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울린 책" 영미권 Z세대 틱톡 간증에 출판업계 '들썩'

틱톡 내 독서 커뮤니티 '북톡'…책읽기 중계하거나 영상 독후감 게재

'북톡으로 독서습관 들였다' 59%…작가 발굴에 작품 역주행 주도


전 세계 10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소셜미디어 틱톡이 출판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영미권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를 중심으로 자신의 독서 경험을 틱톡 사용자들과 공유하는 현상이 유행하면서다. 이를 통해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가 하면 빛을 못 보던 작품이 역주행하기도 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틱톡은 2020년부터 책을 주제로 한 사용자 커뮤니티 '북톡'(booktok)을 만들었다.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틱톡 내에서 #booktok을 검색하면 된다.

지난해 이같은 해시태그가 달린 틱톡 영상의 조회수는 총 910억회를 상회해 전년도 조회수(600억회)보다 51% 넘게 증가했다. 여기에 더해 #reading(독서) #book(책) #literature(문학) 등 연관 해시태그까지 합하면 전체 조회수는 2400억회까지 늘어난다.

톡톡 튀는 Z세대답게 독서 경험을 나누는 방식은 다양하다.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거나 깜짝 놀라 소리치는 모습을 중계하는가 하면 얼굴 없이 책 표지를 비추며 내용에 걸맞은 배경음악과 함께 추천 이유를 자막으로 올리는 사용자도 있다.

그러나 모든 영상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게 바로 종이책이다. 틱톡은 매우 시각적인 앱이기 때문에 전자책은 그다지 매력적인 소품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가에 꽂혀 있는 수백권의 책을 배경으로 하루 만에 책 한권을 뚝딱 읽어내는 것도 일종의 퍼포먼스가 된다. 책이 예쁘고 두꺼울수록 조회수를 올릴 수 있다.

북톡 사용자들이 모두 종이책을 선호하다 보니 틱톡이 출판업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막강한 편이다. 지난해 영국출판협회(PA)가 16~25세 2001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8%가 북톡에서 본 책을 구입하기 위해 서점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북톡을 통해 독서에 대한 열정을 발견했다는 응답도 59%나 됐다.

미국 도서판매 추적업체 '서카나 북스캔'은 북톡에 언급된 상위 100명의 작가가 지난해 출판물로 벌어들인 매출이 7억6000만달러(약 1조300억원)로 전년 대비 60%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가까이 늘었다.

이제 오프라인 서점들은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베스트셀러나 신간처럼 '틱톡에서 본 책들'이란 코너를 꾸미고 있다. 일부 출판사들은 신간 도서의 인기를 가늠하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만 사전 출간한 뒤 북톡 사용자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다음 지역 판권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틱톡을 거쳐 일약 스타가 된 작가도 나왔다. 콜린 후버(43·여)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 텍사스 출신 전직 사회복지사인 후버가 2016년 출간한 로맨스 장편소설 '우리가 끝이야'(it ends with us)는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지난해 초부터 북톡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400만부 넘게 팔렸다. 후버 해시태그가 붙은 틱톡 영상은 모두 42억회 이상 조회돼 판매량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판산업 내 소셜미디어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본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는 지난 4월 '에이스 노트 프레스'(8th Note Press)라는 출판사 상표를 출원한 뒤 신인 작가들의 판권을 사들인 것으로 NYT에 의해 확인됐다. 이에 업계에선 불공정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틱톡이 자사 도서를 북톡 상단에 더 많이 노출시킬수록 다른 도서는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는 것이다.

틱톡이 실물책을 발간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자책 사업에만 치중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업계에 잔뼈가 굵은 이들은 출판산업이 오프라인 서점과의 연계가 중요한 만큼 제아무리 틱톡이라도 실물책을 바로 시장에 배포하기엔 어려움에 부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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