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멈춰섰다…배우·작가 63년만 동반파업에 40억달 손실 우려
- 23-07-14
1340억달러 규모의 미국 영화와 TV산업이 올스톱될 전망
"스트리밍·AI가 산업 망친다"…오펜하이머 시사회도 술렁
미국 할리우드 배우 등 16만 명이 가입한 배우조합이 13일(현지시간) 밤 12시부터 영화와 TV 출연에 대해 43년 만의 파업에 돌입했다. 처우 개선과 인공지능(AI) 규제를 둘러싸고 스튜디오들 경영진과의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이미 파업중인 작가들에 배우까지 동반파업함으로써 1340억달러 규모의 미국 영화와 TV산업이 올스톱되게 됐다.
뉴욕타임스(NYT), AFP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영화배우조합-미국 TV라디오예술인연맹(SAG-AFTRA)은 스튜디오들과 마지막 협상을 벌였지만 성과없이 끝나자 이같이 파업 명령을 내렸다.
조합은 "경영진은 우리의 공헌을 경시하고 있다. 동영상 전송이나 AI는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데,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업계가 위태로워진다"고 파업 이유를 밝혔다.
배우조합에는 메릴 스트립, 제니퍼 로렌스, 글렌 클로즈와 같은 일류 스타들부터 TV 시리즈에서 작은 역할을 하는 배우들까지 다 소속되어 있다. 배우 조합이 한 마지막 파업은 1980년으로, 당시 파업은 3개월 넘게 이어졌다. 이번 파업은 마지막 협상 전에,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에 대비해 98%의 찬성을 받아두었다.
이번 배우들의 파업은 63년만에 작가들의 파업과 동시에 일어나 파괴력이 더 크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배우 조합장이었던 1960년 이후로 배우들과 시나리오 작가들이 동시에 파업을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스트리밍이나 AI의 이용 우려가 두 집단 모두 공통적인 이슈였다.
배우 조합은 대화가 결렬된 뒤 성명을 통해 "스트리밍 에코시스템(생태계)의 부상으로 배우들의 보수가 심각하게 잠식당했다" "인공지능(AI)이 창조적 직업에 실존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배우들은 출연한 프로그램이나 영화가 텔레비전에서 재방송될 때 받던 출연료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스트리밍 업체들이 시청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출연료를 지불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또한 스튜디오들이 엑스트라에게는 하루치의 임금을 주면서 얼굴을 스캔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게 되면 스튜디오들은 스캔한 얼굴을 영구히 어떤 프로젝트에서든 사용할 수 있게 되어 비용이 절감된다.
작가들은 AI를 이용해 스튜디오들이 승낙을 얻거나 대가를 지불하는 것 없이 자신들이 쓴 것을 변형시키거나 유사한 원고를 생성해낼 것을 우려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올해 초부터 작가들의 파업에 대비하고 있었지만, 배우들의 파업은 예상치 못한 것이라 고위 경영진과 제작자들이 당황하고 있다. 시나리오 작가들은 가장 최근인 2007년 파업을 포함해 지난 70년 동안 8번 파업을 벌였다.
이미 지난 5월부터 1만명 이상의 작가들의 파업이 두달간 진행중이라 프로그램 제작은 차질을 빚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제작이 중단된 결과 TV 심야 프로그램은 재방송으로 전환됐고, 미국 월트디즈니와 미국 넷플릭스의 신작 영화와 배급 드라마는 줄줄이 연기가 결정됐다. 여기에 더해진 배우들의 파업은 파급력이 더 커서 그 손실은 더 막심해질 전망이다.
CNN은 밀컨 연구소를 인용해 배우노조와 작가노조의 동반 파업이 빠르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40억달러(약 5조560억원) 이상의 경제적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2007년 작가노조 파업 당시에 캘리포이나 경제는 21억달러의 손실을 입은 바 있다.
파업 발표 후, 배우조합은 조합원들을 위한 규칙을 발표했다. 카메라 앞에서 작업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완성된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게 됐다. 여기에는 코믹콘(만화 컨벤션), 영화제, 영화 시사회 참석이 포함된다.
이것은 이번 여름을 겨냥해 개봉되는 '바비' '오펜하이머' '귀신의 저택'과 같은 고액 예산 영화들의 홍보에 배우들이 나설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CNN에 따르면 13일 오펜하이머의 영국 시사회에서 이 영화들의 출연진들이 등장하긴 했지만 (파업) 피켓 사인을 쓰기 금세 자리를 떴다.
오펜하이머를 감독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자리를 떠난 배우들이 속한 배우 조합이 내가 속한 조합 중 하나인 작가 조합(파업)에 동참한다"면서 "우리는 그들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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