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도, 물도 없어…가자지구 여성들 생리지연제 쓰며 버틴다

화장실도, 씻거나 빨래할 물도 충분하지 않은 열악한 전시 상황 속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여성들이 생리지연제를 사용하며 버티고 있다고 카타르 매체인 알자지라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여성들은 이 약이 부작용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복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41세 여성 살마는 2주전 가자시티 텔 알하와에 있는 집을 떠나 가자 중심부 데이르 엘발라 난민 캠프촌에 있는 친척 집에 머물고 있다. 그는 전쟁으로 인한 두려움, 불편함, 우울증 때문에 월경 주기가 엉망이 됐다.

그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나는 이번 달에 생리를 두번 했다"고 말했다. 살마에 따르면 아직까지 영업을 하고 있는 소수의 상점과 약국에는 생리대가 충분하지 않다. 한편, 수십 명의 친척과 집을 공유하는 상황에 물 부족까지 겹쳐 화장실 사용도 제한되고, 샤워도 겨우 며칠에 한 번 할까말까다.

지난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봉쇄해 약국과 상점의 위생용품 공급이 줄었다. 게다가 가자지구 주요 도로까지 폭격받아 창고에서 가자 내 약국으로 제품 운송도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 못지 않게 곤란에 처한 것은 여성들이다. 이들은 구하기 어려운 생리대 대신 그 전에 잘 사용되지 않아 그나마 재고가 있는 생리지연제를 찾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 상황의 어려움은 이해하나 약을 복용하기 전에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자 시티의 심리학자이자 사회복지사인 네빈 아드난에 따르면, 여성은 일반적으로 생리 전후 며칠 동안 기분 변화, 하복부 및 허리 통증 등 심리적, 신체적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런데 전쟁 같은 상황과 이주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여성의 신체와 호르몬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생리와 관련한 증세가 심해질 수 있다.  

집을 떠나와 가족과 함께 칸 유니스 서쪽의 유엔학교(보호소)에서 지내고 있는 사미라 알 사디(55)는 몇 달 전에 첫 생리를 한 15세 딸이 걱정이다. 사적인 공간이 없는 보호소인데다가 씻을 물도 생리대도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딸의 건강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몰라 생리지연약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 

가족과 함께 보호소에 머물고 있는 루바 세이프(35)는 "사생활 보호가 없고, 욕실에 수돗물이 나오지 않으며, 필요한 것을 찾기 위해 밖으로 쉽게 나갈 수도 없다"면서 “계속 겪는 극심한 두려움과 잠 부족, 담요 부족으로 겪는 추위에 생리통으로까지 시달리니 견딜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네 자녀를 키우느라 바쁜 그는 결국 오빠에게 약을 구해달라고 부탁했고 오빠는 여러 약국을 뒤진 끝에 약을 구해왔다.

루바는 “다른 여성들이 내게 이 약을 달라고 부탁한다. 그들 중 한 명은 자신의 인생에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이 약의 부작용을 알고 있지만 이 약은 우리 주변에 있는 미사일, 죽음, 파괴보다 더 해로울 수는 없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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