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문제 아니다…죄는 물어야" 조선인 대학살 유족들의 호소
- 23-09-01
31일 유족들 기자회견서 "죽어도 죽지 못했을 것" 눈물
"100년 지났어도 차별과 편견은 여전"
"조선인 대학살은 결코 100년 전의 문제가 아니다. 죄를 계속 물어야 한다."
조선인 대학살 사건의 유족들이 지난 31일 도쿄 시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에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이 자리에 참석한 재일교포 2세 김모(86)씨는 5세 때 어머니로부터 학살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군마현에서 일하던 어머니의 오빠는 직후 도쿄로 향한 뒤 실종됐고 추후 학살에 휘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외삼촌이) 왜 살해됐어야 하느냐"며 "죽어도 죽지 못했을 것 같다"고 울먹였다.
한국에서 온 권모(66)씨는 당시 조선인을 보호하던 군마현 경찰서를 민간인 자경단이 습격해 17명이 희생된 '후지오카 사건'으로 할아버지를 여의었다.
권씨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이 괴롭다"며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 달라"고 호소했다.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방화했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등의 유언비어를 믿었던 군인이나 경찰, 자경단 등은 각지에서 조선인들을 학살했다.
일본 내각부 보고서에 따르면 희생자 수는 지진 재해로 인한 사망자·실종자 수인 10만5000명의 1%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조선인 대학살에 관해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록을 찾기 어렵다면서 사과도 추모도 하지 않았다.
'시민모임 독립' 이사장인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 진상 요구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1923년 9월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한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자경단, 경찰, 군인 등이 재일 조선인 6661명(독립신문 기록)을 학살했다. 2021.8.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100년 지났어도 차별과 편견은 여전"
간토대지진으로부터 100년이 지났지만 일본 내에서 조선인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도노무라 마사루 도쿄대 대학원 한국학연구센터장은 31일 성명을 내고 "현재도 조선인과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도노무라 센터장은 "과거 일제강점기 때 발생했던 인권침해나 경제적 착취를 부정하거나 정당화하는 주장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진 당시 조선인 대학살이 발생한 배경과 관련해 "민족 해방을 요구하는 조선인의 활동이 정당한 이유 없이 자신들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비합리적 행동이라는 인식이 일본인들 사이에 침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진 당시 도쿄제국대학 도서관에 소장돼 있던 조선 왕조(1392~1910년)의 정사 조선왕조실록이 대부분 소실된 점도 언급하면서 "이때 조선의 귀중한 문화유산이 도쿄제국대학에 있었던 건 식민 지배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간토대학살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진상 규명에 손을 놓고 있는 건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3월 100명 여야 의원들이 '간토 대학살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한 것 외에 학살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건 대체로 한국과 일본의 민간 단체들에 의해 이뤄졌다.
한편 간토대지진 100주년을 맞아 9월1일에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동경본부가 주최해 추념식이 열린다.
주일한국대사관 및 재외동포청이 후원하는 이 행사는 도쿄 중심가 대형 전시장 도쿄국제포럼에서 '제100주년 관동대진재 한국인순난자 추념식'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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