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 최대 아기 수출국"…NYT, 해외 입양 실태 조명
- 23-09-18
"한국 아기 수출은 뿌리깊은 제노포비아에서 시작"
"한명당 3000~4000달러 수수료…아기 포기 각서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세계 최대 아기 수출국'이란 오명을 남긴 한국의 해외 입양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특히 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입양인들 사이에서는 "인신매매랑 다를 게 뭐냐"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17일(현지시간) NYT는 1953년 6·25 전쟁 이후 현재까지 20만명의 한국 아이가 해외로 보내졌다며 "한국은 세계 최대의 '디아스포라'를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아스포라란 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 또는 이주 그 자체를 의미하는 단어다.
NYT는 한국은 현재 세계 최저 수준의 출생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러한 해외 입양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체에 따르면 한국의 "아기 수출 사업"은 뿌리 깊은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와 혼혈아에 대한 편견에서 시작됐다.
이승만 대통령의 '일민주의' 이념이 주한미군과 한국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미국으로 보내지도록 부추겨졌다는 지적이다.
한국 최대 아동 입양기관 홀트의 부청하씨는 NYT에 자신의 첫 업무가 미군기지 인근 성매매 종사자들에게 해외 입양을 설득하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1960년대 이후에는 미혼모들이 편견의 표적이 됐다. 부씨는 1978년까지 입양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전국에서 매주 금요일 20명에 달하는 아기가 홀트로 몰려왔다고 전했다.
부씨는 "어떤 아이들은 아무런 정보도 없어 치아로 나이를 가늠해야 했다"며 일부는 출생도, 사망 등록도 하지 못한 채 홀트 소유 땅에 묻혀졌다고 회상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1970년대에 들어 한국의 경제적 상황이 좋아지자 정부는 '아기 수출국'이라는 북한 측 비판에 잠시 해외 입양을 중단했으나 1980년대부터는 "이민과 민간 외교 활성화" 명분으로 이를 재개했다고 NYT는 전했다.
매체는 당시 외신에서는 한국을 "아기 수출국" "우편 주문 아기" 등으로 지칭했고 이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NYT가 입수한 한국 정부 내부 문건에 따르면 1985년 한국에서 8837명의 아기가 해외로 입양됐고 이중 6021명이 미국으로 향했다.
아기 한 명당 입양 기관들은 3000~4000달러의 수수료와 1450달러의 항공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입양 기관들은 '아기 수출'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미혼 임신부를 위한 쉼터를 운영하거나 보조금을 지원했다.
해당 여성들은 아기를 포기하는 각서에 서명하도록 요구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NYT는 지적했다.
특히 한국은 지난 6월 출생통보제가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까지 출생 등록을 부모에게 맡겨 신생아가 고아로 기록돼 입양기관이 노렸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해외 입양인들은 2005년 한국 정부에 관련 실태 조사를 요구했지만 국가 차원의 관심으로 이어지지 못해 좌절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김수정 변호사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동관 앞에서 신송혁(48·아담크랩서) 씨가 홀트아동복지회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선고 결과와 관련, 변호인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5.1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
하지만 지난해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DKRG)이 진실·화해를위환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진실 규명을 요구했다.
진실화해위는 이에 해외입양 34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해 내년 봄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NYT는 전했다.
한편 한국계 입양인 진 메이어슨은 한국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등 역사적 잘못을 바로잡는 데 집착하면서도 정작 뼈아픈 입양의 역사를 인정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 국가로서, 한 문화권으로서, 한 공동체로서 우리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는데 일본에 사과를 요구할 권리가 있는 거냐"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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