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말 실수로 우크라 내 여론 악화…모호한 비판 발언도 문제[딥포커스]

교황, 명시적으로 러 비판하는 것 자제해와…'러 옹호'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으로 논란

우크라 등 동유럽서 교황에 실망감…"명확한 입장 보여달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최근 러시아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외신을 종합하면 교황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발언과 태도 등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와 동유럽권에서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논란은 지난달 25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 청년가톨릭회의에서 벌어졌다. 교황은 당시 화상 연설을 통해 "여러분은 대러시아의 표트르 1세, 예카테리나 2세 등 성스러운 통치자들, 위대하고 발전된 위대한 문화 인간애를 갖춘 제국의 후손임을 잊지 말라"고 발언했다.

교황의 발언이 뒤늦게 알려지자, 우크라이나는 발칵 뒤집혔다.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 "교황의 연설내용은 러시아 정부가 수많은 우크라이나인의 살해와 수많은 우크라이나 마을의 파괴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제국주의적 선전이자 그들의 정신적 유대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현"이라고 반응했다.

우크라이나가 교황의 발언을 비판하는 이유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주 사용한 서사였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을 표트르 대제에 비유하기도 했으며, '러시아 제국의 재건'을 강조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그리스-동방 가톨릭교회의 수장인 스비아토슬라프 셰브추크 상급대주교는 교황의 발언이 신자들 사이에 큰 고통을 안겨주었고 우크라이나 사회 전체에 큰 실망을 안겨줬다고 했다.

지난 4일 교황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하면서도 '위대한 러시아'란 "지리적 의미가 아닌 문화적 의미의 러시아를 가리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표트르 대제와 예카테리나 2세를 굳이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학교에서 그것(러시아 역사)을 공부했기에 즉흥적으로 떠올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교황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래 우크라이나인이 당한 피해 등을 자주 언급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피해 왔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도발로 벌어진 것일 수 있다는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 6월14일 공개된 예수회 간행물 '라치빌타카톨리카'(La Civilta Cattolica)'에 따르면 교황은 유럽의 예수회 간행물 편집자 10명을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지기 몇 달 전 한 국가의 정상을 만났다. 아주 현명하고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인물인 그는 내게 나토의 움직임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토가 러시아의 문 앞에서 짖어 대고 있다. 러시아가 제국이며 외세가 가까이 접근하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는 걸 나토는 이해하지 못한다. 상황이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물론 교황은 비록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외면을 받았지만, 개전 이래 양국 분쟁을 중재하기 위해 특사를 파견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럼에도 교황의 명확하지 않은 태도와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 등으로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셰브추크 상급대주교는 지난 6월 우크라이나 언론에 "우리는 교황이 명백하게 우리의 편을 들기를 바랐다"며 "우리는 교황이 누가 침략자이고 누가 희생자인지 분명히 말해주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교황청 주재 리투아니아 대사를 지낸 바 있는 이레나 바이스빌라이테는 지난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리투아니아 내에서 나토 확장과 관련한 교황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황이 러시아의 선전을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입장이 소련에 대한 명백한 반대를 표명했던 요한 바오로 2세와 비교했을 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대중은 대부분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한 기억 때문에 교황이 우크라이나에 관해서는 편파적이지 않고 올바른 편에 설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대학교 가톨릭 신학부 교수인 안테 부코비치도 현재 전쟁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접근 방식이 요한 바오로 2세의 도덕적 명료성과 뚜렷하게 비교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요한 바오로 2세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할 줄 알았다"며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러한 구분을 하지 않는 것에 놀랐다"고 했다.

폴란드의 저명한 가톨릭 작가이자 평론가 토마스 테를리코프스키는 "보수 성향의 폴란드 가톨릭 신자들은 오랫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를 상당한 불신으로 바라봐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보 성향의 신자들은 "큰 희망을 품고 프란치스코 교황을 바라보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그의 입장은 그들을 심각하게 실망하게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에 대해선 교황의 입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교황이 잠재적인 평화 회담에서 교회가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선 분쟁에서 일방적으로 편을 드는 것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황은 마테오 주피 추기경을 특사로 임명해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대화의 끈을 이어 나가고 있다. 주피 추기경은 지난 6월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났다. 3주 후인 6월 말에는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7월에도 주피 추기경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에서의 교황청의 인도주의적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5일에는 중국을 방문해 리후이 중국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와 만났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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