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의 전설, 한국 최초 '흑인 4번타자' 김영도를 아시나요
- 23-12-28
다큐 '베이스볼 하모니'서 혼혈 야구스타 삶과 아픔 조명
동대문상고·동아대서 활약하다 체육교사로…美 LA 이민
한국 최초 흑인혼혈 야구선수이자 4번타자를 지냈던 김영도씨(70)의 인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베이스볼 하모니'(Baseball Harmony)를 만든 홍지영 감독(남네바다주립대 겸임교수)이 한국을 찾았다.
49분짜리 '베이스볼 하모니'는 미국 기독교 영화제에서 베스트 다큐, 베스트 감독, 베스트 작가, 베스트 음악·편집상을 휩쓸었으며 '라네독 페스티벌 시상식'에서도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또 명배우 로버트 레드퍼드가 만든 세계 최고 독립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에도 출품했다.
4년여 가까이 발로 뛰면서 다큐를 만은 홍 감독은 27일 공개된 YTN과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이민자 논문을 쓰려고 해 2018년도 4월부터 인터뷰를 시작했다"며 "인터뷰를 하다 보니까 한국에서 대학교 졸업, 석사학위, 체육 교사를 하셨다고 그래서 정말로 대단하신 분인데 싶었다"고 했다.
이어 김영도씨와 동대문중학교, 동대문상고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인식 연천미라클 감독(전 MBC청룡 멤버) 등 "친구들과 제자들까지 한 30명 넘는 분들을 세달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인터뷰했다"며 "논문을 쓰면 에디터와 관련 학자들만 보지만 다큐멘터리를 만들면 많은 분들이 동영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 다큐로 만들었다"고 했다.
다큐멘터리는 김영도씨가 재혼을 하려는 어머니를 위해 스스로 고아원에 걸어 들어간 사연, 어머니 산소를 찾아 소주를 뿌리는 모습, 야구선수 시절 친구들, 교사로 재직했던 부산 대신중학교, 35년 만에 다시 잡아 본 야구 감독용 노크배트, 인종차별을 이제는 너털웃음으로 웃어넘길 수 있게 된 여유 등을 담고 있다.
큰키와 장대한 골격을 갖고 있던 김영도씨는 고아원에서 야구를 접한 뒤 동대문중학교에 입학한 1966년 3월에 당시 이인근(작고) 교장의 권유로 함께 고아원에서 생활하던 흑인혼혈인 남영수씨(작고)와 야구를 시작했다.
동대문상고에서 1루수 겸 3번 혹은 4번 타자로 활약한 그는 고교 2학년때인 1970년 5월 7일 대통령배 결승에 진출, 무적함대였던 경북고와 맞대결했다.
고교 야구사상 최고였다는 경북고 에이스 남우식의 역투에 눌려 5회말까지 단 1점도 뽑지 못하던 동대문상고는 6회말 2사 만루에서 3번 타자로 나선 김영도의 적시타로 추격의 발판을 놨고 이어진 적시타로 3-2 역전에 성공했다.
결국 동대문상고는 4-6으로 져 대통령배 우승기를 경북고에 내주고 말았다.
김영도씨(오른쪽 뒷줄 붉은 원내)가 동아대 1학년시절이던 1972년 찍은 단체사진. (동아대 제공) © 뉴스1 |
김영도씨는 실업팀 진출을 원했으나 혼혈인이라는 차별에 따라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그에게 손을 내민 안영필 동아대 감독을 따라 동아대에서 중심타자로 활약했다.
대학 졸업 후엔 동아대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학위를 딴 뒤 1980년 부산 대신중학교에서 체육 교사 겸 야구 감독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인종차별이 자녀들에게 이어지자 1982년 레이건 정부가 제정한 혼혈인 이민법(1952년부터 1982년 사이에 미군 아버지와 아시안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범죄기록이 없는 혼혈인들의 이민을 허용)을 이용해 미국 LA로 이민을 떠났다.
홍지영 감독은 "김 선생님이 영어를 못해 제일 처음 화장실 청소를 했다.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애들을 먹여 살리려면 과거를 잊어야 된다'는 생각에 야구를 기억 속에서 지우기 시작했다고 하더라"며 고단했던 김영도씨의 삶을 소개했다.
홍 감독은 "김 선생님이 가끔 가다 울컥하기는 하지만 요즘은 과거에 대한 상처도 거의 다 회복됐다고 한다"고 했다.
영어는 좀 늘었는지라는 물음에 홍 감독은 "알러뷰 뭐 그런 건 잘하신다"고 웃어넘겼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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