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잼버리에 종주국 英 언론도 우려…"끔찍하다, 아동 피해 발생"

현장 인터뷰한 가디언 "더위에 사기 꺾여, 샤워 대기 1시간" 지적

"'좋은 말 해야 한다' 압박 느낀다"…'언론 통제' 의혹 제기하기도


전북 부안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폭염과 준비 부족으로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며 개막 나흘 만에 중단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스카우트 종주국인 영국 내 언론도 관련 소식을 비교적 상세히 보도하며 우려를 표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새만금 잼버리에 참석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한국 잼버리 야영장에 있는 스카우트 대원들은 다소 끔찍한 상황에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참가자 소피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너무 덥다. 하루 종일 활동이 중단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끔찍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밤이 되니 갯지렁이가 나와 대원들이 모두 물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스카우트 대원은 가디언에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와 정말 한국에 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더위 때문에 사기가 떨어졌다. 오늘 아침 샤워를 하려고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장지가 항상 있는 것도 아니고 비누는 아예 없다"고 꼬집었다.

현장 취재에 나선 가디언은 주최 측의 언론 통제 의혹도 제기했다. 취재진 접근은 델타존 한곳으로 제한됐고 다른 장소로 이동은 엄격히 제한됐다는 이유에서다. 가디언은 스카우트 대원들과의 인터뷰는 잼버리 공보 관계자의 동행 하에 이뤄졌음을 밝힌 뒤 '학대와 괴롭힘으로부터 참가자를 보호하고자 이같은 조처를 취했다'는 주최 측 입장을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디언과 인터뷰를 한 스카우트 대원은 "옆에 공보 관계자가 있어 무조건 긍정적인 말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며 자신의 발언을 기사화 하지 말아 달라고 뒤늦게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참가자 부모들이 자녀들을 대신해서 가디언 측에 행사와 관련한 우려를 별도로 전달했다고 한다.

다만 가디언 인터뷰에 응한 이들이 모두 불만을 토로한 것은 아니었다. 한 스카우트 대원은 "일생에 단 한번 뿐인 기회다. 지난 수년간 한국 여행을 계획해 왔다"며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스카우트 정신은 항상 해결책을 찾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가디언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한국 국민들이 인스타그램 등 각종 소셜 미디어에서 잼버리 관련 게시물에 댓글을 달며 정부와 주최 측을 대신해 사과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도 이날 잼버리 지원을 위한 예비비로 69억원을 긴급 지출했다고 소개했다.

가디언은 이날 "한국 세계 잼버리에서 당신이 겪었던 경험을 말해달라"며 참가자 제보 코너를 신설했다. 잼버리 야영지를 떠난 스카우트 대원과 부모들의 제보가 이어지면 한동안 새만금 잼버리 소식이 가디언 지면에 실릴 가능성이 높다.

영국 공영방송 BBC도 이날 "폭염피해를 당한 어린이들"이란 제목으로 새만금 잼보리 상황을 보도했다. BBC는 "부안의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올랐다"며 "행사 첫날밤부터 수백건의 온열질환 사례가 보고됐으며 전 세계 스카우트 대원들이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이번 새만금 잼버리에 약 4000명의 스카우트 대원을 파견해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그러나 지난 3일 하루에만 전세계 참석자 중 피부 발진과 온열 질환 등으로 총 1486명의 환자가 발생하자 영국 스카우트연맹은 4일 잼버리 야영지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서울 호텔에 머물다 오는 13일 귀국할 예정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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