크 등 다수 백신을 위탁생산해 전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품질관리도 우수해 한국에서 생산된 백신 신뢰도도 높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국군 55만 장병들에게 백신을 공급하기로 했다. 2회 접종 기준으로는 110만 도즈에 해당하는 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55만명 한국 장병들에게 백신접종을 했으면 한다. 양쪽 장병들이 협업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미국 측의 설명은 한미동맹 차원에서 미군과 연합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한국군에 대해 미국 정부가 책임을 다하는 차원이라고 설명을 했다"라며 "조건 없이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21.5.22/뉴스1 |
◇바이든 "아주 좋은 일 하고 계시다"…韓 4대 그룹, 44조 대미투자 '선물'
문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동행한 우리 기업들은 394달러(44조6000억원) 상당의 대대적인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신규 파운드리공장 구축에 170억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하고 SK하이닉스는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AI), 낸드솔루션 등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한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기업은 약 140억달러(약 15조78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으며, 현대차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충전 인프라 확충 등에 74억달러(약 8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 기업 CEO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달라고 부탁하고 "감사합니다. 같이 아주 좋은 일을 하고 계십니다"라며 박수를 보냈다. 이어 "수천 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반도체나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대기업 CEO들을 소개하며 박수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미국 상무부가 주관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어려운 때 함께 한 우정이 더욱 빛나듯 오늘의 만남으로 빛나는 미래가 시작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행사 개최에 제약이 있는 상황이지만 이번 행사는 양국간 경제·통상·투자 분야의 긴밀한 협력 필요성을 감안, 이례적으로 대면으로 개최됐다.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참석한 대면 행사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전용사 랄프 퍼켓(Ralph Puckett) 예비역 대령의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21.5.22/뉴스1 |
◇문대통령 "최고의 회담이었다…백신 직접지원·성김 대북특별대표 '깜짝 선물'"
문 대통령은 워싱턴 일정을 마치고 SK이노베이션 조지아 공장을 방문하기 위해 애틀랜타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SNS메시지를 통해 "회담의 결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라며 "미국이 우리의 입장을 이해하고 또 반영해주느라고 신경을 많이 써주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백신 파트너십'에 이은 백신의 직접지원 발표는 그야말로 깜짝 선물이었다"라며 "미국민들이 아직 백신접종을 다 받지 못한 상태인 데다, 백신 지원을 요청하는 나라가 매우 많은데 선진국이고 방역과 백신을 종합한 형편이 가장 좋은 편인 한국에 왜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하나라는 내부의 반대가 만만찮았다고 하는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특별히 중시해주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김 대북특별대표의 임명 발표도 기자회견 직전에 알려준 깜짝선물이었다"라며 "그동안 인권대표를 먼저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대북 비핵화 협상을 더 우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그러며서 "성김 대사는 한반도 상황과 비핵화 협상의 역사에 정통한 분으로,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기여했던 분"이라며 "통역없이 대화할 수 있는 분이어서 북한에 대화의 준비가 되어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라고 말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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