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일본화?…고령화·소비부진·부동산침체 '잃어버린 10년' 오나

디플레 망령 들고 부동산 거품 꺼지면서 막대한 부채 쌓여

"시장에 큰 역할 부여하고 국가 물러나야 한다"


중국이 물가 하락과 소비 부진 등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일 보도했다.

중국이 고령화와 노동력 축소, 소비자 수요 위축,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을 동반하는 성장 둔화기에 진입함에 따라, 중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답습한 '잃어버린 10년'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일본의 성장은 1989년 말 버블 경제 붕괴 이후 크게 둔화했다.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면서 기업과 가계는 부채를 갚는 데 급급해 지출을 대폭 줄였고 이는 더 큰 악순환을 낳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멘트와 화학 제품의 중국 내 공장제 가격이 몇 달 동안 하락세를 탔고 이는 소비자 물가 하락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설탕과 달걀, 의류, 가전제품 등의 가격이 수요 부진으로 전월대비 하락했다.

 

WSJ는 중국 경제에 디플레이션의 망령이 들고 있으며 노동력은 노화되거나 줄어들고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막대한 부채가 쌓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경우 특히 가난한 지방 정부의 재정 악화가 부채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SCMP는 지적했다. 미래가 불확실해진 소비자들이 돈을 쓰지 않으려 하는 것도 일본의 과거와 닮은꼴이다.

조지 매그너스 옥스퍼드대 중국센터 연구원은 "(일본과의 비교는) 향후 5~10년간 중국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흥미로운 본보기가 되겠지만 완전히 같은 양상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중국이 명심해야 할 교훈은 일본 정책입안자들이 90년대에 저질렀던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SCMP는 전했다.

 

일본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소비보다 투자 쪽으로 유도했으며 그 결과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모두 수십 년간 침체됐다.

리처드 구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6월 금리를 인하한 이후에도 중국 기업과 가계가 대출을 꺼리는 징후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거시경제적으로 마우 나쁜 신호다. 개별적으로는 그게 옳은 일일 수도 있겠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는 나라 경제를 죽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가 2021년부터 2023년 3월까지 중국 상장기업 3000곳을 분석한 결과, 2022년 경제 붕괴 이후 자본지출 증가율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틱시스는 차입 비용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중국 기업들이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더 적은 투자를 하는 디레버리징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레버리지 수익과 자본 지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부동산은 자산 기준으로 중국 내 개인 소유 기업의 32%를 차지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다른 부문으로 쉽게 대체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중국 거시경제 주무기관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에서 일했던 장모난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미국유럽연구부 부부장은 SCMP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는 전환기에 있다"며 "신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성장률은 오래된 엔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국은 여전히 개발도상국이고 소비에 관한 한 성장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 부부장은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연금개혁과 후커우(가구) 등록제도가 농촌 이주 노동자들의 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고 봤다. 지역 간 시장 장벽을 허물기 위한 국내 통일 시장 구축 또한 중국의 장기적인 성장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만약 개혁이 없다면 우리는 미래에 중국 경제가 무엇을 직면할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정책 결정의 초점을 소비자와 서비스산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경제 성장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가 부문을 더 크고 강하게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게 중국의 장기적인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다.

매그너스 연구원은 "중국이 부유해지면서 성장 잠재력이 줄어들고 있는데, 더 생산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변화를 주려면 정치 제도를 조정해야 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지난 50~60년 동안 부유해진 국가들이 배워야 했던 교훈"이라고 제언했다.

마크 윌리엄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아시아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0년대 말 중국의 성장 둔화가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에 정책입안자들이 경제에 더 많은 신용을 공급해야 한다고 봤다.

윌리엄스는 "하지만 이는 일본에서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효과가 없을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성장 둔화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상당한 구조적 변화를 수용해 시장 세력이 경제 전반에 걸쳐 더 큰 역할을 하고 국가가 후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도자인 동안에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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