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2] 400 클럽에 가입하다
- 23-09-09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33년 4개월을 월급 받으면 400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월급을 400개월 동안 무사히 받은 것을 축하하는 의미의 상징적 가입이다. 필자는 우리나라 나이로 29세 1월에 직장에 들어갔다. 군복무, 대학원, 고시 공부 등을 하다 보니 좀 늦었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월급을 받다 보니 어느덧 400개월이나 되었다. 앞으로 8년을 일할 수 있으면 500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장수시대에 400클럽 가입은 그렇게 자랑할만한 일은 아닌 듯하다. 시야를 우리나라에서 벗어나 글로벌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군복무, 대학진학 등으로 회사에 처음 들어가는 연령이 높다. 서구 국가들은 군복무가 없고 대학 진학률도 30%대 수준이어서 입직(入職) 연령이 우리보다 5년은 빠르다.
반면에 우리의 법정 정년은 60세로 일본의 70세에 비해서 빠르고 서구 국가들의 평균적인 퇴직 연령인 65세에 비해서도 빠르다. 법정 정년도 잘 지켜지지 않아 보통 53세에 주된 직장을 그만 두게 된다. 늦게 들어 가고 빨리 나오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서구 국가들은 40년 이상을 직장에 있어 500클럽에 가입하는 데, 우리는 33년만 넘어도 축하한다고 400클럽 운운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와 여타 선진국은 은퇴 준비에서 최소 100개월 월급 차가 난다. 가구를 기준으로 월 1000만원이라 하면 100개월이면 10억이며 500만원이라 해도 5억원이다. 은퇴자산이 5~10억원 차이 나게 되는 셈이다.
심지어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사람들의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평균 19년으로 228개월에 불과하다고 하니 우리는 서구에 비해 은퇴자산이 크게 적을 수밖에 없다. 독일에는 벤츠와 BMW를 타는 사람들이 연금 생활자이고 근로자들이 은퇴하는 날을 기다리는 게 그만큼 오래 노동시장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부족한 노동 일수를 60대 이후의 재취업 시장에서 일하면서 보완한다. 그런데 이 노동시장은 근로조건이 열악하다. 주된 직장에 있을 때보다 연봉이 절반 떨어지고 5년 정도 지나면 또 절반 떨어진다. 이러한 재취업 시장에서 73세까지 일을 한다. 부족한 노동시간을 2부 리그 시장에서 채우는 셈이다.
필자가 ‘60대 10년 동안 적절하게 일을 병행하면서 극대화된 자산을 줄이지 말고 효과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 강하게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평생 일을 했는데 또 일을 하란 말인가? 죽을 때까지 일만 하란 말인가?’라고 항의한다. 이 말은 맞지 않다.
우선 우리는 평생 동안 일을 한 것이 아니다. 서구 국가에 비해 근로 기간이 짧다.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취업을 하는 서구 젊은이들은 20대 초반에 직장에 들어 가서 60대 중반까지 일을 한다. 우리는 공부하고, 군에 가고, 취업 준비하는 것이 일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 월급 받는 일을 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느낌은 오래 동안 일을 한 것 같지만 실제 일을 한 기간은 짧다.
둘째, 죽을 때까지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수명이 짧을 때는 70세까지 일을 하면 죽을 때까지 일을 한 것이지만 수명이 길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요즘 미국에서는 일을 하는 80대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옥토 제네리언(Octo-Generian)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수명이 길어지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75세에 죽을 때 70세까지 일을 하면 죽을 때까지 일을 한 것이지만 100세까지 살 때는 80세까지 일을 해도 죽을 때까지 일을 한 게 아니다. 장수시대는 70세까지 일을 해도 오래 한 것은 아니다. 일본이 이미 정년이 70세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60세 정년이라는 틀에 얽매이면 안 된다. 이 틀 때문에 60세 넘어 일하면 괜히 오래 일을 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심지어 눈치도 보인다. 기준을 국내에 두지 말고 서구 국가들의 정년 연령과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기간에 두어야 한다. 대학 공부를 감안하면 서구 국가들보다 은퇴 연령이 5년 늦어져야 생애 노동시간이 비슷해진다.
그리고 평균수명 증가를 감안하면 노동시간을 좀 더 연장해도 된다. 연금제도가 아무리 잘 갖추어져도 노동시장이 받쳐 주지 못하면, 다시 말하면 생애 충분한 노동시간과 차별적이지 않은 임금 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은퇴 준비가 되지 않는다. 국민연금 제도가 잘 갖추어져도 20년 가입한 사람과 30년 가입한 사람은 연금액 차이가 클 수 밖이다.
