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한인 용의자들 ‘한 직장, 한 교회’로 연결

청년들 ‘끔찍한 범행’ 동기 갸우뚱…’그리스도의 군사’ 존재 여부도 의문

에릭현-이준호 같은 직장, 이가원도 동료인 듯…3형제는 같은 교회 다녀

 

지난 12일 한인 운영 사우나 주차장에서 발견된 한국 여성의 시신과 관련해 살인과 시신은닉, 감금 등의 혐의로 체포된 한인 청년 및 청소년 6명의 범행(본보 관련기사 링크)에 대해 의문점이 커지고 있다.

귀넷 경찰은 이들이 ‘그리스도의 군사(Soldiers of Christ)’라는 종교단체 소속으로 피해자를 이 단체에 가입시키기 위해 유인해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조지아주에 존재하는 같은 한글 이름의 단체는 이들과 전혀 관계없는 사역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의 발표 이후 한인사회에서는 이들이 사이비종교에 심취한 컬트 집단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본보의 취재 결과 용의자 대부분이 정상적인 생활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용의자들의 정체와 범행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의문점을 살펴본다.

◇ 용의자들 누구인가?

우선 시신을 자신의 은색 재규어 세단 차량 트렁크에 은닉했던 에릭 현(26)은 2020년 조지아대학교(UGA)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3년만인 지난 5월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영기술석사(MBT) 학위를 받은 ‘모범형 청년’이다. 에릭 현의 한국이름은 현동윤으로 지난 7월 대형 온라인 결제 솔루션 업체 G사에 취업해 애널리스트로 근무하고 있다.

링크드인 프로필에 따르면 에릭 현은 대학 졸업후인 2020년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3년간 한인이 운영하는 교육센터에서 매니저 등으로 근무했는데 다른 용의자인 이준호(26)도 이 교육센터의 자매회사에 근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호는 동생인 준현(22), 준영(15)과 함께 자신의 아버지가 부목사로 재직하던 한인 교회에 출석했었는데 이 교회는 이들 회사와 관련된 곳이다.

이준호는 지난 2019년 이 교회에서 ‘성령의 치유’라는 제목으로 1시간 이상 간증을 했다. 해당 간증에서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내용은 찾을 수 없었으며 이준호는 “고교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했다”고 밝혔다. 이준호의 가족은 이민 후 존스크릭에서 거주하다 이번 범행이 발생한 로렌스빌 주택을 구입해 2021년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3형제의 아버지는 이 교회에서 전도사로 재직하다 2019년 목사 안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이가원(26)은 서울 N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다 애틀랜타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가원이 어느 교회에 출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3형제가 출석했던 교회의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클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가원의 주소지는 로렌스빌로 이들 3형제와 함께 생활하면서 이준호와 같은 직장에 다녔을 것으로 추정된다. 용의자들의 변호인은 “이들은 모두 친척 관계”라고 전했다.

경찰은 유일한 여성 용의자인 이현지(25)가 남성 용의자 중 한명의 여자친구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둘루스 소재 한인 비즈니스 관계자는 본보에 “지난 주 이준호와 이현지가 함께 방문했었는데 자신들을 오빠와 동생이라고 소개했다”면서 “이들의 주소가 같아 진짜 남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용의자들이 함께 다니던 교회와 직장을 떠난 시기도 묘하게 일치한다. 에릭 현은 지난 6월 교육센터를 사직하고 현재의 회사로 자리를 옮겼고 이준현과 준영 형제도 부모와 함께 6월25일 둘루스의 다른 한인교회에 등록했다. 이준호도 교회를 옮겼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 범행 동기 과연 무엇일까?

목회자 가정에서 자란 15~26세의 3형제가 대기업에 다니는 청년, 한국에서 방문한 친척, 그리고 여자친구와 함께 20대 한국 여성을 미국으로 유인해 살해했다는 경찰 발표가 나오자 한인사회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피해 여성을 체중이 70파운드(32kg)에 이르기까지 굶기고 다량의 핏자국이 발견될 만큼 폭행을 가했다는 혐의가 공개되자 과연 범행 동기를 종교적인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후안 마디에오 귀넷 경찰국 공보관은 기자에게 “피해 여성은 7월 18일 애틀랜타 공항을 통해 입국했으며 보름 뒤인 8월 3일 경부터는 음식을 전혀 제공받지 못한 채 주택 지하실에 감금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한 경찰은 “피해자가 8월 말 경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최소 수일간 차량 트렁크에 은닉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범행이 일어난 로렌스빌 스테이블 게이트(Stable Gate)의 주택은 면적이 2847 스퀘어피트(약 80평)이며 5개의 침실과 3개의 욕실, 그리고 지하실을 갖추고 있다. 경찰은 3형제의 부모가 이 집에 함께 있었다고 밝혔지만 어떻게 최소한 1달 가량 지하실에서 벌어진 참극을 숨길 수 있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체포된 용의자들은 또래의 청년들과는 달리 소셜미디어 등에서 매우 폐쇄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호와 이현지는 SNS 계정을 갖고 있지 않았으며 이준현과 에릭 현은 계정을 비공개로 설정해놓았다. 이가원과 이준영도 소셜미디어에 포스팅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종교단체 가입을 위해 미국 애틀랜타를 찾아왔다는 피해 여성의 신원도 미스터리다. 특히 이들이 주장하는 ‘그리스도의 군사’의 실제 존재 여부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다른 입국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애틀랜타총영사관 조우형 경찰 영사는 “귀넷카운티 경찰로부터 피해자의 신원 정보를 받아 한국 가족과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아직 연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시신을 자신의 차량에 은닉했던 에릭 현은 부상을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다 뒤늦게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귀넷 경찰은 에릭 현의 부상이 ‘자해(self-inflicted)’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피했다. 일각에서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에릭 현이 자신의 범행을 드러내기 위해 일부러 가족에게 트렁크를 열게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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