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의 트럼프' 밀레이 "중앙은행 없애고 달러 채택하자"

아웃사이더 매혹적 제안…"달러 어디서 구하나"

 

아르헨티나에서 유력 대통령 후보가 살인적 물가에 시달리는 경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페소를 버리고 미국 달러를 채택하는 제안을 내놓았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환율 불안으로 이미 자동차부터 가전제품, 렌트까지 가격을 달러로 표시하는 경우가 늘었고 일반 국민도 상당히 많은 달러 현금을 모셔 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르헨티나에서 달러는 오래 전부터 고변동성의 페소화로부터 피난처 역할을 해왔다. 엄격한 통화 통제를 우회해 번성하는 암시장에서 달러를 사서 집에 쌓아 놓는 것이 유일한 저축 수단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전면에 급부상한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제1야당 보수연합 대선 후보가 페소를 버리고 달러를 채택하자는 매혹적인 메시지를 퍼뜨리고 있다고 AFP통신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살인적 인플레 종식하려면 통화무기 빼앗아야"

현지 좌파 정치권에서 아웃사이더로 여겨지는 밀레이는 10월 대선에서 당선되면 중앙은행을 완전히 폐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을 언급하며 "인플레이션을 종식시키는 것은 가능하고 정치인들로부터 통화 무기를 빼앗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경제학자이자 자칭 통화 이론 전문가인 밀레이는 수많은 방송에 출연해 아르헨티나 국민이 이미 선호하는 통화를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에 따르면 자국민이 은닉하고 있는 달러 자금은 244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밀레이의 제안은 유권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밀레이가 아르헨티나의 경제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것처럼 보임에 따라 그의 급부상은 '정치적 쓰나미'로 묘사된다고 AFP는 전했다.

대선을 앞두고 리트머스 시험지로 여겨지는 8월 13일 대선 예비선거에서 밀레이는 29.8%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고, 전 안보부 장관이자 야당 후보인 패트리샤 불리치가 28%로 그 뒤를 이었다.

아르헨티나의 연간 인플레이션은 113%에 달하고 이달 페소화는 20% 폭락했다. 이러한 불안한 경제 상황 속에서 많은 아르헨티나 국민은 잃을 것이 없다고 느낀다는 점에서 밀레이의 제안이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다고 AFP는 해석했다.

◇달러 채택시 통화정책 통제력 상실…사회 위기 심화 위험 

자국 통화를 버리고 달러가 대체되려면 엄청난 양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이달 초 아르헨티나의 달러 보유액은 "위험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대선에 출마한 세르히오 마사 경제부 장관은 국가 부채를 재융자하려고 IMF의 예산 통제를 준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달러를 어디서 구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아르헨티나 경제정책센터(CEPA)의 싱크탱크는 페소를 통제된 공식 환율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실제 시장 가격으로 달러로 대체하면 약 90%의 급여 구매력이 상실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르헨티나가 자국 통화를 버리고 달러로 대체하면 통화가치는 더 안정적이겠지만 금리 설정이나 인플레이션 목표와 같은 통화 정책에 대한 정부 통제력은 사라진다고 AFP는 지적했다.

AFP에 따르면 1990년대 아르헨티나는 최고 3000%에 달하는 초인플레이션 사이클에서 벗어나기 위해 페소와 달러를 일대일로 환산하는 고정 환율을 채택한 바 있다.

10년 후 고정 환율이 유지 불가능해지면서 2001년 아르헨티나 정부는 페소와 달러를 분리했고 페소 가치가 급락하며 은행에 있던 페소 저축액의 가치가 사실상 사라지며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이 잇따랐다.

당시 공황과 약탈, 시위로 사회 불안이 심해졌고 39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AFP는 전했다. 결국 아르헨티나 정부는 대외 채무 불이행으로 경제, 사회 위기가 더욱 심해졌다. 이후 아르헨티나는 호황과 불황의 주기, 인플레이션, 통화 평가절하, 채무 구조조정과 싸우고 있다고 AFP는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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