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희백] 파이팅
- 23-12-31
이회백 의사(머서아일랜드 거주)
파이팅
‘파이팅’
요새 이북에서 젊은이들의 전화를 열어보고 열을 내고 찾는 단어라고 한다. 외국어 단속이 아니다. 순수 우리말인 오빠도 해선 안된다고 하니 외국어를 문제 삼는게 아닌게 분명하다.
반동 문화사상 배격법이라는게 생긴 지는 이미 오래되었는데 지금 와서 새삼스럽게 이러는 데는 체제붕괴 우려가 아닐까하는 설이 있다.
입만 열면 통일이요, 말끝마다 우리는 하나라고 외치는 이들이 하는 일이 이렇다.
통일이 가까워지려면 서로 말도 같아져야 하지 않나. 왜 같아지는 것을 기를 쓰고 막아야하나.
여기도 이런짓 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 하면 좋게 들리고 조선 하면 이상하게 들리는 게 이곳이다. 그러면 조선호텔에 자는 자는 전부 공산주의자고 조선일보를 읽는 자의 사상은 의심받아야 하지 않나.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는 나를 보고 “이 사람은 왜 리영희라고 하지오” 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이승만이 리승만이라는 데는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는데 이영희가 리영희 라고 하면 사상을 의심하는 곳이 이곳이다.
이런 소아병적인 생각을 버리고 저기서도 파이팅이라 해도 아무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여기서도 한문에서 나온 동지 대신 순수 우리말인 동무라 불러도 상관 없어야 되는거 아닌가.
그래야 남북통일이 이렇고 저렇고 할 수도 있고 우리는 하나라는 말할 자격도 있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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