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는 가고 문동은·우영우 왔다'…BBC, K드라마 여주인공 변화 조명
- 23-12-11
"한국 드라마에 사회변화 반영하는 강한 여성캐릭터 등장"
들장미소녀 캔디는 가고 '더 글로리' 문동은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우영우가 왔다.
영국 BBC가 한국 드라마 여성 주인공들의 배역 변화 양상을 이같이 짚었다.
BBC는 10일자 기사에서 최근 한국의 드라마에 사회와 미디어 관행의 중대한 변화를 반영하는 복잡하고 강력한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 가장 큰 히트작인 '더 글로리'는 여성이 자신을 괴롭히던 이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였고, '이상한 나라의 우영우' 또한 자폐증을 가진 여성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한 점을 언급했다.
배우 엄정화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화사한 그녀‘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화사한 그녀’는 화사한 기술이 주특기인 전문 작전꾼 지혜(엄정화)가 마지막 큰 판을 계획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범죄 오락 영화로 오는 11일 개봉한다. 2023.10.5/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이 매체는 "한국 드라마에서 여성의 역할이 항상 이렇게 흥미로운 건 아니었다"며 과거에는 버릇 없는 부자 상속자들이 노동 계급 소녀들에게 빠져드는 '꽃보다 남자' 등 이른바 캔디형 여주인공이 나오는 드라마가 대표적이었다고 지적했다.
홍은미 한국 시나리오작가협회 부회장은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여주인공들이 바뀌고 있다. 그들은 매우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고, 결혼에 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에는 이전처럼 부유하고 강력한 재벌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이젠 그게 남성이 아닌 여성 캐릭터로도 나온다. 대표적인 작품은 국경을 초월한 로맨스를 그린 '사랑의 불시착'이다. 배우 손예진은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로 분한다.
한국 연예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꼽히는 배우 엄정화는 BBC 인터뷰에서 "완벽한 남자를 찾는 게 여성의 목표였던 90년대 연예계에서 여성들은 거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한때 한국 드라마에서 중년 여성이 주인공을 맡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엄정화는 올해 '닥터 차정숙'에서 의대 졸업 후 가정주부로 살다가 20년 만에 의사로 복귀하는 차정숙 역을 맡았다.
엄정화는 "30살만 돼도 주연을 맡을 수 없었다"며 "35살이 넘으면 전형적인 한 가정의 어머니 역을 맡게 됐다. 정말 재능 있고 아름다운 여성들조차도 나이 때문에 화면에서 사라져야 했다"고 말했다.
여성의 역할이 변할 수 있었던 건 한국의 놀라운 경제 발전이 영향을 미쳤다고 그는 해석했다. 그는 "이제는 강인한 여성 캐릭터들이 그들 자신의 인생을 사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내 나이에도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 다행스럽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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