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탈북한 여성도 북송"…중국, '저인망식' 단속 의혹

"1998년 탈북해 中남성과 결혼했지만 지난 4월 버스터미널서 체포돼 북송"

중국, 국경서 현장단속 넘어 대대적 전수조사 가능성


중국이 수백명의 탈북민을 일시에 북송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5년 전 북한을 탈출한 여성도 북한에 넘겨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의소리(VOA)는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소속 김혁 박사의 사촌동생 김철옥씨가 지난 9일 중국에서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다고 13일 보도했다. 김 박사는 지난 2000년 중국으로 탈북한 뒤 2001년 9월 한국에 입국했다.

VOA에 따르면 김씨는 15살이던 1998년 탈북한 뒤 사실상의 인신매매로 중국 지린성 창춘시 산간 오지 농촌마을로 팔려가 자신보다 서른살 정도 많은 중국인 남성과 결혼했다고 한다.

김씨는 딸을 낳고 손녀까지 얻었지만 딸과 달리 중국 호적을 얻지 못한 채 살았다. 그는 강제북송의 두려움을 벗어나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 남편의 동의를 얻어 한국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창춘시의 한 버스터미널 휴게소에서 다른 탈북 여성 2명과 함께 탈북민을 추적하던 공안에 붙잡혔다고 한다.

김씨는 공안에 의해 5개월 넘게 억류돼 있다가 지난 8일 딸에게 전화해 "내일 북송된다"라고 전한 뒤 소식이 끊겼다. 이후 다음날 바로 북한으로 송환됐다는 것이다. 

25년을 중국에서 거주한 탈북자가 북송됐다는 것은, 중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국경을 넘어오는 탈북자를 현장에서 단속한 것을 넘어 국경지대에서 계획적이고 대대적으로 '저인망식' 전수조사를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북한과 러시아가 최근 군사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도 북한의 노동당 창건 78주년(10일)에 맞춰 탈북민의 대규모 강제 북송이란 '선물'을 안겨줬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동향이기도 하다.

정부는 강제 북송 관련 보도와 관련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라며 함구하고 있지만 중국에서 탈북민들 돕는 시민단체, 탈북민 가족들의 증언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 박사는 김씨가 북한 사람을 만나기 힘든 오지에서 살아 북한말도 모두 잊었기 때문에 북한 보위부에서 더 심한 폭력에 시달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한에 김씨를 면회할 가족도 없어 관리 부실로 영양실조 등에 걸려 숨질 수 있다고도 걱정했다. 

그는 VOA에 "하나밖에 없는 사촌동생이 죽는다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라며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중국은 탈북민을 난민이 아닌 경제적 이유로 국경을 넘은 불법체류자로 보고 북송 등 적극적인 단속을 하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에는 '탈북민'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중국의 탈북민 처리 방침에 대해 "시종일관 책임 있는 태도로 국내법과 국제법,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적절하게 처리했다"라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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