은퇴준비를 잘 하려면 400클럽이 아닌 500클럽에 가입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노동시장 현실은 400클럽 가입을 축하할 정도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당연히 은퇴준비는 미흡하게 된다. 제도가 이렇게 되어 있다고 해서 개인도 여기에 매몰되면 안 된다. 은퇴준비를 위해서는 글로벌 기준의 노동 일수, 100세 시대의 수명 기준으로 봐야 한다. 필자는 이제 400클럽에 가입했지만 이제는 500클럽을 목표로 해서 발을 내딛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 조기승 회장 모친상속 14대 서북미연합회 힘찬 출발(+화보)
- 104세 생일 맞은 오리건주 최장수 신명순 할머니 생일잔치 열려
- [시애틀 수필-문해성] 글월 문, 바다 해, 별 성
- [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김철훈 목사 소고(小考-2)
- [서북미 좋은 시-이매자] 아버지의 등
- 워싱턴주 한인교계 큰별 박영희 목사 별세
- [부고] 조기승 서북미연합회 회장 모친상
- [공고] 제 35대 워싱턴주 한인상공회의소 임시이사회 및 총회
- 워싱턴주 한인그로서리협회(KAGRO) 회원 권익과 안전 위해 최선
- “한인 여러분, 핀테크를 통한 재정관리ㆍ투자 알려드립니다”
- 시애틀 한인마켓 주말세일정보(5월 3일~ 5월 6일, 5월 9일)
- 샘 심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수치심에서 자부심으로 바뀌었다"
- 시애틀 롯데호텔 '미국 최고 호텔 7위' 올라
- “샛별문화원으로 한국문화 체험하러 왔어요”
- "시애틀 한인여러분은 하루에 몇마일 운전하시나요?"
- 한국 아이돌 엔하이픈 시애틀서 멋진 시구에 이치로도 만났다(영상)
- 페더럴웨이 청소년심포니 오케스트라 봄 연주회
- 린우드 베다니교회 이번 금~토 파킹장 세일
- 한국 GS그룹 사장단 시애틀서 집결… MS·아마존 찾아 공부했다
- 올해도 시애틀서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 열린다
- 유니뱅크 올해 흑자로 바로 전환, 정상화됐다
시애틀 뉴스
- 시애틀지역 집값 12% 올랐다
- 시애틀서 주택 리스팅 가장 좋은 시기는? 지역마다 다르다
- 시애틀 이번 주말 처음으로 80도 돌파한다
- <속보> I-90서 탈출했던 얼룩말 1주일만에 발견됐다
- 시애틀 적자예산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나
- 시애틀 경찰관들 연봉 엄청 오른다
- 워싱턴주 스포캔 ‘색션 8 바우처’ 다시 배포한다
- 워싱턴주 차량절도 전국서 4번째로 많다
- "뇌물주면 시애틀지역 토지감정가격 낮춰주겠다"
- 시애틀 어린이병원 인종차별혐의로 또 고소당했다
- 보잉 두번째 내부 고발자 사망...미스터리?
- 13억달러 복권당첨된 오리건주민, 절반 친구에게 준다
- 워싱턴주 에버그린 주립대 반전시위 종결
뉴스포커스
- 월 700만원 넘는 고소득 가구 12% "나는 하층"…76%도 '중산층' 인식
- '무빙'→'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 60주년 백상 대상 쾌거 [60회 백상]
- 이재명, 9~15일 입원 치료차 휴가…"구체적 병명 밝힐 수 없다"
- 尹, 명품백·의대증원서 놓친 민심 챙긴다…사정기능 우려도
- '명품백 의혹' 수사 속도…이원석 검찰총장 "법리 따라 엄정 수사"
- 정부 "건보재정 1900억 추가 투입…교수 집단행동 멈춰달라"
- 인사철도 아닌데 평검사 잇단 사의…'검찰 악마화' 후폭풍 현실로
- '2000명 근거' 회의록 공방 가열…복지부 장차관 오늘 공수처 고발
- 네이버-구글, 지난달 韓 검색 시장 점유율 격차 줄었다…왜
- 먹구름 낀 금리 인하…5월 금통위에 쏠리는 눈
- "성적순 제한두면 인센티브 감점"…대학 '무전공' 과정 편성 골머리
- 의대 증원 '과학적 근거' 내라는 법원…행정부 제동? 법조계 평가는
- 인니 "분담금 ⅓만 내고 기술 덜 받겠다"…정부 예산 투입되나
- "악! 오빠 미안해"…변호사 남편에 살해된 아내 마지막 음성 충격
- 尹, 9일 기자회견 가닥…'김여사·채상병' 답변 성패 결정
- 45년 만에 누명 벗은 '거문도 간첩단' 피해자들…27억 국가배상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